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성장에 박수를 보낼 줄 아는 사람 되기
눈코 뜰 새 없이 타자를 정신없이 치며 일을 하다가도 시계를 보며 체크한다. 7시에 시작하는 운동 수업을 가려면 늦어도 45분에 엉덩이를 떼야 한다. 회사에서 5분 거리의 체육관에 일주일에 2회 운동을 하러 간다. 수영을 푹 쉬고 있는 코로나 상황에, 아프지 않기 위해서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찾다가 돌아가지 말고 ‘코어’로 직진하자는 생각에 파워존(합정)을 두드렸다. 무엇보다 거울이 없고, 성비가 다른 체육관과 뒤바뀐 곳이어서 운동에만 집중하기 좋은 곳일 거라는 기대에. 이제 막 3개월을 끝내고 다시 3개월을 등록한 나에게, 그 기대는 충분한 만족으로 채워졌다.
파워존에서는 손잡이가 달린 쇠구슬처럼 생긴 케틀벨로 하는 운동과 풀업을 하기 위한 매달리기, 바벨 데드리프트 등 아직도 ‘이걸 내가 하고 있다고?’ 싶은 코어 운동들을 주로 한다. 처음엔 이 운동들을 내 하찮은 근육들이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운동하러 가는 날 아프지 않기 위해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등 신경을 썼다.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은 건강해지기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하는데, 그 운동을 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 것부터 해야 한다(무슨 말인지 아시는 분은 조용히 손을 들어주세요...). 그렇게 체육관에 가는 날이면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굳은 몸을 스트레칭하며 오늘의 나를 격려했다. 일과를 끝내고 운동 시간에 맞춰 체육관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몸을 조금 풀고 있으면 나와 같은 회원들이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준다.
“시작하겠습니다.”
관장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각기 몸을 풀고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세 줄 정도로 사이사이 보이도록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몸을 푼다. 목과 어깨를 중심으로, 팔과 다리의 관절 중심으로 풀어주자면 종일 굳어 있던 몸들이 “빡” 비명을 지르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남일 같지 않아서 웃음이 나온다. 10분간 몸을 풀면 그날의 운동이 시작된다. 대략 20분, 30분 정도로 나뉘어 운동을 2가지 정도 한다. 풀업을 하기 위해서 바닥에서 코어에 힘을 주는 자세를 연습하고, 제대로 힘을 주기 위해서 호흡하는 법도 배운다. 2인 1조가 되어 몸에 제대로 힘을 주고 있는지 체크해주고 바에 매달릴 수 있게 잡아주고 올려주고 시간을 재어준다.
케틀벨을 파워존에서 만나기 전까지, 이 쇠구슬 같은 것으로 어떤 운동을 할 수 있을지 전혀 몰랐다. 그런데 배울수록 케틀벨 겟업, 스윙, 클린, 프레스는 기본으로 횟수와 중량을 늘이면서 운동의 강도를 정할 뿐 아니라 고블릿 스쿼트 등 할 수 있는 운동은 무한한 듯하다.
관장님의 지도 아래 운동을 하다 보면 시간도 훌쩍,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과 이마에 송송 솟은 땀을 느낄 때 뿌듯하다. 코로나 때문에 수업 내내 마스크를 쓰고 운동하면서도 모여서 운동을 배우고 할 수 있는 게 어디냐는 소박한 행복을 느낀다(체육관 크기에 따라 인원 제한을 하고 있고 운동하기 전 체온과 출석체크를 필수로 하고 수업이 끝나면 사용한 도구를 소독하는 것을 회원들끼리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운동을 하면서 기록을 늘려가는 성취감이 있다. 기록은 개인마다 목표한 바가 다르고 운동 경력에 따라 다르니 경쟁의식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 지난주의 나보다 좋은 컨디션이 되어 무게를 늘려 할 수 있다면 기쁘고, 케틀벨 수업 3개월이 지나 처음 스내치 동작을 배웠을 때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아드레날린이 폭발했다(케틀벨 초보에게는 한 손으로 단숨에 케틀벨을 공중에서 굴리듯 머리 위로 올렸다가 물 흐르듯 부드럽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 박력 있는 ‘스내치’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같은 운동을 하는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관장님의 입에서 “좋습니다”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고 싶은 마음을 누른다(마스크 안에서는 이미 활짝 웃고 있습니다). 이렇게 길러진 체력은 다른 사람들에게 뾰족하게 굴지 않고 나 스스로에게도 다정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운동할 때마다 이 분위기를 회사에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부분을 찾아내고 서로 잘하고 있다고 격려를 충분히 해줄 수 있다면, 개인의 성장에 축하하고 함께 기뻐해줄 수 있는 동료가 될 수 있는 팀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부터 실천하면 되겠다 싶어 요새 달고 있는 말이 “좋습니다~”다. 좋음을 최대한 기분 좋게 표현하기. 그 에너지가 서로 전달되면 더 큰 좋음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체육관 운동을 한 번 다녀오면 이틀씩 전신 근육통에 시달렸는데, 어느새 하루로, 반나절로 줄어들고 있다. 아직 자세가 완벽하지 않아도 배우는 속도가 더뎌도 괜찮다. 3개월 전의 나보다 매달리기를 7초를 더 하고, 그때는 못했던 스내치를 어설프게나마 할 수 있는 지금의 나니까. 다음 3개월 후의 나를 또 기대해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