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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Sep 11. 2024

왜 갑자기 티베트 고기압이 우리를 괴롭히나

우리 주변 과학 이야기

과학은 영원불멸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큰 학설이 생겨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또한 단어도 유행 내지 선호가 있어 학창 시절에 배워 알고 있던 단어가 없어지고 새로운 용어가 생겨나는 게 다반사이다. 중고등학교에서 마지막으로 과학 공부를 한 후 대학을 마치거나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관심분야에만 관심을 갖게 되고 과학분야는 점점 멀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거의 모든 과학 분야가 그러한데, 기상학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에는 여름철을 북태평양 기단*, 오츠크 해 기단, 시베리아 기단 그리고 양쯔강 기단으로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을 설명했는데, 요즘은 달라져서 티베트 고기압 북태평양 고기압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된다. 티베트의 고기압은 왜 갑자기 나타나게 되었을까?


* 기단: 수평으로 기온과 습도가 같은 거대한 공기덩어리


티베트의 위치 위치


티베트 고원(Tibetan Plateau)은 인도 북부와 중국 서부에 자리 잡고 있는 평균 고도 약 4,900m의 지역으로 '세계의 지붕' 또는 '제3의 극지방'이라고 불린다. 여러분도 여름날에 지붕에 올라가 보면 알겠지만, 태양열을 가장 많이 받기 때문에 아주 덥다. 이런 티베트에 이전해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적설량이 적다면, 여름에는 더욱 더워진다. 따라서 여름철에 지표면의 공기가 계속 더워져 상승하며 저기압부를 형성하고, 대류권 상층부에서는 고기압부를 형성하는데 이것이 티베트 고기압이다. 


티베트 고기압은 고산지대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건조하고 더운 것이 특징이다(대륙성 열대기단, Continental Tropical(cT) Air Mass).   생성 당시부터 고도가 높은 곳에서 만들어져 동아시아지역의 대기권 상층부를 지배하게 된다.  반면 북태평양 고기압은 북태평양 해수면의 온도에 따라 그 세력의 크기가 달라지는데, 성질은 습하고 더운 특성이 있다. 이 북태평양고기압과 시베리아 고기압(건조하고 차다)의 세력싸움이 우리나라 같은 중위도 지역에서는 장마전선으로 나타난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기면 장마는 끝나고 덥고 습한 여름철이 시작되는데, 이 고기압은 해수면에서 유발되기 때문에 고도가 낮은 층을 형성한다. 만약 저층부에 북태평양고기압이 있는 상태에서 상부층에 티베트 고기압이 덮고 있는 상황이면 올해와 같이 극한의 여름이 온다. 지표층의 열이 상부층으로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가 이미 1939년, 1943년, 2018년, 2021년, 2024년에 발생하여 곤욕이 치렀다. 


지위고도


지위고도(geopotential height , gpm)지면에서 특정 기압이 되는 높이가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말이다. 기압이 500헥토파스칼(hPa)이 되는 고도가 5880m라면, 그곳의 500 hPa에 해당하는 지위고도가 5880 gpm이 된다. 일기도에서 지위고도가 높으면 고기압, 낮으면 저기압을 의미한다. 이는 지구 대류권의 수직적인 기압 배치 관계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이다. 대류층을 CT로 찍는 것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아래 그림은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2024년 9월 10일 자 200, 500 hPa 등압면 지오퍼텐셜고도의 등고선(파란 선)을 나타낸다. 고도가 높을수록 기압이 작아진다. 따라서 200 hPa 지도가 더 상층부의 기압도이다.  등고선의 분포로 상층바람과 저기압/고기압성 순환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다. 상층부의 바람은 보통 등고선과 평행하게 불기 때문에 한반도 상공에서 편서풍이 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하층을 불문하고 고기압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래서 이렇게 덥다.


200 헥토파스칼(hPa) 기상도, 2024.9.10, 출처: 기상청 날씨누리
500 헥토파스칼(hPa) 기상도, 2024.9.10, 출처: 기상청 날씨누리


열돔 현상


이처럼 고기압의 샌드위치에 들게 되면 비구름은커녕 태풍도 피해 간다. 고기압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가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올해(2024년)의 경우,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기단이 동시에 한반도에 자리 잡아 북태평양 기단과 티베트 고기압 두 기단이 겹쳐 생긴 열돔 현상(Hot wave)으로 인한 폭염과 열대야 현상을 지겹게도 오랫동안 세게 겪었다.


Heat wave의 발생, Source: wikimedia commons by U. S. National Weather Service, public domain


티베트 고기압의 원인


예전에는 양쯔강 기단이 한반도의 여름 기온을 좌우한다고 알려졌었다. 양쯔강 일대에서 만들어지는 따뜻하고 건조한 기단으로 대륙성 고기압 또는 이동상 고기압으로 불렸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결과 기단이 맞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고, 최근에는 시베리아나 북태평양 기단이 변질된 것으로 보는 쪽이 대세다.


Li 등(2018)에 따르면 동아시아의 여름 기온은 티베트 고원의 재설량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티베트 고원의 서부와 히말라야는 재설량의 차이가 심하지 않지만, 중부와 동부 쪽은 편차가 심하다 따라서 이 지역의 재설량의 차이에 따라 동아시아의 여름 기온이 변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반도 이상기상 현상과 관련된 티베트 지역의 눈덮임(TPSN) 현상 연구 결과, a. 표준편차, b. 기후학,  (Li et al. 2018)


티베트 고원의 서부와 히말라야 산맥 쪽의 재설량의 120일 하이패스(High-pass)의 표준편차가 적은데 반해 동부지역은 크다(a). 회색 부분은 해발 3000m 이하 지역이다.  b는 겨울철 TP에서 눈 덮인 지역이 발생할 기후학적 확률(%)이다.




결국 다가오는 해의 여름기온을 예보하기 위해서는 겨울 중에 티베트에 얼마나 눈이 많이 왔는지(티베트 고원 snow cover, TPSC)를 알아야 한다. 이런 메커니즘은 우리가 과학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아니다.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발전하면서 과학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데이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인공위성이 등장하고 슈퍼컴퓨터가 도입되면서 광역적인 기온변화를 예측할게 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이다. 우리도 천리안 위성을 통해 우리 주변의 날씨를 들여다보고 있다. 


티베트 고기압은 새롭게 등장하는 과학 지식이 얼마나 많고 중요한지 알려주는 한 가지 예이다. 판검사나 의사가 되는 것도 중요하고 인문학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다이내믹하게 변화하는 지구환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구한말 같이 방 안에 앉아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못 쫓아가던 시대와 하등의 차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참고문헌


1. 나무위키

2. 위키피디아

3. Li W, Guo W, Qiu B, Xue Y, Hsu PC, Wei J. Influence of Tibetan Plateau snow cover on East Asian atmospheric circulation at medium-range time scales. Nat Commun. 2018 Oct 12;9(1):4243. doi: 10.1038/s41467-018-06762-5. PMID: 30315220; PMCID: PMC6185922.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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