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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Jul 02. 2024

스코티쉬 필드 고양이

"냥냥이는 우리랑 대화하는 게 영 더디네~ 트랜스레이터 문제인가?"

"그렇진 않을 거예요. 달달이와는 의사소통이 완벽하게 되잖아."

"하긴 그렇지? 똑똑한 우리 달달이. 아빠가 놀아줄까? 응? 달달아~"

세 살 된 시츄를 쓰다듬는 상우 손 아래, 기대감에 숨이 바튼 강아지가 목에 단 애니멀 트랜스레이터를 통해 말한다.

"아빠, 아빠~ 간식, 간식이요~ "

"그래, 그래~ 우리 이쁜이! 아빠가 간식 줄게."

달달이는 아빠를 따라 부엌으로 총총 걸어가며 한여름 성미 급한 마나님 손에 쥐어진 부채처럼 꼬리를 정신없이 흔들어댄다. 꼬리 부채질에 덩달아 기분업된 상우간식 손을 파워 삼아 달달이에게 온갖 재롱을 요구한다.

"달달아. 점프! 옳지. 이번엔 손~ 옳지. 달달아 한 바퀴 뒹굴어 봐..."

시츄는 상우 명령에 100% 복종한다. 그래야 간식 나온다. 경험으로 잘 안다.


"냥냥아, 너도 이리 와서 간식 먹자."

이제 막 두 살이 된 스코티쉬 필드 고양이는 귀를 딱 접고 들은 척도 안 하며 자기 침대를 사수한다. 옆으로 몸을 쭉 뻗어 늘어진 채로.


"여보~ 여보가 간식 가져다주세요. 냥냥이도 먹어야지요."

아내의 냥냥이 사랑에 상우 팔자 좋게 늘어져 누워있는 냥냥이에게 몸소 간식을 가져다 바다.


"냥냥아~ 넌 언제달달이처럼 말할 거?"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상우에게 눈길 한번 안 주는 냥냥이 태도에 헛웃음이 지만 어찌하랴. 말이 안 통하는 것을.


"아무래도 트랜스레이터가 문제인 것 같아."

답답한 상우는 괜스레 기계를 탓해본다.

"그건 아닌 거 알잖아요. 그게 문제인 줄 알고 전에 달달이 거와 바꿔서 채워봤잖아요. 기계엔 문제가 없다고요."

"그럼 왜 냥냥이는 우리말도 못 알아듣고 말도 못 하는 거지?"

"제 생각엔 냥냥이가 워낙 말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애니멀 트랜스레이터 데이터를 모아서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했는데, 뭐, '냐옹''냐'소리도 내지 않으니 데이터가 쌓일 수 있겠어요?"

"하긴, 우리 달달이는 하루종일 종알거리니 달달이 언어 데이터 충분히 쌓인 거고. 그러니 우리랑 의사소통 할 수 있는 거네."

"그래요. 좀 느긋하게 생각해야겠어요. 빨리 의사소통이 안 되니 도도한 우리 냥냥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더 궁금해지네요."


*        *         *


'흐흐, 생각은 무슨 생각. 너희 집사들이 감히 나랑 말을 섞으려고? 굳이? 내가 왜? 내가 말하기 시작하자마자 이래라저래라 자기들 마음대로 할 거면서. 저 멍청한 개 녀석 좀 보라고. 줏대도 없이 광대같이  하고 간식 부스러기나 얻어먹고 있잖아. 품위 떨어지게. 역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니까.'


세상의 소리따윈 들을 필요 없다는 듯이 귀를 접은 스코티쉬 필드 고양이는 집사가 정성껏 갇다 바친 간식을 딱하게 누운 로마 귀족이 되어 취한다. 천천히 하나씩 음미하며. 모든 시간이 온전히 자기 것인 냥냥이는 서두를 필요가 1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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