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시아의상인 Jul 19. 2022

다락방. 원목 계단 34만원.

(생초보의 좌충우돌 단독주택 셀프 리모델링 이야기)

* 요약

- 내부에 원목 계단을 만드는 것도 힘들었다. 공부가 제법 필요했던 공사였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결과물이 잘 나왔다. 자재비는 34만 원이다.


대충 만드는 걸 좋아하다 보니 계단을 직접 만들어야 할지 고민을 했다. 계단은 수평이 잘 맞아야 하고 간격도 좋아야 하고 길이도 딱 맞아야 하고 높이도 적당해야 하고 삐걱거리지 말아야 하고 와!! 실수란 용납되지 않는 작업이다.

치수를 재 보니 높이는 2,015미리 길이는 2,600미리다. 이제 대각선으로 계단을 내리면 되는데... 어떻게 내려야 하지? 계단 높이는? 계단 길이는? 계단 넓이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터넷으로 계단 만드는 법에 대해 찾아보니까 나 같은 생초보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방법들이다. 이때 "맡겨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잘- 모르겠다. 편한 계단 발판 길이와 계단 높이부터 찾아보자. 보통 집 내부의 계단을 만들려면 계단 발판은 29센티-23센티 계단 높이는 17센티-20센티가 적당한 듯하고 기울기는 20도에서 41도 정도다. 41도 정도는 다락방의 계단 기울기 같다.

적당한 기울기, 발판 길이, 계단 높이를 확인한 후 파워 포인트를 켰다. 1/10로 축소해서 직접 계단을 여러 개 그려보았다. 그렇게 해서 적당한 현재 상황에 알맞은 치수를 골랐다.

계단 만들 때 유용한 도구가 있어서 목공용 직각자와 계단 게이지(스테어 게이지)도 얼마 안 하길래 주문했다.

이 집 계단 만들기의 역사는 길다. 보강할 때부터 시작되었다. 보강하고 남은 각관으로 계단의 기초를 잡아 놓았다.

직각자와 계단 게이지로 계단 발판 길이와 계단 높이를 잘랐다. 직각자에 계단 게이지로 원하는 치수만큼 고정해서 움직이며 잘라 가면 된다.

그다음은 계단 판을 잘랐다. 계단판은 멀바우로 만들었는데 목재가 단단하다 보니 자르기가 힘들었다. 이래서 힘 좋은 공구가 필요한 듯하다. 그동안 충전식 슬라이딩 각도기를 사용하면서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멀바우를 자르면서 아!! 이래서 힘 좋은 공구가 필요하구나!!를 느꼈다.

자른 계단은 샌딩 해주고 오일과 바니쉬를 발랐다. 샌딩을 더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대충 일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살짝 거친 느낌이 있다.

멀바우는 오일을 바르고 안 바르고의 차이가 확연하다. 오일을 바르면 확실히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가조립을 한 후 계단 상단에 기대어 보았다!! 지금까지 한 작업 중에서 가장 치수가 정확했던 작업이다. 100% 맞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굳"이다.

계단 난간 구멍도 뚫고 마저 계단 조립을 이어갔다. 벽체에 붙은 계단은 벽 안쪽에 있는 구조목에 피스로 고정해 주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내벽에 두꺼운 구조목으로 작업을 해 놓았던 것이다.

피스 자리는 목심을 끼워 피스 머리가 보이지 않도록 작업했다. 계단 몸통을 3개로 만들었는데 이 정도 계단 폭이면 2개를 해도 된다. 하지만 늘- 내 실력을 믿지 못하기에 튼튼한 게 좋은 거라고 5만 원짜리 목재를 하나 더 주문한 것이다. 삐걱 거림 없이 아주 튼튼하다. 수평도 잘 맞고!! 완벽하다. 계단 폭도 높이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치수다.

계단 만드는 게 너무 어려워 계단만 맡길까도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철계단도 알아봤었다. 결국 용기를 내서 만들어 보았는데 만들고 나니 계단 만드는 것도 참 재미있었던 작업이었다. 셀프로 뭔가를 할 때는 힘들게 공부한 만큼 재미도 큰 것 같다. 다행히 집수리하면서 막혔던 공사는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