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말기암 환자분이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을 했다.
그리고 보호자가 keep해 있을 거라는 인수인계를 받았다.
"근데.. 보호자분 나이가 90살이세요..."
'하... 자칫하면 두 분을 돌봐드려야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수인계가 끝나고 병실로 라운딩을 갔다.
환자분은 잠들어 계셨다.
보호자 침대에 백발이 희끝한 노인이 궃은 일로 뭉툭해진 손으로 약 가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약과 약봉투가 많았다.
"이거 다 할아버지 약이에요?"
"응, 다 죽어간다."
"어디가 아프신데요?"
"몰라"
"모르는데 이걸 다 먹어요?"
"(끄덕끄덕)"
약을 하나 하나 꺼내 내게 설명해주었다.
"이건 똥약, 이건 뼈약, 이건 피 맑게 해주는거..."
"근데 할아버지 귀가 되게 밝으시네요?"
"응. 눈 밝고 귀밝다."
내가 살짝 빙그레 웃었다.
"왜? 아직 멀었나?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한참 웃었다.
그리고 내 웃는 모습을 보고 왜 웃냐며 계속 장난을 치셨다.
죽음 앞의 유머는 아흔 해를 버틴 어르신의 지혜이자, 삶의 가장 고요한 품격이었다.
"평판은 남들의 생각이고 품성이 진정한 너란다" -오스포드공작, 영화 킹스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