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라도 되었으면
공무원의 월급은 참 아이러니하다.
보통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일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이 많은 돈을 가져가고, 일을 적게 하는 사람은 더 작은 돈을 가져가야 한다.
성과 또한 마찬가지, 성과를 내는 사람은 더 많은 인센티브를 가져가야 하고, 성과를 못 내는 사람에게는 인센티브를 줘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을 돌아보면, 이러한 상식과는 반대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래의 예시를 보자.
A : 중앙 부처에서 매일 야근하며 300억 원대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9급 공무원과,
B :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업무는 전부 다른 사람에게 맡겨둔 채, 매일 수다만 떨다 퇴근하는 6급 공무원,
누구의 월급이 더 높아야 상식적인 것일까? 사기업이라면 당연히 A가 승진에서든, 월급에서든 더 많은 보상을 가져갈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에서는 어떤가, B가 A의 두 배 이상의 월급을 가져간다. 죽어라 일해서 돌아오는 것은 칭찬 몇 마디뿐. 그렇다고 해서 인사평가 점수가 잘 나오느냐? 그것도 아니다. 보통 인사평가 점수는 주는 방식, 대상이 전부 정해져 있다.
승진은 어떤가? 공무원 조직에서 성과를 내면 바보소리를 듣는다. 왜일까? 어차피 승진은 기본적으로 연공서열을 따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언급할 정도로 파격적인 성과를 낸다 하더라도 동기들보다 5년 정도 먼저 승진하는 것이 전부이다.
결국 A의 예시에 해당하는 사람은, 갈려나가기만 할 뿐, 실리적으로 얻는 것은 없다. 해봤자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보람 정도이다.
오히려, 죽어라 몸을 갈아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더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음에 비슷한 프로젝트가 생기면, 높은 확률로 본인이 담당으로 지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또 보상 없이, 몇 년을 갈려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공무원이 나라를 위해 헌신한다는 봉사정신으로 일해야지, 돈을 밝히면 어쩌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조직에 대한 충성도도, 사명감도, 결국 돈에서 나온다.
미국 심리학자 A.H. 마슬로에 따르면 생존이나 안전의 욕구가 충족돼야 비로소 조직에 대한 사명감과도 같은 자아실현 욕구를 추구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공무원 조직을 돌아보면, 생존이나 안전의 욕구는 충족되지 않는 상태로 보인다.
오히려 사명감에 불타 일하던 공무원들이, 이런 보상 체계를 경험하고, 점점 더 시니컬하게, 수동적으로 변해 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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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주장하던데, 차라리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일을 더 하고, 덜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기형적인 형태로,
개인의 사명감과 희생에만 의존하여,
지금까지 공무원 조직이 굴러온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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