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6년 뉴욕, 미국 최초의 커피하우스 더킹스암스(The King's arms)가 개업했습니다. 런던에서 커피하우스가 등장한 지 약 50년 만에 뉴욕에서도 커피하우스 문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당시 미국의 커피문화는 유럽과 유사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커피는 귀한 수입품이자 사치품이며 상류층의 고급문화를 상징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커피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누구나 즐길 수 없었습니다. 첫 번째, 비싼 가격입니다. 두 번째, 차(茶)와는 다르게 한잔커피를 위해서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모든 커피는 생두(green coffee)상태로 거래되었습니다.
한잔커피를 마시기 위해 생두를 구입해서, 팬에 볶고, 갈아, 내리는 일은 번거로운 것이었습니다. 수입품 커피의 비싼 가격은 물론 준비과정의 복잡함 때문에 커피는 아무나 마실 수 없는 음료였습니다. 실제로 당시에는 커피를 전담하는 노예가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노예제는 1863년까지 이어졌습니다.
1850년, 미국은 생두의 시대에서 원두의 시대로 진입합니다. 로스팅한 원두를 판매하는 회사가 등장합니다. 당시 생두는 브라질에서 원하는 만큼 수입하면 되었습니다. 생두를 로스팅해서 원두를 처음 팔기 시작한 곳은 파이오니어 스팀 커피 앤드 스파이스 밀(Pioneer Steam Coffee and Spice Mills)이라는 긴 이름의 회사인데 현재까지 건재한 폴저스(Folgers)의 전신입니다. 이어서 1865년, 아버클(Arbuckle) 커피가 등장했으며 1892년, 맥스웰하우스(Maxwell House)가 창업했습니다. 생두시대에서 원두시대로의 전환은 커피의 대량생산>대량소비 시스템의 완성과 함께 제1물결 커피시대의 도래를 의미합니다.
커피의 접근성(accessibility)이 혁신적으로 높아지며 새로운 커피문화의 물결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물결은 미국을 세계제일의 커피공화국으로 만듭니다. 값싸고 편리한 상품커피(commodity coffee)가 등장했습니다. 이때부터 대량생산된 커피는 미국과 미국문화를 상징하게 됩니다. 마치 리바이스(LEVI'S)가 청바지와 미국을 동시에 의미하듯이 폴저스, 아버클, 맥스웰하우스는 커피와 미국을 동시에 상징하는 글로벌 브랜드(brand)가 됩니다.
브라질의 커피 플랜테이션 없이는 커피공화국 미국의 성립은 불가능했습니다. 1885년부터, 브라질의 커피 생산량은 세계커피 총생산량의 60%를 차지합니다. 1800년대 후반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70%는 유럽이, 30%는 미국이 소비했습니다. 1920년, 브라질의 커피생산량은 무려 100% 이상 증가했습니다. 콜롬비아와 중앙아메리카의 커피생산 증가로 인해 세계커피 전체 생산량도 100% 증가했습니다. 브라질의 생산율은 세계커피 총생산의 60%를 계속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커피소비는 1910년대를 정점으로 급속히 하락합니다. 1차세계대전이 발발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885년에서 1920년 사이 미국의 커피소비량은 300만 자루에서 무려 1,000만 자루로 3배 이상 증가합니다. 미국이 전 세계 커피생산의 50%를 소비하는 나라가 된 것입니다.
미국 커피역사의 백미는 인스턴트 커피입니다. 인스턴트 커피는 생두시대, 원두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새로운 커피문화를 만들었습니다. 1910년, 모두를 위한 커피, 인스턴트 커피가 등장한 것입니다. 인스턴트 커피는 커피공화국의 핵심 철학인 평등, 1인 1컵이라는 가치를 구현한 커피입니다. 500년 커피역사에서 지역, 나이, 계층, 계급, 경험의 정도와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가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완벽한 접근성(accessibility)이 구현된 것은 이때가 처음입니다. 한국 동서식품은 인스턴트 커피의 미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편리성: 원두커피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부피가 작아 휴대가 편리, 따라서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뜨거운 물만 준비된다면 손쉽게 마실 수 있다.
(2)보관성: 원두커피는 보관의 문제로 인해 쉽게 그 맛이 변질되지만 인스턴트커피는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이 길어 장기간 쉽게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3)대중성: 편리성과 보관성 덕분에 인스턴트커피가 개발된 이후 빠른 속도로 전 세계인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재도 영국, 일본,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커피를 찾고 있다.
(4)다양성: 커피 제조 기술이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 추출 시 향기 회수 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향미의 인스턴트커피를 만날 수 있다. <한국동서식품 홈페이지>
1914년, 1차세계대전이 발발합니다. 1917년, 미국은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에 참전합니다. 인스턴트의 ‘편리성’과 ‘보관성’은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제값을 하게 됩니다. 전쟁 중 커피향미는 사치입니다. 쓴맛이면 충분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의 수요는 넘쳐나게 됩니다. 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수요를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1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전쟁역사가들은 전쟁 승리의 영광을 인스턴트 커피에 돌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는 2차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은 물론 최근 우크라이나전쟁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1945년, 2차세계대전은 종전됩니다. 이때부터 미국의 커피소비는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아래 그림은 미농무부(USDA)에서 제작한 것입니다. 1910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의 커피, 차, 탄산음료의 소비량을 기록한 그래프입니다. USDA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커피소비는 1910년부터 상향곡선을 그리다 1945년을 정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1950년, 미국의 국민총생산(GNP)은 영국의 3배, 독일의 4배, 일본의 15배로 커졌습니다 당시 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한 미국은 세계 95%의 사람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1950년대에 이미 90%의 가정에 냉장고가 보급돼 있었으며 세계가전제품의 80%를 미국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USDA의 그래프가 보여주는 것처럼 미국은 커피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1773년의 보스턴 차(茶)사건 이후, 한때 미국과 동일시되던 애국음료 자리를 코카콜라에게 물려주게 된 것입니다.
USDA는 1945년부터 시작된 커피소비의 둔화는 공장커피(commodity coffee)의 향미, 커피의 쓴맛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시원하고 톡 쏘며 달콤하기도 한 탄산음료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때부터 공장커피는 미국의 산업시대와 함께한 어른들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사실 맛없는 공장커피가 세계최고 부자나라이자 세련되고 화려한 포스트모던 사회로 진입하는 미국을 대표하기에는 초라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이미지에 맞는 화려하고 세련된 커피, 스타벅스 커피의 등장을 재촉하게 됩니다.
현대커피역사를 가로지르는 물결(wave)의 진원지는 미국입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물결들이 전 세계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확산된 것입니다. 미국의 커피역사는 세 개의 (메가) 트렌드로 구분되어 분석되고 있습니다. 트렌드란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문화적 현상, 이전 시대와 구분되는 사회적 경향, 이에 조응하는 경제적 동향”을 의미합니다. 트렌드는 커피 생태계의 내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커피문화의 트렌드는 그것과 연동된 외적 요인, 곧 그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 사회정치, 문화경제를 반영합니다. 미국 커피역사의 트렌드와 이에 반응하는 커피문화의 핵심 정체성은 다음처럼 변화합니다.
1960년대 미국, 새로운 커피문화 트렌드, 스페셜티 커피가 몰려옵니다. 스페셜티 커피 트렌드는 당시 미국의 시대정신과 밀접하게 연동된 것입니다. 1960년대, 미국은 급진적이며 실험적인 반문화(counter culture) 운동에 휩싸이게 됩니다. 당시 반문화의 주체는 베이비붐세대(Baby boomers) 청년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부모세대의 문화, 정치, 경제에 대해 비판적이었습니다. 부모세대의 관행과 관습에 완강히 저항하며 갈등했습니다. 세대차이(generation gap)는 1960년대 당시, 이해할 수 없는 세대 간의 갈등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학 용어입니다.
반문화의 주체들인 베이비붐세대는 1930년의 세계대공황, 1940년대의 세계대전, 1950년대 한국전쟁을 겪은 침묵의 세대(Silent Generation)의 아들, 딸입니다. 침묵의 세대는 미국의 산업화를 성공시킨 사람들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공장과 일터에서 즐겼던 쓴맛의 커피와 극한의 전쟁터에서 마셨던 인스턴트 커피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매일 아침 모닝커피를 마시고 런치브레이크 커피를 마시며 이브닝 커피를 마셨던 사람들입니다.
침묵의 세대들은 성실한 만큼 완고했으며 관습에 순응하는 조용한 보수주의자들입니다. 이들은 제조업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던 산업화의 일꾼들이었습니다. 미국 침묵의 세대는 일찍 결혼하여 아이를 많이 낳고 잘 기르는 것을 애국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들에 의해 미국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침묵의 세대 후손들인 베이비붐세대가 등장한 것입니다. 1960년대 당시, 미국인구의 40%는 20살 미만의 청년들이었습니다.
침묵의 세대를 거부하는 청년들의 ‘반문화’는 두 가지 속성으로 나타났습니다. 반전운동, 인권운동, 환경운동, 여권신장운동처럼 사회정치적 차원의 운동이 있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파격적이며 실험적인 히피(hippy)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히피의 핵심 철학은 산업사회를 거부하는 반물질주의와 이에 조응하는 자연주의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산업사회의 비인간적인 욕망 대신 사랑, 평화, 자유를 추구했습니다. 물질 대신 정신적 가치를 우선했고 이에 따른 인간성 회복을 말했으며 결국은 “자연으로 돌아가자”라고 외쳤습니다.
히피의 반물질주의와 자연주의는 당시 진보적인 청년들은 물론 미국 중산층을 관통하는 윤리와 일상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아직도 그 뿌리는 건재합니다. 사실 자연주의에서 출발한 환경주의와 생태주의는 결국 동시대 지속가능 커피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제3물결 커피문화의 뿌리는 1960년대 반문화 운동과 구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보통 실험적인 청년정신이란 그때 그들의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제3물결을 이끌었던 커피숍 카운터컬처커피(Counter Culture Coffee)가 암시하는 반문화와 1960년대 반문화는 동일한 것입니다.
청년들의 반문화 운동과 알프레드 피트(Alfred Peet)의 (자연주의) 크래프트 커피와의 만남은 필연이었습니다. 이 만남은 커피의 제2물결을 예고했습니다. 북유럽 네덜란드 출신 피트는 1966년, 미국 반문화의 거점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옆에서 피츠커피(Peets Coffee)를 개점했고 이곳에서 반문화 운동과의 조우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피츠커피는 오래된 것들과 결별하고 새로운 반문화를 추종하는 사람들, 베이비붐세대의 커피가 된 것입니다.
당시 베이붐세대는 다음 두 가지 이유로 크래프트 커피에 열광했습니다. 첫 번째, 공장커피와는 다르게 원산지에 따라 섬세하게 로스팅된 아라비카의 좋은 향미. 두 번째, 피츠커피에서 재현된 북유럽스타일 커피의 자연주의적 이미지. 베이비붐세대들은 피츠커피의 충성고객이 되었습니다. 이후 성공한 피츠커피는 새롭게 창업한 스타벅스에 로스팅 기술을 전수해 주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문화 운동은 점점 그 동력을 상실하기 시작합니다. 너무나 반사회적인 마약과 같은 일탈의 문화, 비사회적인 집단생활과 같은 탈주의 문화에 대해 거리 두려는 (중산층)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1969년, 당시 대통령 닉슨의 베트남 철수는 반문화 청년들의 사회정치적 동력을 제거했습니다.
또 시간이 흐릅니다. 반문화 운동을 주도했던 베이비붐세대들의 다양한 문화형태는 그들의 아들, 딸들인 X세대(generation X)들에 의해 거부되기 시작합니다. 70년대 후반, 반문화의 정치경제를 대신하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가 등장했습니다. 미국 신자유주의 문화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되며 히피를 대신하는 여피(yuppi)가 등장합니다. 이때 여피들을 위한 스타벅스가 등장한 것입니다.
2차대전 이후 유럽과 미국은 68혁명, 반문화 운동으로 커다란 사회문화적 몸살을 앓았습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럽과 미국 사회는 보수화되기 시작하며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를 수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인문적 차원의 새로운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자유주의란 시장의 자유방임을 의미하는 경제정책입니다. 신자유주의 정책과 연동된 커피 생태계의 충격적인 사건은 1989년, 미국의 탈퇴로 촉발된 국제커피협정(ICA)의 붕괴입니다.
1980년대, 미국의 시간과 공간은 신자유주의로 채워집니다. 이때 신자유주의는 거대한 자본과 연동되어 화려한 문화를 만들며 완벽한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의 메커니즘을 완성 시켰습니다. 이런 메커니즘 속에서 대량소비를 촉진하는 다양한 마케팅 기술이 발달하며 상품미학은 더욱 세련되어집니다. 세련된 상품미학은 더 세련된 이미지와 이야기를 생산하며 도시는 화려해지고 볼거리는 더 많아집니다.
여피는 젊고(young), 도시에 거주하며(urban), 전문직(professional)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이들의 세계관은 1960년대 히피들과 완벽하게 다릅니다. 여피에겐 히피와 같은 루저(loser)의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3차산업에 종사하는 화이트컬러 직장인들입니다. 명품 시계와 옷, 고급 자동차처럼 사치품의 구매, 소비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여피는 사회문화적 계층과 계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촌스러운 감성을 끔찍하게 싫어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중산층 엘리트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이들은 시장경제를 우선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이며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고 개인적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미덕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예의 바르며 권위적이지도 않습니다. 단지 이들은 호모루덴스, 유희하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는 도시 속에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미국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Ray Oldenburg)에 의하면 그들은 고립되었기 때문에 도시의 (스타벅스) 커피숍과 같은 제3장소(third place)를 필요로 했습니다.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는 레이 올덴버그의 제3장소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 했습니다. 집과 직장 이외에는 마땅히 갈 곳이 사라져버린 도시, 사회적 인프라와 공공공간이 사라진 도시에서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제3장소는 상상 이상으로 성공합니다. 장소 마케팅이 성공한 것입니다.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의 장소개념에 의하면 제1장소는 집, 제2장소는 일터입니다. 제3장소는 첫째, 자연스럽고 평등한 서비스가 있는 곳, 둘째, 사회적 활동과 소통이 가능한 곳, 셋째, 접근성이 좋은 곳, 넷째, 열린 공간의 장소를 의미합니다. 이런 특성을 반영하며 스타벅스가 부상합니다. 하워드 슐츠에게 스타벅스의 핵심 콘텐츠는 커피보다 공간이었습니다.
스타벅스의 역사를 요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971년, 영어교사였던 제리 볼드윈, 역사교사인 지브 시글, 작가인 고든 바우커 등 세 청년은 스타벅스를 설립합니다. 1987년, 하워드 슐츠에게 넘기기 전까지 스타벅스는 서부의 평범한 도시 시애틀에서 평범하게 성공한 로스팅하우스입니다. 심지어 당시 스타벅스가 자랑했던 아라비카 커피향미는 크래프트 커피의 전설인 피츠커피에서 전수받은 것입니다.
1987년, 세 명의 창업자들은 하워드 슐츠에게 스타벅스를 넘깁니다. 대신 그들은 스타벅스의 역할모델이자 크래프트 커피의 발생지인 피츠커피를 인수했습니다. 하워드 슐츠는 평범한 로스팅하우스였던 스타벅스를 오늘날의 스타벅스로 혁신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현대커피역사의 두 번째 혁명, 커피의 제2물결이 시작된 것입니다. 스타벅스 혁신의 정체, 정체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아메리카노, 라테, 카푸치노와 같은 에소프레스 기반음료(espresso variation) 도입
*유럽 커피하우스, 이태리 에스프레소 바와 같은 제3장소 활용, 경험비즈니스 도입 운영
*피츠커피의 다크로스팅 아라비카, 크래프트 커피 개념 지속 반영
*바닐라시럽처럼 향이 첨가된 시럽의 도입
*체인점 커피품질의 표준화, 통일성, 일관성 등을 위한 운영매뉴얼 개발
*커피 전문성을 위한 소비자, 직원 교육 시스템, 복지제도 구축
*공정무역, 지속가능커피를 위한 자체 인증제도인 C.A.F.E. Practices 구축
*기업 ESG, 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 적극 반영
*기업경영을 위한 마케팅, 브랜드 개념 적극 활용
스타벅스는 2023년 추산, 전 세계에 3만8천 개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2030년까지 5만5천 개로 성장시키겠다고 합니다. 스타벅스의 성공은 500년 커피역사에서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스타벅스가 만들어 낸 커피의 새로운 물결들에는 혁명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특히 스타벅스는 커피역사 속의 카페인 이데올로기, 곧 커피는 쓴맛의 각성제라는 신화를 해체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커피 향미의 상향평준화와 표준화, 커피문화의 교육과 확산, 도시의 사회적 공간 역할처럼 커피와 커피문화의 혁신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스타벅스의 혁명적 물결들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합니다. 현대커피역사를 움직였던 스타벅스의 동력은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습니다.
“스타벅스 커피는 맛이 없다”라는 말부터 그들의 기업윤리에 대한 비판까지 스타벅스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임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제기에는 간과된 것이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스타벅스는 기업입니다. 기업의 속성은 “영리(營利)를 목적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 판매하는 경제주체”입니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동기와 목적은 영리, 곧 이윤입니다.
스타벅스에게 커피와 커피문화는 (실존) 존재의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커피 생태계의 공진화와 생태계의 윤리란 불편한 것이며 비경제적인 개념일 뿐입니다. 스타벅스는 글로벌 공룡기업입니다. 글로벌 공룡 스타벅스가 지나간 자리에는 미처 공룡을 피하지 못한 개미들처럼 골목의 커피숍들이 희생당했습니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낯설지 않은 (경제) 구조적 참사에 불과합니다.
기업 스타벅스의 최종목적은 경제적 독점이며 독점을 위한 전문기술이 마케팅입니다. 기업과 기업인들에게 마케팅이란 고객을 창조하고 유지, 관리함으로써 고정고객으로 만드는 모든 활동을 의미합니다. 마케팅을 위해서는 대상 상품의 차별화된 이미지와 이야기, 브랜드가 필요했습니다. 미국마케팅협회(AMA)에 따르면 “브랜드란 소비자로 하여금 판매자의 상품을 식별하고 경쟁자의 상품과 구별되도록 의도된 이름, 용어, 기호, 심볼디자인 또는 그것들의 조합”입니다. 실제로 스타벅스 커피의 본질, 정체성은 브랜드 커피입니다.
경제학자들에게 브랜드란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핵심 개념입니다. 경제학의 미덕은 효율입니다. 그러나 한편, 사회학자들에게 브랜드란 상품을 포장하는 상품미학에 불과한 것입니다. 사회학의 미덕은 사회적 정의입니다. 효율과 정의는 완벽하게 다른 것입니다. 사회학의 차원에서 보면 사람들은 브랜드 효과에 의해 (커피)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 상품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입니다.
현재 스타벅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마케팅은 브랜드관리 혹은 고부가가치 상품을 위한 고도의 전략, 전술을 기획하며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커피의 문화적 다양성, 정치적 올바름, 사회적 정의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노출합니다. 이러한 관심은 기업윤리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마케팅입니다.
스타벅스의 입장과 태도로 설명되는 커피의 제2물결은 브랜드커피 시대를 의미합니다. 미국 피츠커피Peet’s coffee), 영국 코스타 (COSTA), 캐나다 팀홀튼(Tim Hortons), 일본 도토루(DOUTOR), 중국 루이싱커피(瑞幸咖啡), 한국 투썸플레이스와 같은 체인점 브랜드커피들이 동시대 커피문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심지어 맥도날드, 던킨도넛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제2물결에 합류했습니다. 또한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 스텀프타운(Stumptown), 블루보틀(Blue Bottle Coffee)처럼 제3물결을 만들어 낸 장본인도 제2물결의 시대로 역행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시작된 커피의 제2물결, 스타벅스의 (시장) 시대는 당분간 계속 확대될 것입니다. 그러나 공룡 스타벅스가 살아남지 못하는 지역도 존재합니다. 북유럽, 호주, 베트남처럼 지역의 고유한 커피문화가 존재하는 지역에서 공룡들은 쫓겨나기도 합니다. 또한 제3물결 커피문화, 곧 싱글오리진, 크래프트, 지속가능 커피문화는 공룡 스타벅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커피 공룡들은 영토 확장의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스스로 멸종하기 까지 싸움은 계속될 것입니다. (자본) 공룡들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2018년 조선비즈의 기사 <2400조원 커피 전쟁… 코카콜라 뛰어들고 네슬레는 덩치 키워 스타벅스 공격>의 일부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 커피 시장에서는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약 2400조 원 규모의 커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주요 커피 제조판매 기업들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신(新)시장 개척, 제품 다변화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타벅스, 네슬레, JAB홀딩스 등이 1위 다툼을 하던 시장에 최근 세계 최대 음료 기업인 코카콜라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중략)
매출 기준 세계 1위 커피 회사인 네슬레는 지난해 9월 ‘커피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의 지분 68%를 4억2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네스프레소, 돌체구스토 등으로 이미 커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네슬레가 블루보틀을 인수한 이유는 블루보틀이 강점을 지닌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생산지와 품종, 건조 과정 등 까다로운 기준으로 선정한 원두로 만든 커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보틀 인수로 고급 커피 전문점까지 갖춰 점점 세분화되는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중략)
독일의 거부 라이만 가문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JAB도 ‘세계 1위 커피 왕국’을 목표로 기업을 인수해 왔다. 2012년 피츠커피와 카리부커피 인수를 시작으로 인텔리젠시아(2015년), 스텀프타운(2015년), 크리스피크림도넛(2016년), 큐리그그린마운틴(2016년), 닥터페퍼(2018년), 프레타망제(2018년) 등 커피 전문점과 커피 제조사를 잇달아 사들였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총 인수 규모만 5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스텀프타운과 인텔리젠시아는 미국에서 블루보틀과 함께 ‘스타벅스를 위협하는 고급 커피전문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JAB 역시 네슬레처럼 스페셜티 커피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에서 마시는 콜드브루 커피와 캔·병커피 시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바트 베흐트 JAB홀딩스 CEO는 "소비자가 커피를 마시는 곳마다 JAB의 커피가 유통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스타벅스의 50년역사 #하워드 슐츠 #에스프레소 커피문화 #글로벌 커피 기업
Starbucks: The First 50 Years
*영상제작: Starbucks Coffee, *2022, *8분, *영어(한국어 자동자막 설정 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yz6o31J-eUk
#스타벅스 커피향미 #제3의 장소 #위장생태환경주의 #지속가능커피
The PROBLEM With Starbucks Coffee
*영상제작: Future Proof, *2022, *16분, *영어(한국어 자동자막 설정 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NP4NL6evnD0&t=140s
#스타벅스 역사 #문제점 #위기 #문제해결 방식
Can Starbucks Save Itself?
*영상제작: Bloomberg Originals, *2024, *8분, *영어(한국어 자동자막 설정 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0oQm6dnW2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