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랑 인터넷에서 이렇다고 했어
연차를 내고 여유로운 목요일 오전. 엄마아빠와 아침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나: 아빠 밥 다 먹고 병원 가는 거지?
아빠: 생각해 봤는데 안 갈래.
저희 아빠는 젊은 시절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은 이후로 딱히 수술이나 치료를 받지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 아빠의 자세가 균형을 잃는 것이 눈에 확연히 보여 병원에 가기로 추석 때 약속을 했습니다.
나: (어이없는 말투로) 아니 그때 가기로 했잖아. 왜 또 맘이 변했어?
아빠: 거기 가봤자 수술하라고 할 게 뻔한 데 가서 뭐 해. 가봤자 별 거 없다니까.
나: 아빠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이 의사가 수술하라고 말하는 거야?
아빠: 그렇지.
나: 그러면 '저는 수술 안 받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하고 나오면 되는 거잖아.
아빠: 하 참!
엄마: 얘가 가자고 할 때 가~ 주말에는 그 의사들이 없다잖아~ 가려면 얘가 또 연차 써야 되는데 그냥 오늘 가~
아빠: (얼마간의 정적이 흐른 뒤) 그럼 가볼까?
나: 그래 제발 가자 쫌.
[병원에 가면서]
아빠: 내가 유튜브랑 인터넷을 많이 봤다고. 그게 하나면 모르겠는데 여러 개를 보면 공통되는 사항들이 있단 말이야. 그럼 그거를 따라서 운동을 하는 거야.
나: (꾹 참으며) 내가 진짜 백번 말했는데.. 그 인터넷에서 말하는 사람들은 아빠 몸을 모르잖아. 그러니까 전문의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거야.
아빠: 어차피 가면 수술하라고 할 텐데. 앉아있지 말라고 하고. 나는 운전을 하는 사람인데 그게 되겠냐고. 고칠 수도 없고 똑같은 소리 하는데.
나: 알았어, 일단 가자.
[진료실에서 의사를 기다리며]
아빠: (척추 모형을 보며) 이게 신경인가 본데. 앞에 내 그림(X-RAY사진)인가 봐. 저게 휘어져 있잖아. 그게 측만증이라는 거야. 그리고 신경을 누르면 협착증이 되는 거지. 이게 찾으면 다 나온다고.
나: 아빠. 우리 여기에 진단 내리러 온 거 아니고 받으러 온 거야. 의사 오면 말해야 하니까 어떤 증상 있었는지 생각하고 있어.
<아빠에게 쓰는 편지>
고칠 수는 없겠지만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서 병원에 가자고 한 거야. 아빠도 내 마음을 이해하니 가준거겠지. 최근 친척들의 장례를 두 번이나 치르며 남의 일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더라. 엄마 아빠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나이 들면 좋겠어. 인간이 본래 수명보다 너무 오래 살아서 아픈 게 자연스러운 거지만 엄마 아빠는 나의 엄마 아빠잖아. 아프지 맙시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