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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May 22. 2024

대륙은 무엇인가

질란디아,  제8의 대륙:  뉴질랜드 3부작 - 3부

대륙의 실수라는 중국 제품들이 있다. 반어법으로 표현된 문장에서 대륙은 크고 강하고 뭔가 쉽게 움직이지 않는 것을 떠올린다. 한국 제품이 미국이나 중국에서 성공하면 대륙을 움직였다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대륙은 우리가 가야 할 어딘가이고 뭔 가이며 적어도 우리는 대륙이 아닌 것이다.  물론 중국은 대륙이 아니고 아시아에 포함된 나라 중의 하나이다. 


대륙의 구분, Source: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흔히 우리는 지구를 구성하는 지리학적 특징을 이야기할 때 5대양 6대주라는 말을 쓴다. 

5대양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북극해, 남극해를 말하고, 6대주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를 일컫는다. 대주는 대륙을 의미하는데, 실재로는 여기에 남극을 합쳐서 7대 주인 것이 맞다. 편의에 따라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을 붙여 아프로-유라시아라고 아메리카를 한 대륙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대륙의 수는 4개까지 줄어든다. 대륙의 수는 가변적이다.


대륙의 의미


대륙(大陸, Continent)이란 지구의 표면에 존재하는 바다에 둘러싸인 큰 땅덩어리를 의미한다. 즉 바닷물에 잠기지 않는 지역으로서 그 넓이가 상당한 곳을 의미한다. 해수면은 지질시대에 따라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대륙의 넓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전 빙하기에는 서해가 육지화되어 중국과 연결됐다는 것이 그 예이다. 뭔가 큰 것을 이야기할 때, 그 의미가 중의적인 것처럼 대륙도 그렇다. 영국에서는 대륙이라고 하면 유럽을 의미하고, 대항해 시대 이후 발견된 아메리카에 대해 유럽인들은 신대륙이라고 불렀다. 


정의상 남북아메리카는 중남미로 이어져 있으나 따로 나누기도 하고, 유럽과 아시아는 어디가 경계인지 모호하다. 바다에 둘러싸인 것은 맞지만 겉보기에 땅이 아닌 얼음으로 되어 있는 남극은 가장 늦게 대륙으로 인정받았다. 참고로 남극은 학력 수준이 가장 높은 대륙이다. 원주민은 없고 일시 거주자들은 박사급 연구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륙이 되는 크기 기준을 누가 딱 정해 놓은 것도 아니고 국제적인 합의의 실익이 없기 때문에 느슨하게 정의된다. 대체적으로 그린란드(216만 k㎡ ) 보다 크면 대륙이라고 하고, 고만하거나 더 작으면 섬이라고 한다. 대륙이라는 단어는 근대화 이전에는 사용되지 않던 단어인데, 영어의 "Continent"를 일본에서 한자로 옮기면서 "대륙"이라고 하면서 우리도 사용하게 되었다. 대체로 지역적으로 균일한 문화적으로 구별이 되는 지리적인 덩어리를 대륙이라고 한다. 대륙에 딸린 크고 작은 섬들(영국, 일본 등)대륙에 포함시켜 부른다. 


대륙의 지질학적 의미


다시 말하지만 대륙은 지구의 표면에 존재하는 대양에 둘러싸인 거대한 땅덩어리를 말한다. 따라서 바다가 없는 달이나 화성에는 대륙은 없다. 지구의 대륙은 바다에 비해 가벼운 지각 물질이 누적되고 안정화되어 큰 땅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지구 암석권의 가장 바깥 부분은 지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지각(Crust)은 상대적으로 무거운 해양지각과 상대적으로 가벼운 대륙지각으로 나눠져 있다. 


각 지각은 지구가 내부에서 만들어진 마그마가 굳어지면서 그 성분이 바뀌는 작용(분별작용)에 따라 가벼운 화강암질  같은 마그마가 대륙지각에 누적되고, 무거운 해양지각 위에 떠 있게 된다. 이때 떠 있는 부분이 대륙지각이고 이런 게 많이 넓게 모이면 대륙이 된다.


2억 년 전 쥐라기의 대륙 배열(로라시아와 곤드와나), Source: wikimedia commons by Lennart Kudling


지구 맨틀은 지구에서 부피적으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지구 내부의 열로 유동성을 갖는 용융된 암석으로 구성되고 대류현상이 생기하게 된다. 맨틀의 대류는 필연적으로 그 위의 지각을 만들기도 하고 만들어진 지각을 이동시키기도 한다. 지각은 여러 개의 판(palte)으로 구성되어 상대적으로 이동방향과 속도를 달리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지질시대 동안 대륙을 모이게도 하고 흩어지게도 한다. 이 현상은 지금도 유효한데 대서양처럼 해양지각이 만들어지는 곳도 있고, 동아프리카 구조곡 같이 대륙지각이 갈라지는 곳도 생긴다.


제8의 대륙, 질란디아


그런데 뉴질랜드가 8번째의 대륙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뉴질랜드 지도, Source: wikimedia commons by JRC (ECHO, EU)

뉴질랜드는 위키백과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오세아니아의 오스트랄라시아에 위치한 섬나라이자 왕정 주권국이다. 뉴질랜드는 북섬과 남섬, 그리고 600여 개의 작은 섬들로 구성되어 있다. 뉴질랜드의 총 육지면적 26.8만 k㎡ (한반도는 22만 k㎡)이다. 호주와는 태즈먼 해를 사이에 두고 2,000km 정도 떨어져 있고 뉴칼레도니아, 피지, 통가와 같은 태평양 북서부의 도서와는 남쪽으로 1,000km 이상 떨어져 있다. 지리적 고립으로 인해 뉴질랜드는 인간이 정착한 마지막 땅이 되었다. "


그렇다. 뉴질랜드는 분명히 섬나라다. 중세시대도 아니고 위성에서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뉴질랜드를 대륙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슨 근거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뉴질랜드는 오스트레일리아 판이 떨어져 나오면서 생긴 대륙판에 위치한 지질학적 대륙이다. 이 판 전체를 질란디아 대륙(Continent of Zealandia)이라고 부른다. 뉴질랜드 대륙(New Zealand continent) 혹은 태즈맨티스(Tasmantis)로도 불린다. 대부분은 물속에 있기 때문에, 해수면 위의  땅만을 의미하는 일반적인 대륙과는 살짝 다르다. 해저면적을 포함한 총면적은 492만 k㎡, 2021년 기준 육지 면적은 28만 7,256k㎡이다. 그린란드보다 크고, 오스트레일리아 대륙보다 작은 사이즈이며 대륙이 되는 조건을 충분히 만족한다.


가운데 뉴질랜드가 있는 질란디아의 높이 위성사진, Source: wikimedia commons by Ulrich Lange


현재의 뉴질랜드는 아시아판과 태평양판의 경계가 북섬과 남섬을 지나간다. 북동 주향인 우수향 주향이동단층인 알파인 단층(Alpime Fault)이 그 경계이다(아래 그림).  질란디아는 다른 대륙에 비해 대륙붕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평균 수심은 1,100m이고 가장 깊은 곳은 3724m이다. 질란디아의 크기는 현재의 인도와 비슷하다. 탄성파 탐사 결과와 코어링에 따른 시료 분석 결과 질란디아를 구성하는 암석은 대륙지각 성분임이 밝혀졌다. 


지구조도가 포함된 질란디아의 지도, Source: wikimedia commons by Alexrk


질란디아 대륙은 1억 5백만 년 전 호주 대륙과 서쪽 남극의 동쪽 편에 위치하던 섭입대 환경이었는다고 한다. 즉 곤드와나 초대륙의 일부로 그 대륙 면적에 5% 정도였다. 중생대 백악기인 8500만 년 전부터 곤드와나대륙에서 떨어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곤드와나대륙은 고생대말기에 존재하던 지금의 남반구땅이 합쳐진 초대륙이다. 질란디아는 지각이 늘어나면서 두께가 얇아지고 수심이 깊어지면서 바닷물이 들어오는 해침 작용이 발생했다. 결국 오늘날처럼 바다 밑에 위치하게 되었다. 


미래의 대륙 


이처럼 판구조론은 지질학의 진화론이다. 이를 통해 비로소 우리는 지구를 이해할 수 있었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과거의 초대륙인 팡게아가 분리되면서 현재의 대륙 배치가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대륙이 합종연횡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긴 지질학적인 시간 동안 일어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 정확한 예측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주장되는 미래의 대륙 모습 두 가지를 살펴보자. 


(1) 판게아 울티마(Pangaea Ultra, 최후의 판게아) 대륙


2.5억 년 후에 예상되는 팡게아 울티마 대륙, Source: wikimedia commons by D1221344


판게아 울티마는 미래에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초대륙 모델 중 하나이다. 판게아 프록시마(Pangaea Proxima)라고도 부른다. 이 모델은 대서양의 확장이 멈추고 다시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로-유라시아 대륙이 충돌한다는 것이 큰 틀이다. 대륙이 이동함에 따라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의 대부분이 저위도 지방으로 내려가고, 남극도 북쪽으로 올라가 한 덩어리로 합쳐지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약 1억 년 후 현재의 대륙들은 가장 멀리 떨어진 상태가 되었다가, 그때부터 다시 모이는 과정이 진행된다. 1억 5천만 년 후, 대륙들이 가까워지면서 대서양이 줄어들고 태평양은 반대로 더 넓어질 것이다. 2억 5천만 년 후에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북 아메리카가 모두 합쳐져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 될 것이고 인도양은 없어지고 해양은 태평양만 남는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남극 대륙은 따로 떨어져 남을 것이다.


한반도는 2억 5천만 년 후 초대륙의 중심지에 위치하고 주변에는 거대한 산맥들이 형성되어 현재의 사하라 사막과 비슷한 큰 일교차가 발생하는 사막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중국의 내륙도 마찬가지다.


(2) 아마시아(Amasia) 대륙


아마시아 형성의 3가지 시나리오, Chuan Huang, Zheng-Xiang Li, Nan Zhang


아메이지아라고도하며, 판게아 울티마 대륙처럼 미래에 아메리카와 아프로-유라시아가 결합되어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초대륙 가설 중 하나이다.


판게아 울티마와는 달리 대서양의 확장이 지속되어 태평양이 축소되고 아메리카 대륙 서부와 유라시아 대륙 동부가 충돌하여 초대륙을 형성한다는 내용이다.


2억 5천만 년 후 대륙의 모습을 현재 대륙의 이동과 거대한 플룸(plume)의 운동을 바탕으로 상상해 보면, 2억 5천만 년 후에 아시아로 모든 대륙이 합쳐져 새로운 초대륙을 형성한다. 

먼저 아프리카 대륙이 유럽 대륙에 접근하면서 지중해는 사라진다. 오스트레일리아는 6천만 년 전쯤부터 남극과 분리되어, 5천만 년 후에는 아시아와 충돌한다. 2억 5천만 년 후에는 북아메리카가 아시아와 만난다. 남극의 주위는 모두 중앙 해령으로 둘러싸이고, 현재는 운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실제로는 남아메리카에서 가까운 해구가 발달하여 면적이 커지고,  이동하여 초대륙의 일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인문 지리학적 기준


각 분야별로 대륙을 지칭하는 기준이 다른데, 문화적, 지리적, 역사적 관점에 따라 달라졌다. 이미 언급했듯이 영국인들은 유럽을 대륙이라고 불렀다. 역사적으로 나폴레옹이 1806년 영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단행한 대륙봉쇄령(大陸封鎖令, Continental System)에도 잘 나타나 있다.

지리학계에서는 유럽과 아시아는 묶어서 '유라시아(Eurasia)' 대륙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유럽도 아시아대륙의 일부 지역이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스스로를 대륙이라고 지칭해서 그렇게 통칭된다. 유럽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  그 경계는 결국 인위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우랄 산맥-카스피 해-캅카스-흑해로 이어지는 라인이다. 결국 지질학적인 경계선을 따라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5개의 대륙을 의미하는 올림픽기, Source: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우리가 잘 아는 올림픽 깃발인 오륜기(五輪旗, Olympic Flag)에는 5개의 원으로 대륙을 나타내고 있다. 1913년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제안한 이 깃발은 파란색은 유럽, 노란색은 아시아, 검은색은 아프리카, 초록색은 오세아니아, 빨간색은 아메리카 다섯 대륙을 상징하는 것으로 만들어졌다. 대체로 세계지도와 비슷한 위치인데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위치가 잘못되어 있다. 


대륙의 개수는 선정기준이 인위적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도 지구의 역동성을 잘 이해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의 과거와 미래를 충분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인위적인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나 변동이 가능한 지구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과학과 지구는 인간과 상관없이 이뤄지고 변화해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참고문헌


1. 나무위키

2. 위키백과

3. Mortomer, N. et. al., Zealandia: Earth's Hidden Contiment, GSA Today, v27, doi:10.1130/GSATG321A.1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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