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삶이란 것이 끝없이 새어나가는 독 같다고 느꼈다.
감사를 외우고, 사랑을 설파하고, 억지로라도 용기를 내어 보지만,
그 모든 노력은 종종 허공에 흩어지는 연기처럼 허망했다.
지치고 있었다.
아니, 지친다는 표현도 모자랐다.
권태. 아니, 그보다 더 깊은 곳, 쓸모없음이라는 심연.
'쓸모있음은 어디서 파생되고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러나 복잡한 해답은 필요 없었다.
가슴 속에서 단 하나의 단어가 모든 물음표를 꿰뚫었다.
사랑.
왜 이렇게 '사랑'이라는 말을 좋아할까.
생각할수록 답은 단순했다.
사랑이 나를 구해주었으니까.
매일 아침, 나는 물에 빠진 사람처럼 눈을 떴다.
허우적거리고, 숨을 쉬기 위해 입을 벌리지만,
결국 또다시 짙은 물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마다, 사랑이 손을 뻗어 나를 구해냈다.
사랑. 단순하고도 복잡한 구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실리적인 사랑을 했다.
계산된 사랑, 효율적인 사랑.
그 방식이 낯설고 서운할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나는 알고있다.
그러나 불안했다.
미래의 후환이 두려웠다.
그래서일까.
나는 자신이 그 사랑 앞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인지 헷갈렸다.
친구에게 털어놓은 어느 날, 친구는 단호히 말했다.
“넌 좀 이기적으로 생각해봐. 취할 건 취하고, 내줄 건 내줘.”
쿵-
내 몸 속 일부분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농담의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사랑에 계산이 어딨어?”
철없는 농담처럼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입을 떠나기도 전에 내 가슴을 콕콕 하며 찔렀다.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될까봐.'
'지금까지 믿어온 것들이 모두 거품일까봐.'
나는 두려웠다.
다시, 나는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다시, 숨을 쉬고 싶어 입을 벌렸다.
어디일까 심연일까
발버둥치며 아니라며 발악하고 밖으로 나오려 하지만 이내 포기했다.
그리고 어느순간부터 나는 숨을 쉬고 있었다.
후-하, 후-하
나는 깨달았다.
진짜 숨은, 물 위가 아니라,
내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