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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카페인, 스페셜티 커피

by doklip coffee Mar 18. 2025



#1.카페인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아메리카노 한 잔에는 평균 125mg의 카페인이 있다고 합니다. 카페인은 알칼로이드의 일종으로서 중추신경계 각성제입니다.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뇌를 자극해 각성효과를 일으킵니다. 졸음을 억제하고, 피로감을 없애 주며, 감각기능, 운동기능 등을 활성화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향정신성 물질이지만 다른 것과는 달리, 거의 모든 나라에서 합법적이며 규제 받지 않습니다. 


커피나무가 카페인을 함유하는 이유는 해충을 쫓기 때문입니다. 커피나무는 새순에 카페인을 만들어 곤충과 벌레로부터의 손상을 피할 수 있습니다. 새순이 단단해지면 카페인은 씨앗으로 옮겨 갑니다. 커피 씨앗은 모든 공격자를 퇴치할 만큼 진한 카페인을 갖습니다. 



커피 씨앗이 이렇게 카페인을 품는 이유는 훗날 씨앗이 발아했을 때를 위한 준비입니다. 카페인은 다른 식물의 뿌리 성장을 방해하고 다른 씨앗이 발아하는 것을 막습니다. 커피나무의 카페인은 살충제이자 제초제입니다. 커피나무는 커피 꽃의 꿀에도 카페인을 품게 합니다. 카페인 꿀을 먹은 벌은 죽지 않습니다. 카페인 꿀을 먹은 벌은 커피 꽃에 집착하며 더 열심히 커피 꽃의 수정을 돕습니다. 카페인의 행복한 각성효과에 대한 기억, 기대 때문입니다. 카페인은 더 열심히 일하는 꿀벌을 만듭니다.


카페인은 교감신경계를 흥분시키는 약이자 독입니다. 카페인, 곧 각성제는 몸속에서 아드레날린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인체의 교감신경계가 흥분됩니다. 교감신경계가 흥분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집니다. 잠들지 않고 깨어 있는, 마치 죽지 않고 살아있는 듯한 각성상태가 유지됩니다. 카페인은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 분비량도 늘립니다. 쾌락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도파민은 성취감, 호기심, 집중력을 고양시키며 만족한 느낌의 행복을 줍니다.


커피는 인간을 각성시킵니다. 인간에게 각성이란 “나는 잠들지 않고 깨어 있다”, 또는 “나는 무엇인가를 깨달았다”라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것은 깨어 있는 인간이라는 종교적, 철학적인 상징을 내포하는 것입니다. (카페인) 커피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장 인간적인 호사가 분명합니다. 




#2.카페인의 역사  


커피의 발견 신화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의 칼디(Kaldi) 신화이며 다른 하나는 커피경작이 처음 시작된 예멘의 것입니다. 이 신화들에서 커피는 각성제, 신비한 약으로 묘사됩니다. 예멘의 오마르(Omar) 이야기는 이슬람 버전의 신화입니다. 오마르는 주술사입니다. 오마르는 자신이 치료하던 성주의 딸과 사랑에 빠지고 성주의 노여움으로 인해 사막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사막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던 오마르는 작고 붉은 열매가 달린 나무를 발견합니다. 커피입니다. 오마르는 그 열매를 먹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고 머리 속이 맑아졌습니다. 오마르는 이 열매가 알라의 축복이자 선물이라 믿었고 이후 이 열매를 이용해서 환자들을 치료합니다. 커피 덕분에 오마르는 크게 성공합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커피는 신비한 효능을 가진 약입니다. 영어 약(drug)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치료제로서의 드럭(drug)과 마약으로서의 드럭(drug)입니다. 그리스어 파르마콘(pharmakon)은 영어 드럭(drug)과 유사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파르마콘은 드럭처럼 약과 독, 축복과 저주라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럭으로서의 커피는 호명하기에 따라 약 또는 독이 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1일 커피소비량은 평균 1.2잔이다. 1년이면 한 사람이 커피를 약 438잔 마시는 것이다. 그런데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골다공증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부터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커피는 건강에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커피의 두 얼굴, 毒일까 藥일까?> 헬스조선(2016.12.29)


커피의 두 얼굴, 독(毒)일까 약(藥)일까? 500년 커피역사에서 가장 많은 질문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약은 권장되나 독은 금지됩니다. 독은 공동체에 해를 끼치기 때문에 공권력으로 금지합니다. 역사 속에서 커피금지는 흔한 사건입니다. 최초로 기록된 커피금지령은 1511년 오스만제국 메카의 통치자 카이르 베그(Khair Beg)에 의해 시행됩니다. 


그는 커피를 독으로 간주했습니다. 그는 그곳의 커피하우스를 폐쇄했으며 커피를 압수했고 거리에서 불태웠습니다. 그러나 커피금지령이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1524년, 오스만제국의 황제 셀림1세(Selim I)는 메카의 커피금지령을 해제합니다. 그러나 커피금지령은 종식되었지만 독으로서의 커피는 사람들 뇌리에 각인됩니다. 이때부터 커피에 대한 나쁜 (무)의식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금지령의 해제에도 불구하고 성직자들은 술을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Hanafi laws)을 근거로 커피를 지속적으로 탄압합니다. 이때 커피는 금지와 금기(taboo)의 영역으로 스며듭니다. 금지와 금기란 위반을 유혹하는 가이드라인입니다. 위반의 선을 넘는 세계는 해방을 의미합니다. 커피는 해방의 상징이 됩니다. 사람들은 커피를 더욱 탐닉하게 됩니다.


황제 무라드4세(Murad IV)는 커피에 대한 극단적 탄압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는 커피를 증오했습니다. 그러나 오스만제국의 백성들은 커피를 사랑했습니다. 1550년대, 수도 이스탄불에는 커피하우스가 등장하고 이곳은 제국의 백성들이 찾는 사회적 장소, 제3장소가 됩니다. 그러나 황제에게 커피는 독이며 커피하우스는 불온한 공간에 불과했습니다. 1633년, 그는 커피하우스 폐쇄는 물론 커피, 술, 담배를 금지하는 강력한 카페인, 알코올, 니코틴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황제는 이스탄불을 암행하다 금지령을 위반한 사람들을 직접 현장에서 처형했다고 합니다. 그럴수록 커피에 대한 백성들의 애착과 애정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이슬람의 오래된 노래 <커피와 벗하며>를 참고하겠습니다.


커피하우스로 가서 커피의 벗들과 어울리시게. 

이 향연의 참석자들에게 신의 축복이 내려질 것이니.

우아한 양탄자가 깔려 있고, 인생의 달콤함이 있으며, 

사람 간의 교류가 있는 바로 이곳이 천국이라네.

커피잔이 돌고 돌다 당신 앞에 오면 모든 슬픔이 사라지지.

아덴(Aden)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커피라네. 

의심스럽다면 이 반짝반짝 윤이 나는 신선한 열매를 보시게나.

여기서는 근심일랑 일절 없다네. 

성가신 문제도 이곳에서는 맥을 못 추지.

커피는 신의 아이들의 음료요, 건강의 원천이라네.

커피는 개울이 되어 우리의 슬픔을 씻어 보내고, 

또 어떤 때는 불이 되어 우리의 근심을 태워 없앤다네.

풍로 달린 커피 주전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큰 통에 담긴 와인과 술을 보고 질색할 뿐.

향기로운 커피, 그 빛깔 뒤에 숨겨진 커피의 순수함.

이성은 커피의 합법성을 선언한다네.

당당하게 커피를 마시게나!

이성을 잃고 커피를 비난하는 우매한 무리에 휩쓸리지 말고. 



1615년 커피는 예멘을 떠나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도착합니다. 커피의 신비한 효능은 빠르게 확산됩니다. 베네치아는 열광합니다. 그런데 기독교 성직자들에게 커피는 이슬람의 음료, 곧 이교도들의 (독) 음료일 뿐이었습니다. 커피는 종교적 혐오의 대상이 됩니다. 주지하듯이 혐오는 타자(others)와 타자의 문화에 대한 증오입니다. 기독교 성직자들은 (약)커피의 효능에 대해 의심과 두려움으로 반응했습니다. 이곳에서 커피는 악마의 독과 천사의 약이라는 파르마콘의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성직자들은 커피를 사탄의 음료라고 저주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심화됩니다. 갈등이 확대되자 성직자들은 교황 클레멘스 8세(Clemens PP. VIII)에게 커피를 마셔 보라고 청했습니다. 교황은 커피를 마신 후 커피의 효능에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 교황은 커피에 세례를 주고 커피에서 사탄을 쫓아 버립니다. 이때 커피는 저주받은 사탄의 독에서 축복받은 천사의 약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피카(Fika)의 나라 스웨덴은 집요한 커피금지와 커피 인체실험으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공권력의 집요한 금지와 금기가 현재 커피공화국 스웨덴을 만들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1685년, 스웨덴에 처음으로 커피가 도착했습니다. 커피를 처음 보는 스웨덴 세관은 커피를 약으로 분류하여 통관시켰습니다. 이후 커피는 두통, 복통, 호흡 곤란, 신장 결석, 실신과 같은 여러 질병을 완화시키는 약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스웨덴에서 커피는 상상할 수 없는 비싼 가격으로 팔렸으며 부유층을 위한 사치품, 만병통치약이 되었습니다. 


1710년, 스톡홀름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국왕 아돌프 프리드리크(Adolf Frederick)는 커피를 악마의 독으로 간주했습니다. 국왕은 커피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러자 커피는 지하 암시장을 통해 더 은밀히 확산되기 시작합니다. 쫓고 쫓기는 커피 밀수와 암거래는 스웨덴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은밀히 모여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풍습이 스웨덴의 커피브레이크인 피카로 굳어졌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아버지 아돌프 프리드리크가 죽자 왕위에 오른 구스타프3세(Gustav III) 역시 커피를 증오했습니다. 국왕은 커피가 악마의 독임을 증명하고 싶어했습니다. 국왕은 쌍둥이 사형수 두 명에게 한 명에게는 매일 커피를, 다른 한 명에게는 차를 마시게 했습니다. (카페인) 커피 생체실험입니다. 사형수들에겐 의사들이 배정되었으며 신체변화에 대해 왕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명령 받습니다. 그러나 구스타프3세는 커피 생체실험의 결과도 보기 전에 정적에게 암살당했습니다. 이후에도 실험은 계속되었지만 의사들은 쌍둥이 사형수들보다 먼저 자연사합니다. 결과적으로 실험대상인 쌍둥이 사형수들은 왕과 의사들보다 더 장수한 것으로 생체실험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3.낭만 마약, 커피 낭만주의 


커피가 악마의 독으로 간주될 때 비이성적이며 비합리적인 낭만적 이미지를 획득하게 됩니다. 커피 낭만주의는 대단히 신비한 아우라를 만들어 냅니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커피의 낭만, 분열을 가장 잘 묘사한 터키의 속담입니다.


커피 낭만주의는 유럽문화를 관통합니다. “커피의 본능은 유혹이다,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프랑스 외교관 탈레랑(Talleyrand)의 커피예찬입니다. “커피 맛은 정말 기가 막히죠. 수천 번의 키스보다 더 달콤하고, 무스카텔 와인보다 더 부드럽죠. 커피, 커피, 난 커피를 마셔야 해요. 나를 기쁘게 하려면, 아! 커피 한 잔을 채워 줘요” 바흐 작품번호 211번 <커피칸타타>의 가사입니다.



당시 예술가들에게 커피는 천사의 약이었습니다. 커피는 예술가들을 잠들지 않게 했습니다. 예술창작과 상상의 원천이 됩니다. 미술, 문학, 음악에 등장하는 커피와 관련된 수많은 에피소드는 커피와 예술가들의 관계를 말해 줍니다. 베토벤, 바흐, 발자크, 고흐처럼 많은 예술가들이 커피를 탐닉했습니다. 아방가르드와 클리셰의 차이일 뿐 이런 커피탐닉은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오후에 3시간 이상 글을 쓰려면 커피의 마력에 의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저런 차(茶)도 음용해 보았지만 각성 효과면에서 커피를 능가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 중세의 수도사들이 집중력을 요하는 필사(筆寫) 작업을 하기 위해 커피를 마신 것처럼 명징한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는 커피만한 것이 없다. 따뜻한 커피가 뇌혈관의 실핏줄을 타고 전두엽에 퍼져 나가면 뿌연 안개 덮인 하늘이 비 갠 아침의 가을 하늘처럼 청명해진다. 그러면 마치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육상 단거리 선수처럼 노트북 자판에서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다. <커피를 예찬한 작가와 예술가들> news1(2020.10.01)


커피 낭만주의는 소심한 사람들에게 유사마약의 경험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심리적 약자인 이들은 카페인 러쉬, 카페인 수혈, 카페인 금단처럼 신조어를 만들며 작은 공동체를 만듭니다. 그들은 커피에 몰입하며 탐닉합니다.


우리는 카페인을 마약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모두가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카페인은 인간의 의식을 강력히 변화시킨다. 매일 취하기 때문에 기본값이 되었을 뿐이다. ‘카페인 금단 증상’의 전문가인 롤런드 그리피스 박사는 두통과 피로, 주의력 결핍, 현기증, 근육통 등을 경고한다. 나는 커피를 한번 끊어보기로 했다. 카페인에 마비되지 않은 정신 상태를 오랜만에 경험하고 싶었다. 작심삼일. 너무 피곤하고 비생산적이었다. 정신이 흩어져서 한 가지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내가 아닌 기분이었다. 원고 마감이 있는데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글쓰기는 추상적인 사고를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한글이라는 소리글자를 쓸 때는 생각을 차례 지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일렬 배치해야 한다. 카페인은 의식을 모아 선형적으로 정리하는 능력을 탁월하게 향상시킨다. 지금도 나는 에스프레소 원샷의 효과로 문자를 빠르게 나열하고 있다. 커피는 우리의 생산성을 책임진다. <카페인, 로고스의 친구> 한겨레(2021. 09. 26) 




#4.(카페인) 커피라는 이데올로기 


코카인, 헤로인, 모르핀 등은 법으로 금지됩니다. (무)의식적 금기의 영역에 존재하는 커피는 불법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극도로 증오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더 이상 커피는 천사의 약과 악마의 독이라는 낭만적 분열의 대상이 아닙니다. 증오 그 자체인 순수한 증오 속에서 커피는 희생양이 됩니다.


술, 커피, 방부제, 항생제, 그리고 프로작까지, 현대문명은 화학물질들을 입 속에 털어 넣어야만 겨우 돌아가는 심각한 ‘중독사회’다. 대한민국의 밤은 알코올이 만들어 내는 활력으로 유지되는 우울공화국이요, 대한민국의 낮은 커피가 만들어 내는 활력으로 지탱되는 피로공화국이다. <카페인 공화국> 한겨레(2011.11.29) 


“커피는 불온한 것이다”, “커피는 몸에 해롭다”와 같은 커피혐오는 파괴적인 감정을 동반합니다. 커피하우스의 여론을 두려워했던 오스만제국과 유럽의 위정자들에게 커피는 ‘불온한 것’이었습니다. 위정자들에게 커피는 혐오정치의 대상이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커피에 대한 정치적 혐오는 대부분 해체되었습니다. 그러나 ‘커피는 몸에 해롭다, 그러므로 금지한다’라는 생체정치(bio-politics)는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생체정치에 근거한 커피혐오는 “커피는 마약이다”라는 극단으로 확대됩니다.


만성두통, 수면장애, 소화질환, 빈혈, 암, 탈모 등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커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만으로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졌던 수많은 사례를 지켜본 경험 때문이다. 커피를 끊지 못하는 환자들은 회복이 영 더디었다. 반면 커피를 끊고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회복 속도가 현저히 빨랐다. 나는 무서운 질환에 시달렸던 환자들 이야기로 독자를 겁주려는 게 아니다. 수많은 커피를 몸에 집어넣었는데도 오늘도 무탈하게 살아 있는 여러분의 몸이 더 안 좋아지기 전에 구출해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만성피로 환자의 90%는 커피 중독자였다. <커피 마약을 끊어야 하는 7가지 이유> 뉴시스(2021.06.18) 


생체정치는 개인의 몸(정신과 육체)에 관한 것입니다. 개인의 몸을 특정목적을 가진 지배자들이 관리하려는 상황을 생체정치적 상황이라고 합니다. 미셀 푸코(Foucault)와 같은 철학자는 생체정치를 위해 의학, 생명과학과 같은 각종 지식들이 동원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지식을 근거로 사람들의 몸을 통제한다고 주장합니다. “커피는 몸에 해롭다, 그러므로 금지한다”라는 생체정치의 신념은 대부분 현대의학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현대의학에 대한 믿음은 거의 종교적입니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은 푸른곰팡이로부터 페니실린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현대의학을 상징하는 페니실린, 항생제는 기적의 약이었습니다. 발병이 곧 죽음을 의미했던 시대, 현대의학은 이러한 시대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켰습니다. 마치 커피가 정신을 위한 기적의 약이었던 것처럼 페니실린은 육체를 위한 기적의 약이 되었습니다. 이로써 현대의학은 거대한 신화가 되었습니다. 


“커피는 독입니까 약입니까?” 마치 과거 교황에게 질문하듯 현대의학에 질문해 봅니다. 그러나 현대의학의 답은 교황이 커피에 세례를 주는 행위보다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언론이 분열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처럼 현대의학의 판단에 의한 (카페인) 커피는 독이자 약이며 약이자 독입니다.


<당신이 매일 마시는 커피의 몰랐던 효능 5가지> 헬스조선(2021.10.02)

<하버드 의대가 알려주는 커피의 좋은 점 4가지> 한겨레(2019.10.19)

<'모닝커피'는 필수? 몸에 안 좋은 이유 3가지> 헬스조선(2020.02.29)

<커피는 어떻게 우리의 건강을 망가뜨리는가?> 한의신문(2021.07.01)


현대의학의 한계를 모르는 이들은 피 한 방울을 검사해서 모든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의료기술이 완벽한 건강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건강이란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한 사람의 건강에 개인의 생활 습관은 물론 학력, 직업, 거주지역, 문화 등 사회적 맥락이 개입한다. <현대 의학의 한계를 똑바로 보기 위하여> 한겨레(2021.03.19)




#5.스페셜티 향미(flavor)


커피는 독입니까 약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구체적 답은 아직 없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을 조금 더 들여다 보면 우문(愚問)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중세 성직자들이 교황에게 던진 질문처럼 대단히 어리석은 질문인 것입니다. 현대의학에 따르면 커피의 카페인은 약일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카페인과 연동된 생물학적 건강이란 사회문화적 맥락과 함께 판단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커피의 정체는 독과 약으로 단순하게 설명될 수 없는 (사회문화) 다층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층적인 속성을 지닌 커피의 정체성은 특정 개인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커피는 독입니까 약입니까? 이러한 우문에 대한 현답(賢答)이 있었습니다. 1974년, 스페셜티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미국의 커피전문가 에르나 크누센(Erna Knutsen)이 처음 언급한 스페셜티는 커피의 인문지리적 정체(identity), 원산지에 따른 커피향미의 특성과 그것의 고유성을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커피의 정체성은 원산지에 따른 차별적인 커피향미에 따라 다양하게 형성된다라는 주장입니다.


스페셜티는 커피의 의과학적 정체인 "커피는 카페인이며 따라서 약/독이다”라는 생물학적 단편을 해체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스페셜티를 주장하기 이전, 커피의 정체는 맛도 향도 없는 (쓴맛) 카페인이었습니다. 이때 커피의 섭취는 카페인 수혈을 의미했습니다. 이러한 커피문화 속에서 독과 약이라는 어리석은 질문은 존재 가능합니다. 그러나 스페셜티 커피문화에서 커피의 정체는 카페인이 아닌 향미(flavor, 맛+향)를 의미하게 되며 커피를 즐기는 행위는 커피향미를 즐기는 행위가 되는 것입니다.


스페셜티의 등장은 커피의 정체가 카페인에서 향미로 이동을 의미합니다. 요리를 즐기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맛+향) 향미인 것처럼 커피를 즐기는 이유가 커피의 다양한 향미가 된 것입니다. 이때부터 “커피는 독입니까 약입니까?”와 같은 질문은 우문이 되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주관과 취향에 따른 특정 싱글오리진 커피의 선택과 가치소비는 스페셜티 커피문화의 핵심입니다. 카페인이 생물학적으로 불편한 사람들은 디카페인을 즐기고 있습니다. 동시대 과학기술의 발달로 카페인만을 안전하게 추출해서 제거합니다. 취향과 주관의 선택이란 한 개인이 스스로 감각하며 의식하고 사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에르나 크누센이 제일 좋아했던 커피는 인도네시아 만델링입니다. 다른 커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 특별한 향미의 커피는 그녀에게 가장 큰 행복이었다고 합니다. ☕■




#6.영상


(1)커피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카페인, 커피역사 #카페인 효과

Coffee and what it does to your body -

*영상제작: BBC World Service, *2023, *6분, *영어(한국어 자동자막 설정 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62wEk02YKs0&t=307s


(2)카페인은 어떻게 역사를 변화시켰나

#카페인, 커피역사 #카페인 효과

How Caffeine Addiction Changed History 

*영상제작: WIRED, *2022, *6분, *영어(한국어 자동자막 설정 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WD6cYabx0nk


(3)카페인의 이해

#카페인 #카페인 효과

Caffeine: Explained

*영상제작: James Hoffmann, *2021, *10분, *영어(한국어 자동자막 설정 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j805qJJajmM&t=41s


(4)디카페인 커피의 이해

#디카페인 커피 #디카페인 커피 제조 방식 #좋은 디카페인 커피

Decaf Explained

*영상제작: James Hoffmann, *2024, *20분, *영어(한국어 자동자막 설정 필요)

https://www.youtube.com/watch?v=yYTSdlOdk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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