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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깊은 슬픔

by 미니 퀸

글쓴이: 신경숙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 무슨 일이든 기다릴 수만 있으면, 삶이란 기다림만 배우면 반은 안 것이나 다름없다는데, 은서는 웃었다. 그럴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뭔가를 기다리지. 받아들이기 위해서 죽음까지도 기다리지. 떠날 땐 돌아오기를, 오늘은 내일을, 넘어져서는 일어서기를, 나는 너를.


- 이해하고 싶지만 삶은 이해하는 게 아닌지 모른다. 그냥 살아가야 하는 건지도. 그렇기 때문에 아픔이 이렇게 멈추지 않는 건지도.


- 슬픔에는 더 큰 슬픔을 부어 넣어야 한다. 그래야 넘쳐흘러 덜어진다. 가득 찬 물 잔에 물을 더 부으면 넘쳐흐르듯이, 그러듯이, 이 괴로움은 더 큰 저 괴로움 만이 치유하고, 열풍은 더 큰 열풍만이 잠재울 수 있고.


- 너는 너 이외의 다른 것에 닿으려고 하지 말아라. 오로지 너에게로 가는 일에 길을 내렴. 큰길로 못 가면 작은 길로, 그것도 안 되면 그 밑으로라도 가서 너를 믿고 살거라.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도 그가 떠나기를 원하면 손을 놓아주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것을 받아들여. 돌아오지 않으면 그건 처음부터 너의 것이 아니었다고 잊어버리며 살거라.


추천 포인트:

이슬어지라는 시골 마을에서 함께 자란 완, 세, 그리고 은서는 서로 엇갈린 사랑을 하게 된다. 서로의 등만 바라보고 하던 사랑은 보답받지 못하고,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랑을 깨달았을 땐 이미 변해버린 마음에 서로 깊은 생채기를 낸다. 너무나 깊었던 사랑이 지독한 슬픔이 되어 이들이 감당할 차원을 넘어서게 되는데...

이들이 경험한 심연의 아픔이 나를 펑펑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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