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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식 Aug 04. 2023

구석기시대 첨단재료, 흑요석

문화유산 지질학


고고학자나 지질학자의 관심은 오로지 돌이다.


암석을 가지고 연구하는 학문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들 간에는 비슷하지만 또 다르게 접근하고 있어서 그 유사성과 차이를 아는 것은 재미있다. 지질학과 고고학이 대표적인데, 돌을 들여다보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머릿속의 생각은 딴판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지질학자는 돌이 만들어진 원인(성인)에 관심이 있고, 고고학자는 인간이 돌을 어떻게 썼는지에만 신경을  쓴다.


지질학자에게 지구의 역사인 46억 5천만 년이 관심의 기간이지만 고고학자에게는 인류가 나타난 700만 년 이후의 기간에만 관심을 갖는다. 또 지질학자는 전공분야에 따라 암석의 성인별로 화성암, 변성암, 퇴적암으로 나눠 연구하는데, 고고학자는 딱딱한 돌이냐 무른 돌이냐를 구분한다. 딱딱한 돌은 가공하기 힘들기 때문에 석기시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암석에서 이러한 접근의 차이를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암석이 흑요석(黑曜石, obsidian)듯하다. 사실 흑요석은 지질학적으로 크게 의미를 갖는 암석이라 볼 수는 없다. 마그마가 지표면에 분출하면서 만들어지는 유리질 무정형의 암석이기 때문이다. 주로 유문암(流紋岩, rhyolite)질 용암이 분출되는 곳에서 많이 산출된다. 유문암질 마그마는 SiO2의 함량이 많아 점성이 크고 기체들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폭발적인 분출을 하게 된다.  따라서 흑요석은 제주도 같은 현무암 지역에는 잘 발견되지 않는다.


대구 월성동 유적의 흑요석 유물, 국립대구박물관


하지만 고고학에서는 흑요석은 매우 대접을 잘 받는데, 그 용도가 분명하고 성능 또한 우수하기 때문이다. 또 아무 곳에서나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발굴되었다 하면 구석기인들의 생활을 유추할 수 있는 핫한 유물이다. 고고학자의 발굴지에서 흑요석이 발견되면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한다.


흑요석이란


흑요석이란 SiO2(이산화규소)가 많은 용암이 빨리 굳어 유리질의 질감을 갖는 화산암을 말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주로 SiO2 성분이 많은 화산암인 유문암 내지 조면암(粗面岩, trachyte)이 산출되는 곳에서 발견된다. 결정이 없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광물은 아니지만 준광물로 불린다. 성분의 대부분이 SiO2이며 70% 이상이다. 결정구조가 없어서 쪼개지지(cleavage) 않고 깨지는데(fraction), 그 모양이 마치 조개껍질 같아 패각상(conchoidal)이라고한다. 이렇게 떨어져 나온 조각(격지)을 화살촉, 칼날 등으로 사용한다.


흑요석, Lake County, Oregon, source: wikimedia commons by public domain


수분에 의해 쉽게 풍화되기 때문에 현재 남아 있는 흑요석은 백악기 이후의 것이다. 백두산은 946년 분화한 후 10여 차례의 소규모 분출이 기록되어 있어 매우 최근에 흑요석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흑요석의 색상은 불순물에 따라 달라지는데 순수한 흑요석은 유리처럼 무색이지만 철이나 마그네슘이 함유되면 검정이나 암녹색을 띤다. 주요 산지로는 아르메니아, 미국, 캐나다, 칠레, 그리스, 아이슬란드, 이탈리아, 케냐, 뉴질랜드, 페루, 터키 등이다.


왼쪽 위에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흑요석, 부석, 유문암(밝은 색), Source: Wikimedia commons by Daniel Mayer


구석기 유물 발굴지


예전에는 흑요석의 쓰임새에만 관심을 갖었는데 요즘은 그 산출지에 관심이 많다. 어디서 왔는지 알게 되면 누가 어떻게 가져왔는지의 관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구석기시대에 중부지방에서 나타나는 조개껍데기와 함께 구석기시대에 광역적인 경제활동이 있었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흑요석에 대한 연구는 유물을 파괴하여 조사를 할 수 없는 한계로 이제까지의 연구는 속도가 더뒤었다. 하지만 이제는 암석분석 장비의 발전으로 파괴하지 않고도 암석 내 미량성분에 대한 분석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다른 유적지 간의 흑요석 유물에 대한 성분 조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반도의 주요 구석기 유적 중 흑요석이 발견되는 곳, 출처: 김상태(2023)


한국에서 지금까지 흑요석으로 만든 석기가 발굴된 곳은 공주 석장리와 웅기 굴포리를 비롯하여, 동관진(潼關鎭), 단양 수양개, 평양 만달리, 경기 신답리 등의 구석기 유적지이다. 또한 홍천 하화계리의 중석기 유적지와 양양 오산리․부산 동삼동 등의 신석기 유적지에서도 발굴되었다.


흑요석의 산출지는 어디인가


현재 국내에서 산출되는 석기시대 유물 중 흑요석은 크게 백두산 유래와 일본 규슈산이 출토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이선복 외, 2015). 미량원소, 희토류 및 스트론튬(Sr) 함량분석에 따라 그 기원을 찾고자 하고 있다. 가장 큰 이슈는 일부 유물 중 위 두 곳의 기원으로 포함되지 않는 유물들이 있니 않냐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부지방에 흑요석 산지가 있지 않을까 이야기되는데, 일부 학자들에 따르면 응회암과 유문암이 함께 산출되는 지역에서 흑요석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유리질 화산암이 발견된다고 한다. 그 표본들은 육안으로 보면 크게 검은색, 회색, 연갈색, 연녹색, 적색 등 다채롭고 화려한 색상을 층리마다 보이고 있는데, 미세한 흰색의 그물구조들이 자리 잡고 있어 예리한 석기날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한다. 다만 드물게 확인되는 일부 양질의 원석들은 백두산 산지와 일본 구주산지보다는 훨씬 못 미치지만 어느 정도 석기 제작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채취하기 쉬운 양질의 흑요석이 이미 채굴되어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도 중생대의 화산활동이 활발했기 때문에 흑요석이 산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실제로 경북 의성 금성산, 강원 철원 궁평리에서 유리질 화산암의 산출이 보고된 바 있다. 다만 화산암 지대의 특성상 지표면이 풍화에 의해 뒤덮여 맥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현재 눈에 띄는 산출지를 찾지 못하는 이유로 보인다.

 

또한 현재까지 보고된 백두산의 흑요석은 주로 중국 쪽 것이고 북한 쪽에서 나온 흑요석은 양질의 물건이 많다고 전해지나 믿을만한 데이터는 없는 현실이다. 또한 흑요석 자체만이 아니라 동시에 만들어진 화산암에 대한 지구화학적 연구가 병행되어야 정확한 산지의 추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끔 흑요석을 비석과 벼루에 사용했다고 하는데 잘못된 정보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도 흑요석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글이 있는데 잘못된 내용이다. 깨짐에 약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의 도구에 사용하기 힘들다. 검고 조금 반짝인다고 전부 흑요석은 아니다. 대개 돌은 연마하면 반짝거린다.


개인적으로는 흑요석이 날카롭게 날이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그날이 금방 무뎌지기 때문에 도구로서 갖춰야 할 내구성이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즉 한 번만 그으면 날이 망가지고 특히 충격에는 바스러져 버린다. 따라서 내가 구석기인이라면 매우 짜증을 냈을 것 같다. 하지만 당시에 이런 정도의 날카로운 도구를 찾는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드문 일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현재도 흑요석을 취급하다가 나도 모르게 베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문가인 고고학자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참고문헌


1. 김상태, 2023, 단단한 고고학, 사계절

2. 이선복, 좌용주, 2015, 흑요석 산지 추정 연구의 재검토, 한국구석기학회, vol.1, no.31, pp. 156-180


전영식, 과학커뮤니케이터,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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