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 방은 항상 아카시아 꽃 향이 나요.”
“그렇죠. 새벽아침이 되면 더 진하게 나요. 정말 좋아요.”
“네. 그리고 환자분이 참 밝으세요.”
“제가요?”
“네. 항상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계세요.”
최근 우리 호스피스병원에 입원한 환자분과 대화를 했다.
이분은 평생 가정주부로 살아오셨다.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감소와 하혈로 병원에 가보니 자궁암 말기진단을 받고 몇 차례 항암치료에도 차도가 없었다. 환자분은 주치의에게 호스피스 병원을 소개 받고 우리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선생님. 암을 진단받고 제가 많이 변했어요.”
그녀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며 말했다.
“저는 평생을 집에서 남편 직장보내고 애들 밥해주고 집에서 살림만했어요.
그러다 암을 진단 받고는 내 삶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아, 나 정말 죽는건가?, 그럼 죽기전에 뭐가 하고싶을까?”
“네”
“평생 집에만 있으니 밖이 너무 무서웠어요. 근데 어떡해요?
암 치료하려면 누가 따라가 주나요? 저 혼자 가야죠.
그때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와서 혼자 병원도 가고 시간이 나면 버스타고 여행도 가보고 책방에 들러서 책도 읽었어요.
참, 좋더군요.
새들의 지적임 소리, 아파트 공원 앞 벤치에 앉아 자갈 돌 사이에 핀 꽃 하나, 해질녘에 삼사오오 인사하며 떠나가는 아이들…그간 제가 참 놓치고 살아왔죠.”
“그러셨군요… 아무래도 집에만 있으면 밖으로 나오는 게 참 힘들었을거 같아요.”
“맞아요. 저는 그제야 진정한 제 삶을 살아본거에요. 바쁘다는 핑계, 사는 게 모두 같다는 말로 그냥 보내온 삶들이 얼마나 후회되던지…”
“그러셨군요.”
“네. 그래서 저는 제 암한테 참, 고마워요. 암에 걸리지 않았다면 몰랐을 하루의 소중함, 내 인생, 삶의 주인공을 배우고 살다가 가서 너무 행복해요.”
“네… “
“간호사님, 하루하루 감사히 그리고 즐겁게 사세요.”
그녀는 목소리에 힘을 주며 내 눈을 응시한 채로 또박또박 말했다.
나는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스피스 병원에서 죽음을 대하는 환자들을 수차례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들 자신의 삶에서 기쁨과 슬픔 후회와 사랑을 각자의 방식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그 과정은 조용히 그리고 백지에 먹이 젖듯이 흘러간다.
암에게 고마움을 전한 환자의 마지막 말은 아마도,
집에서 밖으로
울타리 안에서 세상밖으로 꺼내준 그녀 스스로에 대한 고마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