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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길 Oct 04. 2024

큰 칼잡이의 노래

[2024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4]

   큰 칼잡이의 노래


                                                                      김진길


   풍어의 깃발 달고 포경선이 귀항한다

   포구를 들썩이는 

   개선의 뱃고동 소리

   간만에 대물을 맞는 고래막이 북적인다.


   허리에 숫돌을 찬 

   큰 칼잡이 해부장이

   파도의 눈빛으로 고래 등을 밟고 서서

   파랗게 날 선 장검으로 인부들을 호령한다.


   바다의 제왕격인 고래를 보내는 길

   선도(鮮度)를 살려 내는 지존의 예법으로

   한나절 내리 한나절 

   칼을 갈고 또 간다.


   해체 쇼를 아퀴 짓는 

   저물녘의 칼잡이들

   장골을 발라 놓고 맨정신엔 못 가는지

   그 밤엔 고래가 되어 귀갓길이 흔들린다. 


   누구는 칼을 잡고 

   또 누구는 회유(回遊)하는

   고래와 칼잡이의 대물림은 숙명인가

   암각 된 그림 속으로 탁본하듯 달이 간다.



  이미지 출처 : (울산)장생포고래문화마을 장생포옛마을과 고래조..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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