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5]
김진길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섬 하나 있다
방어진을 향하여 거칠게 달려드는
성이 난 바다의 혀를 다스리는 섬이다.
바위에서 부서진 험하고 날 선 말이
공명통 속에 들어 묵직하게 구를 때
거문고 울음소리를 낸다 해서 슬도(瑟島)인 섬.
바다로 나고 드는 길목에 우뚝 서서
불멸의 전초처럼 자리를 지키다가
잘 누빈 순한 물결을 내항으로 보내는 섬.
익명 혹은 실명으로 항해하는 사이버 바다,
양날의 검은 혀가 사납게 자란다면
가까이 한 가락 태울 저 슬도를 둬야겠다.
이미지 출처 : 울산 여행.방어진 슬도.대왕암 공원.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