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추억에 스며들다.

호스피스 병원에서 쓴 나의 옛날이야기.

by 별빛간호사


낯설지 않은 천장
베이지색 단조로운 커튼
익숙한 병실의 풍경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본다.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
세차게 퍼붓다,
조용히 가늘어지기를 반복한다.

젊은 날,
비 오는 날
옛 애인과 걷던 광화문 거리.
우산 하나를 나눠 쓰며
어깨 젖는 줄도 모르고 웃던 하루.

슬며시, 웃어본다.

다시 눈을 감는다.
빗소리는 나를 실어
그 시절로 데려간다.

시골집 평상 마루에 앉아
모기 뜯긴 다리 긁으며
한입 가득 베어 문,
참 달았던 수박.

그 달큰함,
아직도 혀끝에 남아 있다.

또 한 번, 빙긋 웃어본다.

낯설지 않은 천장
익숙해진 병실의 풍경
이곳도
이제는 내 한 켠의 추억.




(호스피스 병원에서 환자분의 옛날 이야기를 듣고 쓴 시. 별빛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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