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용산구 시민이 된 나는 월요일과 수요일 아침엔 강남구에 위치한 S문화센터로 향한다.
올빼미인 내가 아침에 잠을 깨는 것은 쉽지 않다. 아침에 뭘 먹고 집을 나선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늦게 잠자리에 드는 탓에 아침엔 좀 비몽사몽 하는데 이를 눈치챈 한 분은 가끔 커피를 들고 오신다. 난 이분을 커피맨이라 부른다. 아침 잘 안 먹고 다니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신 회원 한 분은 가끔 사랑 듬뿍 담은 샌드위치를 들고 오신다. 난 이분을 샌드위치맨이라 부른다. 이분을 통해 다양한 샌드위치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런데 샌드위치 101의 수강기간은 아쉽게도 계속되지 못했다. 샌드위치맨이 떠났다.
S문화센터 영어반은 가끔 수업 후에 커피타임을 가진다. 회원분들은 좋은 일이 있으면 꼭 커피를 사시겠다고 한다. 축하받고 축하해 줄 일이 참 많이도 일어난다. 자녀분의 취직, 결혼, 승진, 첫 손주, 생일 등 끊임없이 행복한 일들이 일어난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기쁨을 나누는 재미에 회원분들은 영어수업보다 커피타임을 더 좋아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서로 말이 통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샌드위치맨은 이 모든 회원들을 포용하고 싶어 했다. 심리학 교수인 샌드위치맨은 본인이 빵이 되고 모든 재료를 안에 다 집어넣고 조화로운 맛을 내려고 했다. 그런데 에스프레소 같이 진한 개성을 가진 커피맨은 억지로 다 모으려 하지 말고 맘에 맞는 사람들끼리 자유로운 커피타임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커피맨이 같이 앉아있길 피하는 분은 결이 달라도 아주 많이 달라 커피맨과는 잘 안 맞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샌드위치맨은 모두를 다 끌어안고 싶어 하셨다. 여기에서 샌드위치맨과 커피맨의 의견차가 너무 컸다. 샌드위치맨은 커피맨에게 거듭 이야기하시고 어떻게든 설득해 보려고 애쓰셨다. 하지만 두 분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샌드위치맨의 마음이 상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래서 떠나기로 결정하셨다. 그리고 떠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