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의 지질학
다시 사자 다이어트가 인기다. 사자처럼 고기만 먹고 다이어트한다고 캐나다의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Jordan B. Peterson)이 이야기한 육식 식이요법인 카니보어(carnivore) 다이어트가 그것이다. 이 방법은 물, 소금과 100% 육식만 하여 단백질과 지방만을 먹고, 탄수화물, 과일, 채소를 전혀 안 먹는 것이다. 저탄고지, 황제다이어트 모두 비슷하다. 그런데 평소 이렇게 먹는 사자의 최대 수명은 20년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육식위주의 다이어트를 장기간 하면 영양 불균형으로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중 특히 소금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혈액량과 혈압에 안 좋은 효과를 미친다고 한다. 혈액 내 소듐(Na)이 많아지면 농도를 낮추기 위해 더 많은 혈액이 혈관에 들어오는데 이 과정에서 혈압이 높아지는 것이다. 고혈압이 심해지면 다른 장기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소금의 역할
소금은 세포질의 농도를 통해 삼투압으로 생명활동의 기초가 된다. 이때 농도가 중요한데 바닷물은 체내의 염 농도보다 높기 때문에 바닷물을 먹으면 몸은 갈증을 느끼고 더 많은 물을 요구하게 되고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지 않으면 탈수증에 이르게 된다.
소듐은 신경전달체계에도 관여한다. 사람은 신경에서 0.1V 정도의 전압으로 전기신호를 주고받는데 이때 사용하는 물질이 소듐과 포타슘(K)이다. 소듐이 워낙 잘 (+) 전기를 띄므로 전달체계에 사용된다. 주기율표 상 1족 원소 중 리튬도 비슷한 성질이 있지만, 소듐이 바닷물에 워낙 많이 존재해서 구하기 쉬워 이용된 것이다. 따라서 염분이 부족하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바닷물의 염분 농도는 대략 3%이다. 동물의 기원이 바다였기 때문에 소금을 생명활동에 이용해 왔다. 인간 양수에도 염분이 있는데 농도는 0.9 ~ 3%로 의견이 다양하다. 그리고 이 소금은 우리의 피에도 흘러 인간의 혈중 염도는 0.9%이다. 그래서 우리가 병원에서 맞는 생리식염수(링거)가 0.9% 염도를 갖는다.
소금의 기원, 종류
바다의 소금은 지구에 땅이 생긴 이후 풍화작용을 통해 암석 속의 소듐, 염소 성분이 바다로 흘러들어 소금을 형성하였다.
소금은 얻는 방법에 따라 크게 암염과 염수에서 얻는 것으로 나눈다. 암염은 암석 채굴하는 것처럼 땅에서 케어 내는 것이고, 후자는 바닷물이나 염수를 태양열로 증발시키거나 불을 때서 소금을 얻는 방법이다. 정제염도 이온수지 교환법에 의해 염수에서 소금을 얻는다.
소금은 법률적으로 소금산업진흥법(법률 제18696호)에서 세분하여 구분하고 있는데 천일염, 정제소금, 재제조소금, 화학부산물소금과 기타소금으로 나뉜다. 기타 소금에 암염, 호수염, 천일식제조소금이 포함되어 있다.
2007년도 기준 전 세계의 소금 생산량은 2억 5,700만 톤으로 중국과 미국이 전체의 40.1%를 차지하고 독일, 인도, 캐나다, 호주, 멕시코, 브라질, 프랑스, 영국까지 상위 10개국의 총생산량은 전체의 74.1%이다. 이중 갯벌 천일염은 30만 톤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암염을 먹는 습관이 없지만 다른 나라는 암염에 익숙하다. 히말라야 소금이니 로즈솔트니 하는 것이 다 암염이다.
암염(Halite)은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는 흔하다. 바다가 고립되어 염호가 되고 수분이 증발하면 소금층이 쌓이게 된다. 이 소금층이 땅속으로 매몰되면 암염이 된다. 따라서 암염이 발견되는 곳은 옛날에는 바다 지역이었다. 고기후, 고지리 등의 연구에 중요하다.
미국 북부 암염층은 칼레도니아 조산운동으로 고생대 데본기(3억 7,500만 년 전)에 형성되었고, 남부 루이지애나주의 암염층은 쥐라기(1억 9,500만 년 전)에 형성되었다. 동일과 폴란드 등 유럽의 암염층은 트라이아스기(2억 3,000만 년 전)에 생겼다. 중국과 파키스탄에도 많이 나온다.
유전에서의 덮게암(Cap Rock)으로서의 소금
암염은 비중이 작기 때문에 부력을 가져 지층 중에서 지표면 쪽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를 암염돔(dome)이라 한다. 이 층을 석유나 천연가스가 통과하지 못하므로 이 암염층 밑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모이게 되는데 이를 트랩(Trap)이라고 한다. 이런 구조를 찾아 시추하면 이들 자원을 얻기도 한다.
짜게 먹어도 될까?
소금은 음식의 맛을 좌우한다. 조금 짤수록 맛이 좋아진다. 하지만 짜게 먹으면 안 좋다고 세계보건기구(WHO)와 의사들은 입을 모야 이야기한다. 특히 우리 한국인들은 권장섭취량보다 많은 소금을 섭취한다고 하니 곰탕이나 설렁탕 먹을 때마다 눈치가 보이고 갈등을 느낀다.
2023년 1월에 각 신문에 "짜게 먹어도 걱정 없다"는 기사가 일제히 떴다. 외국 학회지에 실린 논문은 세브란스병원팀의 연구결과(위사진)인데, 나트륨 섭취량과 사망률 간의 관계는 없고, 칼륨의 충분한 섭취가 심혈계통 사망률을 줄인다는 것이 논문의 내용이다. 관계가 없는 것은 통제된 조건에서 통계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이지 소금과다 섭취가 무죄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보도내용은 논문을 잘못 해석하고 선정적으로 제목을 뽑은 듯하다. 모든 것이 그렇듯 과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깨끗하고 믿을 만한 소금을 정해 적당히 먹는 게 좋겠다. 항상 ‘적당히’가 가장 어렵다.
참고문헌
1. 곽재식, 2021, 휴가 갈 때, 주기율표, 초사흘달
2. 김영명, 2009, 소금에 대한 과학적 고찰, 식품기술, 제22권 제4호, p. 664~690
3. 석유 생성과정, 한국석유공사 홈페이지
4. 이세은, 2009, 세계 소금산업의 현황, 식품기술, 제22권 제4호, p.795~807
전영식,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