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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랄리방 Jun 22. 2024

24년 6월 넷째 주 감사일기

6월 17일 월요일 / 선선하면서 습한 더운 날


몸과 마음이 힘들면 잘 웃지 않게 되는 게 당연하다 여겼는데 생각 외로 요즘 참 많이 웃는 거 같다. 별 이유는 없고 사람들과 일상 얘기하면서 또는 일하면서 즐거운 상상을 하면 내 얼굴에는 웃음끼가 흘러나온다. 매사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을 하는데 그 노력이 몸으로 표출이 되는 것인가. 사소한 일에도 긍정적으로 넘기니 내 입가에는 즐거운 미소만 가득하다.


웃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널 기다린다 라의 익신룡.

6월 18일 화요일 / 무더운 날


오늘 같이 일하는 분의 개인 사정으로 내가 특별 공연의 조명을 맡게 되었다. 지방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서울로 수학여행을 오며 대학로 공연을 보기 위해 혜화에 방문을 했다. 우리 공연은 청소년이 재밌게 즐기기 위한 안성맞춤인 공연이어서 매주 학생들이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간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학생들의 수학여행 중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는 시간을 주게 되어 기쁜 시간이었다.


오늘은 좀 예기치 못한 아이들의 반응이 나와 초반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초등학생다운 신박한 표현이 웃음을 주다가도 순수함이 줘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런 아이들의 순수하고 재밌는 웃음을 선사해 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감사하며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보내 감사하다.


어쩌다 오늘 저녁은 피자

6월 19일 수요일 / 덥디 더운 날


지난 토요일에 김제에서 친한 형과 누나가 공연을 해 엄마와 동생을 데리고 보러 갔었다. 오랜만에 형, 누나의 공연을 보려니 어떨지 설레면서 기대가 되었고 게다가 엄마에게 문화생활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공연 장소에 도착하니 전에 같이 공연했던 선생님과 동생 그리고 나를 가르치셨던 선생님을 만났다. 좁디좁은 전라북도 땅에서 다들 연극 하나로 만나다니. 연극은 참 만남의 장소 같다.


공연은 야외 공연장에서 진행이 되었고 이날은 몹시 더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보는 데 있어서 그렇게 덥지는 않아 괜찮게 관람을 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도 보고 지인의 공연을 보니 재미도 있었다.


왜 지난 토요일의 이야기를 오늘 쓰는가? 오늘은 참 하루가 무난하게 흘러갔다. 일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 아주 지극히 평범하게 흘러갔는데 뭔가 마음속에서 공허함이 느껴졌다. 외로움이랄까. 밤거리를 걸으며 산책을 하는데 내 안에 있던 외로움이 나와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어떨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가 지난 주말에 갔던 김제 공연을 생각하니 사람들의 얼굴과 얘기 나눈 순간이 떠오르니 외로웠던 쓸쓸함이 누그러졌고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내가 느낀 외로움은 누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닌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외로움. 즉 내가 나에게 느낀 외로움이었다. 그리고 나는 항상 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니 그렇게 또 쓸쓸하지도 않았다.


지난날의 추억은 내가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 오늘의 나는 지난 토요일의 추억이 나의 감정을 제대로 직면하게 해 준 영양제였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의 시간이 참 감사한 하루였다.


오늘 고생한 나에게 돈까스 한입을

6월 20일 목요일 / 본격적인 여름 날씨


언제부턴가 내가 사람을 가리킬 때 삿대질하는 버릇이 생겼다. 무심코 나간 손이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상대방 입장에서는 무례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이 손버릇은 얼른 고쳐야지 싶었다. 평소에 내가 자주 이랬던 것인가 아니면 원래 내가 그랬던가 생각해 보면 어느 순간부터 내가 바뀐 거 같았다.


다 편한 사람들한테 그런 거 같은데 너무 편하게 대해서 그런가 친구들을 물건 취급한 거 같다. 이건 아주 무례한 행동. 사람들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항상 얘기했는데 정작 나 자신이 그랬다고 생각하니 모순이자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 지금이라도 인지를 했으니 이 버릇을 얼른 고쳐야겠다. 오늘은 감사보다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더울 때는 아이스크림이 최고다

6월 21일 금요일 / 굉장히 덥고 습한 날


남양주 어느 고등학교로 출장을 가서 학교폭력예방 관련 공연을 했다. 나는 음향과 영상을 담당으로 하며 최대한 학교 강당 환경에 맞게 세팅을 하고 공연을 준비를 한 후 공연에 들어갔다. 이 공연은 제대로 연습을 해보지 못해 음향을 틀 타이밍을 잘 몰랐다. 그래서 최대한 눈치껏 맞다는 부분에서 음향을 틀었고 다행히 큰 문제없이 넘어갔다. 공연도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굉장히 재밌게 관람을 해줘서 이런 출장 공연을 오는 묘미가 생기는 거 같기도 했다.


그런 묘미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오늘은 한 연락을 받고 기분이 좋았다. 작년에 방송국에서 짧게 일하고 그만둬서 저번달치 급여를 이번 달에 받기로 했는데 돈을 받지 못해 연락을 하니 연락도 되지 않아 참 난감했다. 신고를 할지 말지 고민을 하다가 그냥 경험이다 생각하고 넘어가려는데 오늘 딱 저녁 먹을 때 연락이 왔다. 확인하느라 늦어서 답장을 못했다며 다음 주 월요일에 정산을 해준다는 연락이었다. 기다리면 복이 온다더니 정말 다행히 돈을 받을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갑자기 세상이 밝아 보이는 오늘. 오늘 참 고마운 문자와 경험이었다.


가슴운동에는 역시 갓 양념 통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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