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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May 11. 2024

티라노사우루스 '스코티'가 나타났다.

우리 주변 과학 이야기

1824년, 당시 영국 옥스퍼드셔 카운티에서 거대한 턱뼈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처음 보는 화석이 발견됐다. 당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모습을 가진 화석이 발견되자 전 세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수십 년의 연구 끝에 연구진들은  '공룡(Dinosaur)'이라는 생물종으로 명명했고 '메갈로사우루스'라는 이름을 붙였줬다. 그로부터 200년이 지난 올해, 국립과천과학관이 이를 기념해 세계에서 가장 큰 티라노사우르스의 화석(복제품)을 전시하고 있다(5.24~8.25). 티라노사우리스는 한국에서는 티라노, 서양에서는 모식종명인  T. 렉스(Rex)라고 불리는 육식 공룡의 왕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빌런으로 자주 등장해서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악당은 매력적이다.


세계 최대의 티라노사우르스, '스코티 Scotty'


이번에 전시되는 '스코티'는 전 세계에서 발견된 티라노사우르스의 화석 중 가장 크고, 비교적 완전(65%)하다고 한다. 신체 사이즈는 길이 13m, 높이 4.5m, 체중 10.3~10.4t으로 추정된다. 서울경기지역을 다니는 2층 버스가 길이 13m, 높이 4m이니,  2층 버스만 하다고 보면 된다.  발견 당시 발굴자들이 축하주를 마셨는데 스카치위스키를 마셨기에 거기서 따왔다고 한다. 버번이나 럼보다는 이름이 들을 만하다.


캐나다 서스캐처원 지역, 출처: 구글 지도


스코티는 캐나다의 서스캐처원(Saskatchewan) 지역에서 발견되었는데 이 지명은 인디언 언어로 강의 이름이라고 한다.  아프가니스탄만 한 면적(한반도의 6.5배)에 인구는 110만 명이다. 지금은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이지만 중생대에는 공룡도 살기 좋았던 곳이었다. 원본은 왕립 서스캐처원 박물관(Royal Saskatchewan Museum)에 있으며 화석 번호는 RSM P2523.8.이다.


발견자는 고등학교 선생님


1991년 여름 지역 고등학교 교사인 로버트 겝하르트(Robert Gebhardt)에 의해 발견되어,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의 고생물학팀이 30년 간의 복원, 연구를 하였다. 결과가 2019년 3월 학계에 발표되었다. 전체의 65% 정도가 발굴된 상태가 좋은 화석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의 골격 중에서 가장 큰 개체임과 동시에 가장 큰 수각류 공룡이다. 주요 연구자인 스콧 퍼슨스 생물과학 박사는 당초 스코티의 길이는 약 13m, 체중은 8.87t으로 가장 늙은 티라노사우루스로 주장했으나, 2020년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나이는 최소 22세로 가장 어린 성체 중 하나로 밝혀졌다.


2층 버스만 한 티라노사우르스 '스코티' ⓒ 전영식


후속 연구가 계속됨에 따라 스코티의 체중 추정치가 계속 늘어났는데, 2020년 중반에 9.5t 이상으로 재추정되었고, 다시 2022년 초에는 9.9t으로 증가하였다. 이후 10.3~10.4t로 추정되어 결국 10t을 넘기게 되었다.  세월이 가고 나이를 먹으면 공룡도 살이 찌는 모양이다. 결국 스코티는 인류가 발견한 가장 거대한 육상 육식동물 타이틀을 차지했다. 남성형 이름이지만 현재 수컷인지 암컷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스코티가 전시되는 건 발굴지인 캐나다와 일본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다. 이번 전시 후에는 상설관인 자연사관에 이동 배치될 예정이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언제 살았는가?


티라노사우루스는 백악기 후기인 캄파니아절 - 마스트리히트절(7,270~6,600만 년 전)에 북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서식하던 수각류 공룡이다. 운석충돌로 발생한 K-Pg 대멸종으로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큰 머리와 강력한 턱, 무시무시한 이빨로 먹이를 통째로 뼈째 씹어 삼킨 것으로 생각된다. 빠른 이동을 위해 균형을 잡기 위해 긴 꼬리가 특징이다. 가슴에 귀여운 앞발이 있는데 손가락은 2개이다. 퇴화된 기관으로 보이며 뚜렷한 용도가 없다. 머리 골격을 보면 움푹움푹한 구멍이 보이는데, 여기에 신경조직이 있어 현재의 악어같이 활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티라노사우르스 '스코티' 머리 부분,  ⓒ 전영식
티라노사우르스 '스코티' 뇌 모형, ⓒ 전영식


수각류는 무엇인가


1881년 오스닐 찰스 마시(Othniel Charles Marsh)에 의해 처음으로 수각류(獸脚類, Theropoda)라고 명명됐다. 처음에는 수각류를 단지 알로사우루스나 그 친척을 이르는 말로 사용하였으나, 갈수록 더 많은 분류군들이 이 군에 속하게 되었고, 오늘은 악어와 같은 파충류, 조류를 포함해 아주 넓은 범위로 사용된다.


수각류는 이족 보행을 하는 용반목 공룡을 말한다. 용반목은 엉덩이뼈(골반)가 도마뱀의 엉덩이와 비슷한 종류이다. 수각류는 거의 대부분 육식이었으나 일부는 백악기에 초식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수각류는 트라이아스기 말(약 2억 3140만 년 전)에 처음으로 출현해 쥐라기 초부터 백악기 말(약 6600만 년 전)까지 유일한 육식 공룡이었다. 거의 대부분 백악기-제3기 절멸 사건에 절멸했으나 일부 수각류는 새로 살아남았다.


수각류의 종류, Source: wikimedia commons by


수각류의 특징은 발가락이 세 개라는 점과 차골, 속이 빈 뼈(물에 떴다), (일부 수각류의 경우) 깃털을 가진 점과 알을 낳는다는 점 등이 있다. 주로 발로 서서 걷는 육식 공룡으로 새 같은 몸과 긴 꼬리뼈를 가지며 거의 대부분 강력한 턱과 함께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다. 또한, 비늘(일부는 깃털)을 가지며 발톱으로 무장되어 있다. 꼬리는 근육질로 기다란데, 뒤쪽으로 꼿꼿하게 뻗어 있어 몸의 균형을 잡아 주었다.  이러한 모습은 연구가 진전됨에 따라 최근 밝혀진 것이어서 부모가 아는 공룡의 모습과 아이들이 아는 공룡이 모습이 다르다.  


티라노사우르스 '스코티'  오른발 모형, ⓒ 전영식


수각류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무리 지어 공격하더 벨로키랍토르, 주로 어류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스피노사우루스, 잡식성으로 오늘날의 타조처럼 쾌속질주가 가능하게 진화한 오르니토미무스 같은 공룡, 육식 공룡 무리인 카르노사우루스류(알로사우루스 등)가 있다. 그 밖에도 길이가 30cm 정도로 작은 수각류에서부터 15m 혹은 그 이상인 거대한 포식자도 있다. 조류까지 포함하면 더욱 다양해진다. 수각류 중에 가장 작은 조류는 길이 5.5cm의 벌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분포지역, source: wikimedia commons by T-rex-wiki


가장 완벽한 T. 렉스 표본, 수(Sue)


지금까지 발견된 티라노사우르스는 40여 마리다. 최상위 포식자로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다.  그래서 화석 발굴과 전시에 얽힌 이야기도 무궁무진하다. 가장 완벽한 표본 중 하나가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Field Museum)에 보관되어 있는 FMNH PR 2081(수, sue)라는 화석이다. 1990년 8월 12일, 블랙 힐 지질학연수소의 피터 라슨은 조수인 수잔 헨드릭슨과 사우스다코타 주의 페이스 부근 헬 크리크 층(백악기 공룡이 나오는 층)이 있는 농장을 조사하던 중 절벽에 튀어나온 뼈를 보고 티라노사우루스의 뼈임을 간파했다. 이것이 2001년까지 가장 거대했던 티라노사우루스의 완벽한(90%) 골격 화석이었다.


티라노사우루스 수(필즈 박물관), FMNH PR 2081, source: wikimedia commons by Shoffman11, public domain


이 티라노사우루스는 수잔 헨드릭슨의 이름을 기념해 "수(sue)"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는데, 화석의 가치가 엄청나다는 게 밝혀지면서 그 소유권을 두고 큰 법정싸움이 일어났다. 발굴 초반에 연구소는 이 화석을 땅 소유주인 마우리스 윌리엄스에게 5000달러 주고 구매했다. 하지만 이 후 소송에서 발굴지가 국유지이며 '인디언 보호 정책'에 따라 마우리스 윌리엄스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 후 수 화석은 경매를 통해 처음부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필드 자연사박물관에 760만 달러에 낙찰되어 당시 가장 비싼 공룡 화석으로 기록되었다. 1998년에서 1999년까지 필드 자연사박물관의 표본담당자들이 25,000시간 이상을 들여 뼈에서 암석을 분리하였다. 수는 2000년 5월 17일에 필드 자연사박물관의 스탠리홀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시카고를 대표하는 화석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가장 비싼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스탠(STAN)


그밖에 유명한 표본으로 완벽한 두개골이 나온 티라노사우루스 스탠이 있다(화석번호 BHI 3033). 1987년 70%의 골격이 발견된 스탠은 척추관절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고, 두개골이 산산조각 난 채 발견되었다. 후두부의 상처로 삶의 모습을 추정하고 전체 두부화석으로 뇌의 용량을 알아볼 수 있었다. 스탠의 화석은 2020년 2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3,180만달러(약368억원)로 낙찰되어 가장 비싼 공룡화석으로 이름을 올렸다. 스탠은 2025년 완공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도 스탠의 복제품이 대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화석은 큰돈이 되기 때문에 화석사냥꾼이 군침을 흘리고 발견하고자 하고 불법으로 유통시키는 경우가 있다. 특히 티라노사우루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니콜라스 케이지 등 유명 헐리우드 스타의 단골 수집품이다. 하지만 고생물학적으로 화석은 자체뿐만 아니라 묻혀 있던 장소도 중요하다. 생활습성이나 당시 환경 등을 복원하기 위한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국 정부들은 화석을 마구잡이로 캐내어 유통시키는 것을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티라노사우르스의 화석이 발굴된 적은 없다. 여러 발자국 화석 등을 고려해 볼 때, 여러 공룡의 화석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화석은 쉽게 발견할 것 같지만, 다년간의 훈련이 필요한 분야이다. 결코 쉽지 않다. 바로 앞에 두고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이 다반사다. 화석을 찾는 시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 미래 세대에게 혜안을 주려면 장기간 꾸준히 투자하고 훈련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참고문헌


1. 사이먼 반즈, 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 2023, 현대지성

2. 페이지 윌리엄스, 공룡 사냥꾼, 2020, 흐름출판

3. 하연철, 이동근, 백악기 지상 최고의 포식자 티라노사우루스, 2020, 전파과학사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3974716&memberNo=5148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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