(생초보의 좌충우돌 단독주택 셀프 리모델링 이야기)
* 요약
- 일머리만 잘 잡으면 일이 쉽다. 공사 순서를 파악하자.
"사기꾼에게 맡기느니 그냥 내가 해?"
처음부터 셀프 리모델링을 하려던 건 아니었다. 집을 산 후 견적도 받아 보고 이런저런 정보를 찾다 보니 "장비만 있으면 하겠는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때마침 두 달 정도는 시간을 빼도 괜찮을 것 같았다.
얽힌 실타래라면 풀기라도 할 텐데 이건 도무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생전 공사장 한번 가보지도 않았는데 셀프 리모델링이라니 참- 겁도 없었다. 어쩌면 세계 일주 후유증 같기도 하다. 3년 동안 수많은 나라들을 걸어 다니다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많이 답답하고 삶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스스로 고생을 자초했다.
또다시 의자에 앉아 생각에 빠졌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깊은 고민의 늪에 빠졌다. 그 고민의 농도는 시름에 가까웠다. 머릿속에 든 게 없는데 무엇인가를 뽑아내려다 보니 '뚜껑을 덜컹거리며 김을 뽑아내는 양은 냄비'같았다.
그간 인터넷으로 정보도 찾아보고 견적을 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막상 내가 하려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갈피 잡기가 쉽지 않다.
"아-"
"아-"
"아-"
정말 "아-"만 하며 며칠을 보냈다. 공사를 하나 찾으면 새로운 게 나오고 A부터인 줄 알았는데 B부터 해야 하고 일머리 순서 잡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이놈의 인터넷은 왜 이리도 나를 잘 아는지 '리모델링 순서'에서 출발해 '연예인 가십'을 들여다보고 있다.
일머리 잡기가 어려웠던 이유는 어떤 공사들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야 할 공사를 나열해 보았다. 이제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
철거, 바닥 공사, 지붕, 배관 설비, 내부 단열, 내부 목공, 내부 마감, 전기, 조명, 외부 보강, 욕실 타일, 욕실 도기, 주방 타일, 창문, 도어, 바닥 마감, 싱크대, 현관, 마당, 주차장, 대문, 보일러실, 화단, 담장, 내부 보강, 용도변경, 외벽 페인트, 도시가스 인입 등등 이 이번에 공사할 부분인 것 같다.
다시 공사 순서로 정리를 해보면 철거 - 용도변경 의뢰 - 내부 보강 - 배관 설비 - 도시가스 배관 설비 - 바닥 공사 (보일러 포함) - 보일러실 - 창호 - 내부 단열 1차 - 내부 목공 - 전기 - 내부 단열 2차 - 내부 마감 - 주차장 - 마당 - 화단 - 대문 - 담장 - 내벽 페인트 - 주방 타일 - 욕실 타일 - 욕실 도기 - 도어 - 현관 - 외벽 페인트 - 내부 바닥 마감 - 조명 - 끝!! 대략 적인 순서는 이렇다.
일의 순서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공사별로 세부적인 작업 순서라든지 필요한 공구 및 자재 등등을 생각하면 머리에 쥐가 날 정도다. 셀프 리모델링을 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체력이 아닌 공부였다. 전혀 모르는 분야였기에 정보를 찾고 찾아 맞는지 다시 확인하고 확인 하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앞으로 해야 할 공사들을 보니 숨이 막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