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님! 이 환자분 힘이 왜 이렇게 쎄요?”
간병사님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환자분은 허공에다 소리치며 팔과 다리를 마구 허우적대고 계셨다.
욕설도 거침없었다.
“원장님께 보고드릴게요. 낙상 주의해주세요.”
그렇게 잠시 뒤, 환자분은 숨을 고르며 조용히 잠에 드셨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 환자분은 혼자 살다 말기암을 진단받고 우리 병원에 입원했다.
가족은 아무도 곁에 없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같은 병실에 계신 다른 환자분은 비슷한 또래의 남성이었다.
이분은 상대적으로 활동이 자유로워 병동 곳곳을 자주 다니셨다.
나는 생각했다.
아마 옆 환자분의 소음이 불편하셨던 게 아닐까, 그래서 자리를 자주 비우는 건 아닐까.
정말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마지막을 앞두고 한 병실에 누워 있었다.
아이러니했다.
삶은 그렇게 달라도, 죽음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진실이 선명하게 보였다.
하지만, 마주한 죽음을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는 극명하게 달랐다.
누군가는 고함을 지르고, 누군가는 묵묵히 자리를 비웠다.
혼자 계신 환자분은 가족조차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아드님은 말했다.
“저런 아버지를 둔 게 수치스럽네요.”
가슴이 시렸다.
반면 옆 병상의 환자분은 가족들이 아침저녁으로 찾아와 다정히 손을 잡아주곤 했다.
누구는 외롭게, 누구는 따뜻하게.
삶의 마무리는 이렇게도 다를 수 있구나 싶었다.
물론 우리는 모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한다.
우리는 호스피스 팀이니까.
하지만 두 환자 사이에서 느껴지는 온도의 차이는 어쩔 수 없이 나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왜일까.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 건데,
그렇다면 ‘나 편하게 살면 되는 거 아닌가?’
굳이 바르고 성실하게 살 이유가 있나?
이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다, 결국 나는 수선생님께 조심스레 여쭈었다.
“선생님, 두 환자를 보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수선생님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래, 삶의 마지막 순간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거야.
이쪽 환자분은 주변 사람들에게 늘 상처를 줬고,
저분은 자리에 잘 안 계셔도 누구에게 피해를 주진 않잖니.
결국, 환경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해.
그걸 바꿀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뿐이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배워야 할 게 많다.
어릴 적 유치원에서 배운 것,
‘남에게 피해 주지 말기, 내 것 소중히 하기, 쓰레기 제자리에 버리기’
그 단순한 규칙들이 사실 인생의 진리였다.
선택은 자유지만, 책임은 자기 몫이다.
그리고 나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그저 조금 더 노력하며 나와 내 주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싶다.
그리고 나에게 항상 이러한 배움을 주는 호스피스 우리 병원이
나는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