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공무원이 된 나, 나는 어공입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다. 서울에 위치한 꽤 큰 중앙부처를 다니고 있다. 적어도 다니는 회사의 이름을 말하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공무원이었던 것은 아니다. 시기와 상황이 맞아 경력채용으로 입직하게 되었다. 시험은 서류 전형과 면접시험만을 보고 들어왔다.
공무원 조직은 민간 조직과는 많이 다르다.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사람이 잘리지 않고,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승진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눈에 띄어서도, 너무 존재감이 없어서도 안된다.
어떤 조직이던지 마찬가지겠지만, 튀지 않는 모나지 않은 동골동골한 사람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 보면, 나는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이 조직에 들어왔던 것 같다. 비효율적인 것을 보면 고쳐야 하고, 일처리는 최소한 간소화시키는 것이 좋다. 사람들과의 관계보다는 일이 더 중요하다. 또 일을 하면 어떻게 해서든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 그리고 같은 일을 반복해서 처리하는 것은 싫다.
생각해 보면 면접관은 나를 왜 뽑았나 싶다. 공무원 조직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데 말이다.
보통은 나 같은 사람은 면접에서 걸러진다. 공무원 조직은 ‘일’하는 사람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일도 적당히 하는 사람을 선호한다. 엄청난 퍼포먼스를 낸다면 그 순간 매장이다.
단편인 예로, 축제담당자가 밤낮으로 노력하고 홍보하여 축제에 오는 사람들이 5배로 늘어났다고 하자, 그러면 동료들은 순순히 축하해 주며 좋아해 줄까?
아니다. 축제 방문 인원이 5배가 되면, 그 관리는 누가 할 것인가? 동료 입장에서는 노동 강도는 5배가 더 높아지는데, 월급은 그대로이다. 누굴 원망하겠는가? 축제를 기획하고 추진한 동료밖에 없다.
심지어 축제 방문 인원이 늘어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압사 사고 등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도 안되어 있을 것이고, 준비하는 물품에도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상사도 골치가 아프다. 사고가 터지면 다 내 책임인데 이걸 어쩌지?
그래서 보통 상사들은 ‘예상 가능한 성과’를 내는 직원을 좋아한다. 너무 화려한 성과를 내서도, 너무 부진한 성과를 내서도 안된다. 딱 작년의 성과에서 조금 나아진 결과물을 내는 것이 베스트이다.
나는 이런 내가 속한 조직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풀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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