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시아의상인 Aug 12. 2022

하다하다 뉴_노멀 빈티지 싱크대까지 만드네. 67만원.

(생초보의 좌충우돌 단독주택 셀프 리모델링 이야기)

* 요약

- 미송과 멀바우로 빈티지 느낌의 싱크대를 만들었다. 큰 실수가 한번 있었긴 하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목재 436,000원, 유리는 80,000원, 기타 부자재 156,410원이다.


이제 싱크대를 만들어야 한다. 제대로 된 가구를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없어서 고민을 했다. 워낙 대충 만드는 걸 좋아하다 보니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가구 만들기는 내게 부담스러운 과제다.

벽면에는 주방 후드만 달 생각이다. 벽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상부장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보니 첫 번째 집 리모델링 때에도 상부장은 달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싱크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어떤 나무로 만들지 생각을 했다. 일반 합판으로 만드는 싱크대 느낌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일반 합판은 본드 덩어리다. 만약 카페처럼 좀 더 오픈된 공간이라면 합판으로 만들어도 나쁘지는 않을 듯한데 내 집에 굳이 합판으로 만들 이유는 없다. 그리고 몇 가지 말을 보태보면 합판은 원목에 비해 물에 취약하기도 하다.


그래서 알아본 것이 가장 저렴한 집성판이다. 확인해 보니 미송이 가장 저렴했다. 일반적으로 가구 만들 때 많이 사용되는 목재라고 한다. 벽에 붙여서 시공될 계획이었기에 저렴한 원목을 선택한 것이다. 만약 싱크대가 노출되는 위치에 놓일 예정이라면 가격이 높더라도 예쁜 목재를 구매했을 것이다.


그리고 상판은 멀바우로 주문했다. 상판의 경우 단단한 나무를 사용해야 한다. 미송은 소프트우드기에 적합하지가 않다.

미송 집성판과 멀바우 집성판을 주문해서 며칠 동안은 바닥에 눕혀 놓았다. 그런데 가장 상단에 올려놓았던 미송 집성판이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다시 반대로 뒤집에 무거운 것을 올려놓았지만 휨이 복구되지는 않았다.


TIP : 집성판을 보관할 때는 상판 위에 합판이라든지 무거운 물체를 올려놓아야 한다. 한쪽 면의 수분이 날아가게 되면 집성판은 휨 현상이 발생한다.

늘 그렇듯 도면은 없다. 대충 그리고 5개의 싱크대 치수를 내 방식대로 적어 놓았다. 그리고 치수를 보며 나무를 잘랐다. 최근 스케치업을 독학했기에 앞으로는 도면으로 작업할 예정이다.

원형톱을 이용해 싱크대 몸체를 재단했다. 원형톱 가이드가 없더라도 목공용 클램프를 이용하면 비교적 쉽게 자를 수 있다.

싱크대는 피스를 이용해 조립했다. 피스 자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목심을 이용해도 되지만 어차피 벽에 가려서 보이지 않으니 피스로 조립하였다. 목심보다는 피스 조립이 아주 쉽기도 하다.


싱크대 다리는 10센티짜리로 달았고 싱크대 뒤판은 달지 않았다. 뒤판 대신 흔들림이 없을 정도로 뒷면에 바 형태로 피스 결합해 놓았다.

멀바우는 생각보다 무거워서 놀랬다. 미송 집성판은 가볍고 말랑말랑한 느낌인데 멀바우는 단단하고 무겁다. 멀바우 집성판으로 싱크대 상판을 만들었다. 뒷면은 뼈대처럼 한번 덧대어서 작업했다. 이유는 뒤틀림 방지다.

멀바우로 만든 싱크대 상판을 샌딩하고 오일을 발랐다. 총 3-4차례 반복한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면이 거칠다. 멀바우는 확실히 오일을 바르고 나니 멀바우의 색상이 살아났다.

싱크대 몸통은 샌딩하고 바니시 마감만 할까 잠시 고민을 했었다. 이유는 싱크대 몸체가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색상을 좀 더 어둡게 하는 게 좋을 듯하여 호두나무색 스테인으로 색을 먹였다. 그리고 바니시로 최종 마감을 해주었다.

인덕션 2구와 인셋 싱크볼을 주문했다. 싱크볼과 인덕션 실측을 하고 타공을 했다. 한국에서는 주로 싱크대 상판 아래에서 고정해 주는 언더볼 형식의 싱크대를 많이 이용하는데 원목 싱크대는 인셋 시공이 편리해서 인셋 싱크볼로 시공하였다. 그리고 싱크대 상판은 바니쉬로 마감해 주었다.

싱크대 문 닫힘 방식을 경첩으로 할까 미닫이로 할까 고민을 했었다. 레트로 느낌은 뭐니 뭐니 해도 미닫이기에 미닫이 방식을 결정했다. 그리고 미닫이문이 들어갈 문틀을 만들었다.

늘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보니 총 5개의 싱크대 중 1개는 다른 방식의 문을 달았다. 상단은 슬라이딩 여닫이문으로 만들었고 하단은 경첩을 이용해 달았다. 상단은 잘 시공이 되었는데 하단의 경첩은 달기가 쉽지 않았다. 약간의 실수가 있어 퍼티로 흠집을 가려야만 했다. 위아래 둘 다 댐핑 댐퍼라 스르르 닫힌다.

우드 퍼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게 있었다니!! 진작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싱크대 앞면은 피스로 작업한 곳이 있는데 피스 머리를 가리기 위해서는 피스를 깊게 박고 목심으로 가리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간편한 방법이 있었다. 바로 우드 퍼티다. 쉽게 말해 나무 색깔 나는 퍼티다. 피스를 체결하고 그 위에 우드 퍼티를 바르면 된다. 얼핏 보면 티가 나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티가 난다. 이게 단점이다.

재단한 문짝은 샌딩하고 스테인 바르고 바니시를 발랐다. 그리고 목심 작업을 위해 홈을 파고 유리를 끼워 맞췄다. 모루 유리는 유리 공장에서 맞춰 왔다. 가격은 약 8만 원이다.

-"어........이건 아니지!! 어........"-

모든 게 쉽게 진행된다 싶었는데 결국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문짝에 유리까지 끼워 넣고 실리콘까지 작업을 끝낸 상태에서 문짝이 문틀에 너무 꽉 낀다. 문이 스르르 열고 닫히라고 나름 샌딩도 열심히 했다. 홈의 깊이도 틈도 충분히 주었다. 그런데 문이... 잘 열리지 않고 잘 닫히지 않는다. 어떤 건 문짝이 들어가질 않는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건 아닌데라고 해봐야 이미 끝났다. 아- 짜증이 밀려왔다. 이것만 마무리 지으면 리모델링은 끝인데!! 청소만 하고 정리만 하면 되는데.. 아!!!!!!! 미치겠다. 테이블쏘로 좀 더 깎아봤지만 소용이 없다.


문짝의 세로가 긴 편이어서 열고 닫을 때 기우뚱할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잠시 하지 말고 깊이 생각했어야 하는 부분이다. 레일과 호차를 달까도 잠시 생각했었다. 이 또한 잠시 말고 길게 생각했어야 할 부분이었다.

쉽게 쉽게 가자!! 경첩 문짝을 달기로 결정을 했다. 이제는 두 가지 선택이 남았다. 지금 이 문짝을 살려서 쓸 것인가 새로 만들 것인가. 살려서 써볼 생각으로 좌우를 잘라가며 크기를 맞춰보았는데 상하좌우가 비대칭이다. 대칭이 이뤄져야 보기가 좋은데 자르고 보니 예쁘지가 않다.


결국 모든 문짝에서 유리를 해체했다. 유리에 바른 실리콘도 일일이 칼로 긁어내어 제거해 주었다. 아!! 마음이 아프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늘 두 번씩 일했다. 심지어 지금처럼 뜯고 새로 공사한 것들도 있다. 두 번씩 일하게 되면 실력이 쌓일 것 같지만 짜증만 는다.


나무를 자르고 홈을 파고 트리머를 돌리고 샌딩을 하고 스테인을 바르고 바니시를 바르고 유리를 껴고 조립을 하고 실리콘 발랐다. 이렇게 문짝을 만들었다. 그리고 철물장식점에 가서 경첩과 손잡이를 사 왔다. 경첩으로 쉽게 쉽게 가자!!

싱크대용 경첩을 사서 시공할 수도 있었지만 레트로 느낌의 경첩과 손잡이를 구매해서 싱크대를 완성했다.

진작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에 즉흥적으로 만들다 보니 또 이런 사단이 벌어졌다. 이런 건 최소 도면을 갖고 만들어야 하는데 대충 치수만 적어서 하다 보니 두 번 일하게 됐다.



그리고 늘 설마? 설마? 하는 것에서 실수가 발생했다. 실수가 발생할 걸 알면서도 진행한 걸 보면 나는 참 미련한 곳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싱크대를 만듦으로써 리모델링 공사는 끝났다.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벽면으로 간접 조명도 달아야 하고 윈도시트도 만들어야 하고 스테인드 글라스로 조명도 만들어 달아야 한다. 4개월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더니 좀 쉬어야겠다. 날이 좀 풀리면 만들어 볼 생각이다.


이전 28화 다락방. 원목 계단 34만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