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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사람 Aug 07. 2024

시험 안 보고 공무원 되는 법

나는 공무원이 되려면 시험밖에 없는 줄 알았다.

사실 민감한 이야기이다.


나는 공무원이 되는 길은 시험을 봐서 입직하는 경로밖에 없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조직 내에 들어와서 보았을 때, 상상 이상으로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경로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또한 공직에서 일할 수 있는 경로도 다양했다.)


‘전환직 공무원’도 시험 없이 공무원이 될 수 있었던 경로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들은 현재 신임 공무원들과 여러 가지 갈등을 빚기도 한다.


https://brunch.co.kr/@8175b7bc63fe4a5/57


사실 위 글의 K도 기능직이라면 치를 떨던 사람이다.


그리고 당장 블라인드만 봐도


위와 같은 글들이 숱하게 검색된다.


그렇기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해야 한다.


옛날, 1999년쯤, 공무원의 인기가 지금보다 못하던 시절, 지자체나 중앙부처에서 일을 하던 일용직을 기능직 공무원으로 전환시켜 준 적이 있었다.


급수는 10급, 군대로 따지면 병사들을 부사관으로 임용을 시켜 준 셈이다. 하지만 이들은 일반직 공무원과는 다르게 승진의 제한을 받았다. 군대의 장교와 부사관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부사관은 아무리 높이 올라가더라도, 신임 소위보다 계급이 더 낮다.


이들은 타자 입력 등을 담당하는 직원으로 채용됐으나 점점 더 그 역할이 줄어 비서, 민원처리, 서무 등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약 10년 뒤인 2009년을 전후로 정부는 약 1만 4000명 정도의 기능직 공무원을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시킨다. 군대를 예로 들자면 부사관을 장교로 만들어 준 셈이 된다.


그리고 ‘기능직 공무원’으로 불려 왔던 이들은 전환직 공무원’이라 불리게 된다.


신임 공무원들은 이들을 그렇게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본인들은 힘든 시험을 통과해 어렵게 공무원이 되었는데, 시험도 안 보고 공무원 조직에 들어온 사람이 있다? 신임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심지어는 자신보다 급수도, 월급도 훨씬 높다고 한다. 일도 본인보다 안 하는 것 같다. 거기에 현재 전환직이 자리하고 있는 급수는 6~7급이다. 이들 때문에 내 승진도 적체가 된다고 한다. 괜히 시험 쳐서 공무원 들어온 것 같다. 상대적인 박탈감이 든다.


신임 공무원은 이런 사람이 상사랍시고 본인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는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심지어 입직해서 하던 일도 타자 치는 일, 운전하는 일만 해 왔다고 한다. 기획이나 행정 업무는 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나보다 업무능력도 더 떨어지는 것 같다.


물론, 전환직 공무원들도 억울하다.


이들은 근무 햇수는 일반직 공무원에 비해 훨씬 많았지만, 일반직 공무원들에 비해 승진의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신임 직원이랍시고 들어온 사람들이 자신은 20년 일해서 겨우 단 7급을 누군가는 5년 만에 다는 상황이 아니꼽다. 경력도, 업무에 대한 노련함도 자신이 한 수 위인데, 입직 경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승진에 차별받는 현실이 원통할 뿐이다.


그리고 기능직 출신이라, 조직 내에서 이런저런 차별적 시선을 받아오고, 더 나은 곳으로 가지 못한다는 인식도 가지고 있다. 나는 20년 해서 겨우 7급인데, 일반직으로 들어온 누군가는 5년 만에 7급을 달았다. 이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노조 활동에 활발하다. 국회 앞에 나가 시위에도 참석한다.


젊은 세대의 공무원들은 ‘공정’에 민감하다. 이들은 전환직 공무원들이 자신보다 더 급수가 높고, 월급도 거의 두 배 가량을 챙겨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갈등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https://brunch.co.kr/magazine/yul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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