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물렸다!
<제11화> 수동태: 개가 물렸다!
<제11화>
수동태를 배울 땐 물린 개를 기억해!
아, 어쩌다 보니 오늘도 또 개가 등장하겠군. 이러다 우리 영어수업이 개판이 되는 거 아닌가 몰라. 뭐~ 개들이 뛰어다녀도 영어의 발전이 있다면 얼마든지.
개님들! 대환영입니다.
"우리 이쁜이들, 벌써 금요일이네요~ 신난다! 불금이여~ 영원하라! 오늘 불금을 위하여 모두 함께 열공합시다!"
오늘은 왠지 레드불 두 캔을 한 번에 들이켠 기분이 드네. 역시 인간은 주말이 필요해.
"얘들아, 오늘은 쑤동~쑤동~쑤동태!"
어깨도 들썩들썩, 허리도 돌아가고. 아~싸! 호랑나비~
"쌤~ 오늘 커피 몇 잔 드셨어요? 열 잔 드셨죠! 대체 뭥미!"
"히히. 쏘리쏘리~ 이게 다 너희들 기운 내라고 내가 살신성인하는 거다."
내가 너무 가벼운 모습을 보였나? 이미 공연되었고 망가진 모습은 드러났으니 후회는 아주 조금만 하는 걸로.
"오늘 수동태 진짜 재밌다. 한 번 해 보자. 오늘은 누가 주인공할래?"
아이들은 약간 메조키스트의 기질이 있는 듯. 주인공이 되면 이상한 문장 속에서 망가지며 다른 아이들을 웃겨주는 역할을 하는 걸 알면서 매번 주인공 하겠다고 서로 덤벼든다.
"좋아, 오늘은 민호로 가자!"
어떤 종류의 관심이든 상관없이 일단 관심만 받으면 행복해하는, 알다가도 모를 그대들은 모두 연예인 기질이 있는 듯. 뭐 원하시는 대로 가즈아~!
'Minho bites a dog.'(민호가 개를 문다)라고 칠판에 쓰면 학생들은 0.5초 뒤에 빵 터진다. 온몸으로 웃는 바람에 포복절도할 수준.
크흐흐흐. 오늘 너희들에게 수동태의 찐 맛을 보여주마. 난 최고의 수동태 요리사!
자, 자, 여기서 나의 performance가 빛을 발휘할 시간이군.
"일단 X자로 가고 가운데 동사는 이렇게 변하지. be p.p(과거분사) by~."
(오호, 통재라! 무대 위에 선 나의 action과 voice를 들을 수 없는 관객들이여~. 이 제스처와 억양을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방법이 없네. ㅜㅜ)
아이들은 난리가 난다. 두 팔은 X자를 그리고 몸은 들썩이며 모두 한 마음으로 외친다.
"be p.p by~! be p.p by~! be p.p by~!"
사이비 교주가 된 듯한 이 째지는 기분, 하늘을 나는도다.
수동태로 변형시킨 문장 'A dog is bitten by Minho.'(개가 민호에게 물렸다) 이것을 기본으로 과거, 미래, 현재 진행, 과거 진행, 현재완료시제를 응용해서 같이 만들어본다.
형태를 변형해서 같이 연습하는 동안 학생들은 민호에게 물린 불쌍한 개를 머리에 떠올리며 실실 웃는다. 말도 안 되는 웃긴 문장 덕분에 수동태는 머릿속에 콱 박힐 것이다. 민호에게 콱 물린 개와 함께.
어느새 수업 마치는 종소리가 울리지만, 흥분한 학생들은 엉덩이를 들썩, 어깨를 들썩이며 두 팔로 X자를 만든다. 중독성 강한 리듬을 타며 챈팅(chanting)의 세계로 빠져든다.
"be p.p by~! be p.p by~! be p.p by~!"
아마 집에 가는 길에도,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그리고 잘 때도 주문처럼 'be p.p by~!'를 중얼거리며 민호에게 물린 불쌍한 개를 그려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