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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커피: 환경, 경제, 사회

by doklip coffee




#1.지속가능(sustainable)이라는 수식어


‘지속가능(sustainable)’이라는 개념은 1962년, 해양과학자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의 책 『침묵의 봄(Silent Spring)』에서 출발했습니다. 1960년대, 이 책은 다양한 사회문화 운동에 ‘환경’이라는 개념을 추가시켰습니다. 이 책으로 인해 환경운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때만 해도 환경 파괴와 오염은 사회경제적 발전을 위한 비용으로서 감내해야 할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당시 환경파괴에 대한 문제제기는 사회, 문화, 경제의 영역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침묵의 봄』은 이러한 통념을 해체하며 당시 물질과 정신의 세계를 좌우하던 권력과 자본의 균형을 뒤흔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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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에서 레이첼 카슨은 해충을 죽이기 위한 살충제 DDT가 흙과 물속에 잔류하며, 이에 노출된 생물체의 몸속에서 점점 농축되고, 생태계의 먹이 사슬을 따라 상위의 생물체인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이런 주장에 따른 파장으로 환경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번졌으며 1969년, 미국은 ‘국가환경정책법’을 제정하였습니다. 이후 환경에 대한 관심은 미국을 넘어 글로벌 트렌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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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연구하는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라는 보고서를 출간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에너지 자원의 고갈, 물과 공기와 땅의 오염, 기후 변화와 그 파급 효과와 같은 생태적 위기에 대해 경고합니다.


같은 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113개국이 참여한 ‘UN인간환경회의’에서 「인간환경선언」이 채택, 선언됩니다. 「인간환경선언」의 핵심 내용은 “인간은 그 생활의 존엄과 복지를 보유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유, 평등, 적절한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기본적 권리를 갖는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1972년의 「인간환경선언」은 두 가지 측면에서 강력한 비판을 받게 됩니다.


첫째는 「인간환경선언」에서 노출된 인간중심주의입니다. 많은 학자들은 한계에 봉착할 인간중심의 세계관을 비판하며 생태중심적 세계관으로의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이후 이러한 비판은 노르웨이 철학자 아르네 네스(Arne Naess)의 심층생태론(Deep ecology)과 미국의 사상가 머레이 북친(Murray Bookchin)의 사회생태론(Social ecology)으로 수렴되었습니다.


둘째는 「인간환경선언」에 내재된 선진국 중심의 환경주의였습니다. 국제사회는 자연환경을 포함하는 제3세계의 빈곤이나 불평등처럼 다양한 사회경제적 쟁점들을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이후 ‘지속가능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지속가능 발전’은 1987년 ‘환경과개발에관한세계위원회(WCED)’가 펴낸 『우리 공동의 미래』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집니다. 이 보고서에서 밝힌 지속가능 발전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는 개념으로 사회와 경제 발전에 더불어 환경보호를 함께 이루는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의미합니다.”


이어서 1991년,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유엔환경계획(UNEP),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은 『지구를 아끼기: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였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지속가능 발전이란 “생태계가 수용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인간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또한 지속가능 발전은 선진국과 후진국, 현재세대와 미래세대, 인간과 자연·생물 등의 형평성에 주목합니다. 따라서 지속가능 발전은 (1)환경 정의, (2)사회 정의, (3)경제 정의를 포함하는 구체적인 것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후 ‘지속가능’이라는 말은 동시대에 가장 많이 쓰이는 수식어가 되었습니다. 지속가능 건축, 디자인, 경영, 도시, 공동체처럼 여러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만큼 비판 또한 다양합니다.


가장 본질적인 비판은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것으로 환경보호, 경제발전, 사회정의라는 세 가지 개념의 충돌입니다. 환경파괴 없는 경제발전이 어떻게 가능할까? 경제발전의 욕망과 사회정의라는 윤리는 동시에 구현 가능할까? 사실 지속가능 발전이란 이러한 질문에 답할 수 없는 모호한 개념입니다. 지속가능과 발전이라는 개념은 마치 물과 기름 같은 상이한 것으로 현실세계에서는 공존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지속가능 발전’이라는 개념의 등장과 선언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는 극심한 환경파괴와 오염 그리고 이에 따른 자연재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환경생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태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도시공학자 반영운 교수의 기고문 「지속가능한 개발의 문제점과 대책」(충북인뉴스, 2007.10.31)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지속가능한 개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을 피조물의 공생 세계관(Symbiosis World View)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자연을 인간의 필요를 채우는 도구나 재료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행동하였다면 이후로는 모든 피조물이 서로 상호 연결되어 공생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둘째, 생산 지향적인 사회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즉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 폐기의 시스템에서 자원의 낭비를 피하고 반복적으로 순환시켜 환경 부담이 적은 사회인 순환사회(Recycle Society)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빈곤개선에 효과가 있는 최소한의 성장률 확보를 위한 제3세계의 성장회복, 자원 및 에너지 절약적 성장 질의 변경, 기본적 인간욕구의 충족, 인구증가의 지속가능 수준의 확보, 자원기반의 보호와 강화, 기술의 방향전환과 위험관리, 환경과 경제를 고려한 의사결정 등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넷째, 인간 스스로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모든 피조물의 존재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환경인식의 혁명을 이루어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인류는 다가올 종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지속가능 커피(sustainable coffee)


1999년, '지속가능 커피'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미국 소비자위원회(CCC)는 『기로에 선 지속가능 커피(Sustainable Coffee at the Crossroads)』라는 백서를 발표하는데 이 백서에는 당시 커피생산지역의 환경적 문제와 커피생산자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대한 분석이 담겨 있습니다.


백서는 커피생산지역의 환경적 상태를 “그늘커피 경작에서 햇빛커피 경작으로 전환, 이를 위한 대규모 산림 벌채, 산림 벌채에 따른 토양유실, 습식(washed) 가공의 증가에 따른 수자원의 황폐화의 악순환”으로 설명하며 또한 이곳 농부들이 처한 상황을 “열악한 노동환경, 극도로 낮은 임금,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낮은 커피가격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붕괴의 위기”로 분석했습니다.


백서는 이러한 커피생산지역의 환경적 상태와 사회경제적인 상황의 미래를 위해 공정무역(Fair Trade), 유기농(Organic), 열대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과 같은 시민사회단체(NGO)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은 커피생산지역 환경, 경제,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그리고 백서는 이러한 NGO가 인증한 커피를 지속가능 커피(sustainable coffee)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때부터 ‘지속가능 커피’는 커피의 미래를 위한 환경, 사회, 경제적 측면들을 충족시키며, 이 상태에서 생산, 유통, 소비되는 커피로 정의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마치 UN의 지속가능 발전처럼 “현재 세대를 위한 커피를 충족시키며, 미래 세대를 위한 커피의 자원을 훼손하지 않는 커피의 생산과 소비”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지속가능 커피란 아래 이미지처럼 환경, 경제, 사회라는 영역들의 교집합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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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커피는 커피 생태계에 가장 큰 화두가 되었습니다. 위 그림처럼 커피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개념으로 수용되었습니다. 이후 지속가능 커피는 원론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행동(action)으로 나타났습니다. 백서 『기로에 선 지속가능 커피』에서 언급된 공정무역, 유기농, 열대우림동맹과 같은 NGO들의 활동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는 커피생산지역은 물론 커피소비지역에서도 광범위한 지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NGO들의 행동 결과가 모두 성공적이지는 않습니다. 마치 UN의 지속가능 발전이라는 개념이 현실공간에서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것처럼 커피의 지속가능성 또한 다양한 현실적 문제에 봉착합니다. 커피의 지속가능성, 곧 커피의 미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작동하는 커피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가치사슬(value chain)’이란 특정 상품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연결된 가치 발생의 고리들을 의미합니다. 커피 생태계에서 말하는 한 알 씨앗에서 한잔커피까지(Coffee from Seed to Cup)의 여정과 같은 것입니다.


아래 도표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며 현재도 작동하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구조를 요약한 것입니다. 커피를 둘러싼 오래된 관행과 제도의 축소판인 가치사슬은 지역마다 상황마다 각기 특별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습니다. 실제로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아시아와 연결된 가치사슬은 그곳의 생태환경, 농부들의 정치경제적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기업형 농장(Estate), 소규모농장, 협동조합 등의 운영구조, 국가별 농업정책, 자본규모에 따라 가치사슬의 연결고리 형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사슬의 기본구조는 다음 도표처럼 요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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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씨앗>커피체리(농부)>생두(가공업자)>원두(로스터)>한잔커피(카페)”의 순서대로 물리적 변화를 거치며 이때마다 경제적 부가가치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잔커피는 최종 소비자에 의해 소비됩니다. 이로써 커피의 여정이 마감됩니다.


커피의 미래를 위협하는 문제들은 크게 커피생산지역과 커피소비지역에서 발생하는 환경, 경제, 사회적 문제들로 나눌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커피의 가치사슬 내의 당사자들과 가치사슬 외부의 제3자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커피생산지역의 경우, 각 지역의 협동조합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커피소비지역의 경우, 독립커피숍들의 직거래와 가치소비자들의 선택적 소비가 이러한 활동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한 가치사슬 외부의 제3자(the 3rd party), 즉 공정무역, 유기농, 열대우림동맹과 같은 지속가능표준(VSS)들의 인증사업은 지속가능 커피, 곧 커피의 미래를 위한 활동 입니다.


물론 이러한 활동들이 지속가능 커피의 미래를 충분히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가능 커피를 위해 커피소비지역과 생산지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수없이 많고 다양합니다. 특히 커피생산지역에 존재하는 가치사슬의 구조적 문제, 제도적 관행들은 커피의 미래를 어둡게 할 뿐입니다. 2017년에 발표된 논문 「커피 산업의 균형 잡힌 지속가능성 비전을 향해(Towards a Balanced Sustainability Vision for the Coffee Industry)」에 따르면, 현재 지속가능 커피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커피생산지역의 사회, 경제, 환경적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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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커피생산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커피의 미래를 위협하는 사회, 경제, 환경의 모든 문제들은 대부분 커피생산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커피생산지역이란 커피벨트, 북위 25도와 남위 25도 사이에 있는 지역으로서 커피재배에 최적화된 자연환경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을 말합니다.


커피벨트에 위치한 국가 대부분은 유럽제국의 식민통치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이곳은 보통 제3세계(Third World),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로 불리며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곳입니다.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커피벨트에서는 1,250만 가구가 커피농사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커피를 생산하는 농부들의 삶은 열악합니다. 『커피바로메터』에 따르면 브라질을 제외한 커피생산국의 커피농부들은 자국의 평균적 삶보다 더 가난하게 살고 있습니다. 1930년대 세계대공황 이후 국제커피가격은 지속적으로 폭락했으며 1960년대 당시 커피생산지역 정치적 혼란에 커피농부의 미래는 없었습니다. 커피농부들은 파산하거나 스스로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커피의 미래는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커피생산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인 행동이 시작됩니다. 1962년, UN이 주도하는 국제커피협정(ICA)이 체결됩니다. ICA는 커피생산국들과 커피소비국들의 협정, 커피생산과 커피소비를 합의하며 예측 가능한 생산과 소비에 대한 협정, 커피쿼터제를 의미합니다. 이로써 커피생산과 커피가격은 안정됩니다. 협상을 주도한 UN은 1963년, 국제커피기구(ICO)까지 발족시켰습니다. 그러나 1989년, 미국의 탈퇴를 시작으로 ICA는 해체됩니다. 일부 평론가는 ICA를 지속가능 커피를 위한 최초의 행동(action)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국제커피협정(ICA)은 국가단위의 행동이었습니다. 국가단위의 행동은 언제나 국가정책에 따라 좌우됩니다. ICA의 해체의 결정적인 원인은 1989년 미국의 탈퇴, 곧 신자유주의와 연동된 미국의 정책변화 때문이었습니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ICA는 나쁜 커피를 비싸게 구매하는 불공정한 무역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공정무역(Fair Trade)과 같은 비정부기구(NGO)의 관점에서 이들의 자유무역(Free Trade)이란 약소국 약자들을 착취하는 불공정한 무역인 것입니다.


유기농(Organic), 열대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 4C(The Common Code for the Coffee Community)와 같은 NGO들이 등장하는데 지속가능 커피를 위한 이들의 인증사업을 지속가능표준(voluntary sustainability standards, VSS)이라고 통칭합니다. VSS는 1989년에 해체된 ICA의 역할을 대신하게 됩니다. 이후 VSS는 커피 생태계에서 큰 영향력을 갖게 되며 VSS인증커피는 지속가능 커피와 동일시되기도 합니다. 물론 VSS인증커피와 지속가능 커피는 별개의 것입니다.


수많은 VSS의 난립은 이들의 정체와 목적에 대한 우려를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1999년에 발행된 백서 『기로에 선 지속가능 커피』는 ‘지속가능 커피’라는 용어 정의는 물론 난립하는 VSS의 실태와 커피 소비자들의 혼란에 대한 보고서였습니다. 공정무역, 유기농, 열대우림동맹, 4C처럼 주요 VSS의 역할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공정무역(Fair Trade)

1989년 출발한 공정무역은 소규모 커피농장의 사회적,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는 데 역할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주지하듯이 전 세계의 커피생산은 가족단위로 운영되는 약 1,000만 개의 소규모 농장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커피생산국 내에서도 사회경제적 약자입니다. 또한 이들이 생산한 커피값은 이들이 결정할 수 없습니다. 이미 결정된 국제수매가격(C price)에 팔아야 합니다. 보통 커피 수매가격은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정무역은 이들에게 수매가격보다 높은 최소한의 대가를 지불합니다.


공정무역은 커피생산지역의 환경보다 농부들의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우선 해결해야 할 것으로 간주합니다. 그렇다고 공정무역이 커피생산지역의 환경문제를 무시하거나 지나치는 것은 아닙니다. 공정무역은 농부들이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보다 환경 친화적인 농업 관행을 장려합니다. 실제로 공정무역 인증 농장의 50%는 유기농 인증을 동시에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음은 논문 「공정무역의 가치사슬과 주류화: 한국의 공정무역 사례」에서 발췌한 공정무역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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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Organic)

유기농은 생태환경 중심의 인증입니다. 예를 들어 커피농장이 EU유기농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기후 및 환경의 보존, #토양비옥 상태 보존, 생물다양성 보전, #자연 순환, #화학 및 합성 제품 사용불가, #GMO 성분 사용불가, #소비자를 위한 투명한 정보 제공 등입니다. 유기농은 커피농부들의 사회경제적인 문제들보다 지속가능 커피를 위한 환경문제 해결에 집중합니다.



#열대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

열대우림동맹은 다양한 생물의 보호와 생물다양성의 보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호와 보전을 통해 자연뿐 아니라 인간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것을 목표로 합니다. 특히 열대우림동맹은 커피벨트의 열대 우림의 훼손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반면 그늘커피 재배방식 같은 임업농업을 장려합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의 농법을 사용하도록 농부들과 함께 하며 토지와 작물을 더 풍요롭게 관리하는 방법을 공유합니다.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농부들의 인권 보장을 목표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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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C(The Common Code for the Coffee Community)

4C는 전 세계의 커피 생산자, 기업, 산업, NGO, 과학자 등 다양한 커피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VSS입니다. 커피농장은 4C 인증을 받기 위해 4C가 제시하는 지속가능 커피를 위한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지속가능 커피를 위해 경제, 사회, 환경 영역에서 지켜야 할 4C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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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커피소비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커피생산지역과 커피소비지역은 정치경제, 사회문화적으로 거의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습니다. 커피생산지역이 커피벨트의 가난한 국가(global south)들이라면 커피소비지역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global north)들입니다. 커피소비지역에서 커피는 일상문화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으며 이곳에서의 커피는 단순한 상품을 넘어서 다양한 인문적 활동과 연동되어 있습니다. 다음 그래프는 대륙별 커피생산국에서 커피소비국으로 이동하는 커피를 시각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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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출발한 ‘공정무역’은 커피생산지역, 소비지역을 포함하는 커피 생태계의 중요한 섹터가 됩니다. 이들의 막대한 조직과 권력은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공정무역에 대한 문제제기가 시작됩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공정무역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지속가능 커피에 대한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1995년 창업한 카운터컬처, 인텔리젠시아, 스텀프타운의 청년 로스터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공정무역을 비판했습니다.


첫 번째, 공정무역 커피의 나쁜 품질과 이에 따른 커피향미의 부족입니다. 커피의 사회경제적 측면을 해결하려는 공정무역에서 커피의 품질과 향미는 간과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정무역 커피, 곧 지속가능 커피는 “착하지만 맛은 없다”라는 비판이 제기되곤 했습니다.


두 번째, 공정무역이 제시하는 커피값(Fairtrade minimum price)은 커피농가의 경제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합니다. 또한 공정무역의 커피값은 마치 국제수매가격(C price)처럼 고정된 것이기 때문에 더 좋은 커피를 생산하려는 농부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합니다. 아무리 좋은 커피를 생산해도 공정무역의 커피값에는 차등이 없기 때문입니다.


청년 로스터들은 커피 가치사슬의 단계들을 뛰어넘어서 농부들과의 직거래(direct trade)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커피 생태계에서 직거래는 공정무역만큼 주목 받게 됩니다. 이들은 직거래를 통해 조달한 커피를 싱글오리진(single origin)이라 불렀으며 이것을 지속가능 커피로 생각했습니다. 커피생산지역의 일부 농부들은 직거래를 환영했습니다. 커피가격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점과 좋은 커피를 생산하면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그곳의 협동조합 차원에서 볼 때 개별농장과의 직거래는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직거래는 실험적이며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되며 공정무역처럼 크게 확산되지는 못했습니다. 직거래가 보편적인 커피조달(sourcing)로 수용되기에는 너무나 특별하게 윤리적이며 비자본주의적 경제행위라는 문제 아닌 문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텀프타운 홈페이지에서는 직거래에 대해 다음처럼 정의합니다.


“우리의 직거래는 세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합니다. 첫째, 상품시장(commodity market)의 가격이 아닌 품질에 따라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합니다. 둘째, 우리는 생산자를 포함하는 커피의 여정을 투명하게 밝힐 것이며, 커피 생산자들에게 우리의 커피 판매 방식을 자세하게 설명할 것입니다. 셋째, 이러한 관계를 장기간 유지하며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은 스텀프타운이 추구하는 커피경험의 비전을 뒷받침하며, 그 비전은 스텀프타운 사업의 모든 단계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한편, 다국적 대기업들도 지속가능 커피를 위한 행동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지속가능 경영(ESG)'이라는 용어를 만들며 환경, 경제, 사회 대신 이윤(profit), 사람(people), 지구(planet)란 키워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네슬레(Nestlé)나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로스터는 지속가능표준(VSS) 인증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네슬레의 ‘AAA Sustainable Quality’, 스타벅스의 ‘CAFE Practices’는 독립된 제3자 인증이 아닙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들의 VSS 인증은 종종 위장생태주의(green washing)로 비판 받기도 합니다.


지속가능 경영은 지속가능 커피를 위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 경영의 기업들이 생산하는 캡슐커피는 대단히 반환경적인 플라스틱, 알루미늄 폐기물들을 발생시킵니다. 또한 이들이 포기하지 못하는 플라스틱 코팅 1회용컵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대표적인 폐기물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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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폐기물들은 지속가능 커피의 어두운 미래를 의미하는 것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이러한 것들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이들은 지구의 환경보다 경제적 이윤을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환경문제보다 편리함을 우선하는 소비자가 존재하는 한 이들은 결코 오염물질들을 포기하지 못할 것입니다.


주지하듯이 지속가능 커피는 사회문화적 세계관이자 사회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개념이자 행동입니다. 이러한 세계관과 가치는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기업이 반영하거나 실행할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합니다. 기업은 경제를 위해 존재하며 경제와 사회, 경제와 환경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힘든 것입니다.


지속가능 커피를 위한 세계관과 가치의 실행은 (1)사회적 공익을 목적으로 한 비정부기구(NGO), 지속가능표준(VSS), (2)가치사슬에 존재하는 특정 소비자들과 생산자들, (3)이러한 세계관과 가치를 우선하는 독립커피숍 네트워크에서 가능합니다.


특히 VSS와 독립커피숍의 배후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소비자들의 가치소비는 지속가능 커피를 위한 핵심 행동입니다. 이들 가치중심의 소비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VSS, 독립커피숍들은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인간은 소비하는 동물, 곧 호모 콘숨멘스(Homo Consummens)입니다. 인간의 소비활동은 경제구조, 기업형태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인간활동입니다. 보통 소비는 욕망과 쾌락, 사치와 방탕으로 치부되었습니다. 그러나 소비가 자기를 표현하고 실천하는 행위로 변환되고 있습니다. 특히 ‘가치소비’는 기존 소비 행위와는 다르게 윤리적 신념이나 개인취향에 따라 소비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 커피의 소비란 소비자가 자신의 구매력을 통해 지속가능 커피와 연동된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책임을 구현하고, 커피가치사슬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소비 형태를 의미합니다. 지속가능 커피의 소비를 통해 자신의 취향, 정치, 사회적 신념 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은 동시대 호모 콘숨멘스의 정체이자 지속가능 커피의 물질적 토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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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커피소비지역에 퍼져 있는 독립커피숍, 예를들어 덴마크 코펜하겐의 커피콜렉티브(Coffee Collective)와 같은 카페들은 지속가능 커피를 위한 특별한 장소입니다. 이곳에서 지속가능 커피라는 추상적 개념과 가치는 한잔커피로 구체화됩니다. 가치소비자들은 이곳에서 ‘미닝아웃’하며 특정 공동체를 만듭니다. 이러한 독립커피숍은 1990년대 등장한 카운터컬처, 인텔리젠시아, 스텀프타운과 같은 커피숍, 이들의 커피와 커피문화에 대한 독립된 개념과 가치에서 출발했습니다. 직거래라는 비경제적인 개념으로 조달한 싱글오리진 커피로 경제적 성공을 이루어낸 것처럼 이들의 비경제적이고 비주류적인 공간적 특성은 가치소비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로서 독립커피숍의 경제적 성공, 지속가능성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지속가능 커피의 생태, 경제, 사회의 유기적 관계는 커피소비지역에서도 중요합니다.


‘지속가능 커피’는 (서구)인간중심적인 세계관을 해체하며 커피의 생태학, 커피벨트의 커피농부, 독립커피숍과의 공생과 공진화를 의미하는 생태적인 개념입니다. 또한 지속가능 커피란 커피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라는 선형경제(Linear Economy)를 지양하며 커피를 아끼고 재활용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를 뜻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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