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시아의상인 Dec 23. 2021

드디어 급매로 51평 단독주택 매입하다.

(생초보의 좌충우돌 단독주택 셀프 리모델링 이야기)


쉽지는 않았지만 2019년 여름, 드디어 단독주택을 사게 되었다. 단독주택을 사고 싶었던 이유는 여유 있게 날씨의 변화도 보면서 살아가고 싶어서이다. 나름 부끄러움을 타는 성격이라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좋아한다. 그렇다 보니 프라이빗하면서도 숨을 쉬면서 살 수 있는 공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 내게 맞는 주거형태다.



네이버 부동산을 들여다보면서 잠드는 것이 일상이던 어느 날 그렇게 내 집 갖기가 멀게만 느껴지던 어느 날이었다. 어김없이 네이버 부동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서울에 내 집 갖기는 당장은 쉽지 않다는 판단에 대전에 있는 단독주택도 알아보았다. 내가 가장 길게 생활하던 곳이 대전이었기에 대전에 집을 사 놓아도 나쁘지는 않다. 서울보다는 느릿한 대전의 삶이 내게는 더 잘 맞는지도 모른다.


세 가지만 보았다. 마당이 있을 것!! 도로가 접해 있을 것!! 그리고 가격은 1억 전후 일 것!! 마당이 없다면 단독주택을 살 이유가 없다고 느껴졌다. 당장은 리모델링을 해서 산다 해도 신축을 하려면 도로를 접하고 있어야 쉽다. 도로가 접하고 있지 않다면 신축이 힘들어 지거나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7월의 어느 날 밤!! 그런 집이 딱!! 내 눈앞에 나타났다. 이 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보는 순간부터 이 집을 어떻게 꾸밀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늘-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몽상이다. 그렇게 잠에 들었다.



내가 부동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콜롬비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던 시기부터였다. 평수가 크지 않은 집이었는데 내 집처럼 꾸미다 보니 애정이 가게 되었고 내 집을 갖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전에는 도시에 내 집을 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콜롬비아의 소파 공장에 가서 침대 매트리스를 만들고 중고 팔레트 시장에 가서 팔레트를 사 오고 이런저런 자재들을 사다 집을 꾸몄다. 그리고 민박과 에어비앤비를 운영했었다. 집 중앙에는 커다란 물고기 조명을 만들어 달았다. 물고기 조명이 어찌나 은은하던지 술도 달달하게 들어갔다.


콜롬비아 친구들도 초대해서 구경도 시켜주고 커피도 마시고 데킬라도 마시고 클럽 콜롬비아도 마시고 손님이 오면 손님들과도 놀러 다니고 밥도 해먹고 동네 친구들도 초대해 같이 술도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 인생 최고의 탕아 시절이었다.


그 지역이 콜롬비아에서도 위험하기로 유명한 메데진이라는 도시였고 메데진에서도 위험하다고 말하는 슬럼가였다. 산토도밍고라는 지역인데 밤이면 마리화나 냄새가 퍼지고 근처 펍에서는 새벽까지 샤키라의 음악이 틀어졌다.


위험한 지역이지만 비교적 안전하다고 느껴진 이유는 내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 공간!! 애정을 갖고 꾸민 공간!! 나의 보금자리!! 손님을 받아 돈을 만들어 주던 공간!! 공간이 내게 주는 안정감을 그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공간이 내게 주는 의미도 그때 느끼게 되었다. 비록 슬럼가에 있었지만 3년의 방랑기간 동안 내 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기에 내게 의미도 컸다.



그렇게 시간을 돌아와 한국에 집을 사게 돼는 날이 왔다. 다음날 아침 부동산에 전화를 걸고 곧장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갔다. 집을 같이 본 아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글처럼 우거진 마당이며 가건물 안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집 내부도 야반도주한 집처럼 어수선했다.


지난 1년간 임장을 다녀 본 결과 1억 4천만 원에 나온 이 집은 분명 좋은 물건이었다. 하지만 아내가 탐탁해 하지 않았다. 너무 어수선하고 폐가 같은 집이 마음에 들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아내는 늘 아파트 노래를 불렀다. 그 자리에서 아내를 설득해 계약금 100만 원을 걸고 서울로 올라왔다. 설득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꼭 사고 싶다고 간절히 말한 것이 전부였다.


후에 들어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의 자신에 찬 말투와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고 내 말을 따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럴 것이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누가 보더라도 쉽게 마음에 들기 힘들었다. 덕분에 내부에 처리해야 할 쓰레기가 많고 도시가스를 인입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600만 원을 깎아 1억 3,400만 원에 집을 사게 되었다.






* 이 집이 비교적 저렴하고 좋은 물건이라고 나는 어떻게 알았을까? 1년간 단독주택 가격을 계속 살피다 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 단독주택의 경우 밸류맵을 통해서 인근의 비슷한 물건 시세를 확인할 수 있다.


(집주인이 급매로 내놓게 된 이유도 있지만 그건 그쪽 집안의 일이기에 여기에서는 풀지 않기로 한다)


이 집은 * 매입 금액 : 134,000,000원 * 중개 수수료 : 670,000원 * 법무사 비용 : 2,000,000원 *용도변경을 포함한 리모델링 비용 : 39,297,643원을 들여 지금의 공간이 완성되었다. 참고로 주택 가격의 약 70%는 2%대의 대출을 받았다. 고로 리모델링까지 들어간 현금은 1억이 조금 안 된다.


나는 대체 무슨 재주를 부려 전 재산 300만 원에서 1년 만에 1억이 넘는 집을 샀을까? 앞의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궁금할 것이다. 여러 가지 부업을 통해 적지 않은 돈을 번 건 사실이지만 1억이 필요한 집을 사기에는 부족했다. 더군다나 내가 번 돈의 상당수는 재투자에 재투자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동생과 아내의 도움이 컸다. 가족 모두 나에 대한 믿음이 컸고 내 생각을 존중해 주었다. 가족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집은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 그곳에서 하는 사업이 잘 되는 편이고 같은 도로에 있는 같은 구조의 집이 작년에 2억 원으로 거래되었다. 이러한 가치까지 내다본 건 아니지만 기쁜 일이다. 이렇게 대전 도심에 있는 첫 번째 단독주택을 갖게 되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