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지는 의미는 굉장히 큽니다. 1세대 그랜저가 등장했던 80년대에는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이었고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최고급 차량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위 포지션 차량이 증가했지만, 그랜저는 여전히 ‘성공의 상징’이라는 고급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1세대 그랜저는 현대자동차와 일본 미쯔비시가 합작으로 개발하여 1986년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현재까지도 ‘각 그랜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모델로 전형적인 3박스 세단의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랜저만의 고급스러운 디자인 특징들을 차량 외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단아하게 정리된 그릴과 헤드 램프는 깔끔한 차량 이미지를 나타냅니다. 크롬 그릴은 살을 많이 넣어 고급스러움을 나타냈으며 전기형에는 세로형, 후기형 모델에는 가로형 디자인으로 변화를 주었습니다.
1세대 그랜저의 측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인 요소는 ’오페라글라스’라고 불리는 쿼터 글라스 형태의 사이드 글라스의 적용과 휠 하우스 디자인입니다. 오페라글라스는 2열 글라스 뒤에 독립적으로 자리 잡은 별도의 글라스인데 80년대 고급차에 많이 적용되었던 디자인 요소로 오페라 극장에서의 특실 유리창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후륜 휠 하우스는 상부가 막혀있는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륜 휠 하우스와 동일하게 적용되었으면 평범한 이미지를 주었겠지만, 후륜 휠 하우스 상부를 막으면서 보다 고급스럽고 무게감 있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2세대 그랜저는 1992년 등장했습니다. 2세대 모델 또한 미쯔비시와 합작으로 개발되었는데 1세대의 각진 모습과 달리 유선형으로 다듬은 것이 특징입니다. 때문에 조금 더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보이게 되었죠. 차체 또한 커졌습니다. 2세대 그랜저에서 오페라글라스는 삭제되고 B 필러를 블랙으로 처리해 1열과 2열 윈도를 부드럽게 연결성 있는 디자인으로 만들고 차체가 더욱 길어 보이게 만듭니다. 1세대 그랜저에서 이어지는 디자인은 리어램프입니다. 분리형이 아닌 한 줄로 이어지는 리어램프가 적용되어 그랜저만의 디자인 특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3세대 모델인 그랜저 XG는 1998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현대차의 독자 개발한 첫 번째 그랜저입니다. 2세대 모델과 달리 현대적으로 다듬어진 디자인으로 많은 인기를 누렸는데요. 프레임리스 도어를 최초로 적용하고 플래그 타입의 사이드미러 적용으로 고급감이 배가되었습니다. 2세대까지는 쇼퍼 드리븐 성향이 강했지만 3세대 그랜저 XG부터는 오너 드리븐도 가능한 세련된 디자인으로 젊은 세대에게도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4세대 그랜저 TG는 2005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전 세대 XG 보다 한층 더 현대적으로 변모한 것이 특징입니다. 전통적 후드 엠블럼을 과감히 버리고 당시 쏘나타 NF와 패밀리룩을 이루는 디자인이 완성되었습니다. 3세대 까지는 전통적 3박스 세단이었지만 TG부터는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에 맞게 완만한 루프라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2열 윈도 뒤에 쿼터 글라스가 적용돼 늘씬한 모습의 사이드 윈도 형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후면부에는 그랜저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좌우가 이어진 리어램프 디자인을 다시금 재현했으며 리어 휀더 상부 숄더 라인에 볼륨을 넣어 한층 역동적인 모습을 구현했습니다.
5세대 그랜저 HG는 2011년 출시됐습니다. 이때부터는 플루이딕 스컬프처의 디자인 언어가 적용돼 속도감 있고 다이내믹한 디자인이 적용되었습니다. B 필러를 기점으로 떨어지는 루프라인의 각도를 크게 주었고 차량 후면부로 갈수록 높이가 높아지는 캐릭터 라인들을 깊게 적용시키며 대비가 뚜렷하게 만들어 역동적인 모습을 만들어 냈습니다. 리어램프 역시 그랜저만의 아이덴티티를 이어가되 전후면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그랜저 HG는 호평을 받으며 높은 판매고를 올렸던 차량입니다.
5세대를 이어 6세대 그랜저 IG는 2016년 출시됐습니다. 디자인 트렌드에 맞게 캐스케이딩 그릴이 적용되고 전면부의 각을 세워 당당하고 웅장한 모습을 나타낸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이전 세대의 디자인 언어의 과감하고 진한 캐릭터 라인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비율의 완성도를 높이고 선보다는 면을 강조하는 최신의 디자인 트렌드가 적용되었습니다.
현재까지 큰 인기를 누렸던 그랜저 IG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그랜저는 2019년 출시되었습니다. 페이스리프트이지만 풀체인지급의 변경으로 당시 많은 화제를 모았던 차량입니다. 전장을 60mm 늘려 동급 최대 휠베이스를 확보한 준대형 세단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덕분에 광활한 2열 공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더 뉴 그랜저는 최신 디자인 언어에 맞게 그릴 속에 주간주행등이 숨어 있는 형태가 적용되었고 그릴과 헤드램프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파격적이면서 참신한 디자인을 제안하였습니다. 확장된 그릴 덕분에 차량 전면부는 더욱 웅장하고 우아한 모습을 나타냅니다. 그랜저 TG부터 IG까지는 사이드 윈도의 후면부 끝단이 예리한 각으로 만나게 되면서 쿠페와 같은 젊고 역동적인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더 뉴 그랜저에서는 전통적 고급 세단과 같이 수직각을 세우면서 무게감 있고 우아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랜저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리어램프는 한층 슬림하면서도 입체감 있는 모습으로 첨단 이미지를 구현했습니다.
그랜저 IG의 등장 후 6년 만에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GN7)가 등장했습니다. 디 올 뉴 그랜저는 레트로 퓨처리즘 디자인을 지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최초의 그랜저 1세대 모델의 디자인 특성을 답습하면서 미래지향적으로 재해석한 것이죠.
외관에서 느껴지는 1세대 그랜저의 헤리티지는 바로 '오페라글라스'라고 불리는 2열 윈도 옆에 붙어 있는 독립적 윈도입니다. 일반적으로 쿼터 글라스의 경우 2열 윈도와 연결되어 있지만 오페라글라스의 경우 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며 과거 고급차에서 주로 차용했기 때문에 고급차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디 올 뉴 그랜저는 루프라인을 트렁크 끝단까지 연결시켰기 때문에 두터운 C 필러가 생기게 되는데요. 이 공간을 오페라글라스로 적용시켜 고급스러운 헤리티지의 재현과 함께 필러 두께를 상쇄시키고 사각지대 시야 확보에 용이하도록 한 것입니다.
차량의 전면과 후면은 레트로보다는 미래지향적 느낌이 극대화됐습니다. 하이테크 느낌을 주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단연 라이팅 디자인입니다. 끊김 없이 하나의 선으로 표현된 슬림한 수평형 주간 주행 등은 밤과 아침을 가르는 새벽의 경계선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어 거대한 통합형 그릴과 조화를 이룹니다. 엠블럼 또한 전통적 3D 입체적 형태를 벗고 간결하고 깔끔한 2D 형태로 제작돼 디지털화 시대에 발걸음을 같이 합니다. 제네시스와 마찬가지로 디 올 뉴 그랜저의 사이드 프로파일을 살펴보면 벨트라인의 캐릭터 라인은 차량 후면부로 갈수록 포물선 형태로 살짝 떨어지면서 무게감과 우아함을 강조합니다. 로커패널과 가까운 하단부 캐릭터 라인은 후면부로 갈수록 올라가며 속도감과 역동적인 모습을 강조해 균형 잡힌 밸런스를 만들어 냅니다.
실내 디자인은 아늑하고 깨끗한 안식처를 강조합니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 디자인 또한 1세대 그랜저의 헤리티지를 답습한 모습을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찾아볼 수 있는 요소는 스티어링 휠 디자인입니다. 원 스포크 휠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것인데요. 스티어링 휠에 변속기 시프터를 통합 구성하게 되면서 센터 콘솔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좌우로 길게 뻗은 에어벤트와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넓은 공간감을 제공하며 한국적인 패턴과 따뜻한 느낌을 주는 앰비언트 라이트 적용으로 아늑함을 제공합니다.
36년 역사의 그랜저를 각 세대별 디자인 변화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랜저는 세대별로 시대의 흐름을 대변해 주는 대한민국 럭셔리 세단 역사의 상징이며, 세대교체마다 명확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진화해왔습니다. 다시 한번 혁신적 디자인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공개된 디 올 뉴 그랜저는 헤리티지와 퓨처리즘의 만남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