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4]
김진길
풍어의 깃발 달고 포경선이 귀항한다
포구를 들썩이는
개선의 뱃고동 소리
간만에 대물을 맞는 고래막이 북적인다.
허리에 숫돌을 찬
큰 칼잡이 해부장이
파도의 눈빛으로 고래 등을 밟고 서서
파랗게 날 선 장검으로 인부들을 호령한다.
바다의 제왕격인 고래를 보내는 길
선도(鮮度)를 살려 내는 지존의 예법으로
한나절 내리 한나절
칼을 갈고 또 간다.
해체 쇼를 아퀴 짓는
저물녘의 칼잡이들
장골을 발라 놓고 맨정신엔 못 가는지
그 밤엔 고래가 되어 귀갓길이 흔들린다.
누구는 칼을 잡고
또 누구는 회유(回遊)하는
고래와 칼잡이의 대물림은 숙명인가
암각 된 그림 속으로 탁본하듯 달이 간다.
이미지 출처 : (울산)장생포고래문화마을 장생포옛마을과 고래조.. : 네이버블로그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