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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랄리방 Jun 15. 2024

24년 6월 셋째 주 감사일기

6월 10일 월요일 / 습하고 더운 날


내가 사는 동네 신림에는 나와 동생이 자취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먼저 자취를 시작으로 1년 후 동생이 나를 따라서 신림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타지에서 혼자 지내는 것은 사람을 외롭게 만들기에 가까이 가족이 있는 것만으로 나도 모르는 의지가 생긴다.


동생과 한 동네에 자취를 하면 좋은 점이 있다. 밥을 먹을 때 혼자 아닌 함께 먹을 수 있다는 점. 혼자 먹는 게 편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혼자 먹는 게 외로워 사람과 함께 밥을 먹고 싶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동생에게 연락해 시간이 맞으면 함께 밥을 먹어서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저녁에 헬스를 하는 도중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나 저녁으로 햄버거 먹으려고 하는데 같이 먹으실?"


전날에 먹은 떡볶이가 남아 그걸 먹으려고 했지만 동생과 저녁을 오랜만에 먹는 시간이기에 흔쾌히 수락하고 내가 직접 매장에 가서 포장해 갔다. 마침 동생이 할인쿠폰이 생겨서 내가 동생에게 쿠폰을 받아 매장에 가서 포장을 해갔다.


동생 자취방에서 먹는 햄버거. 우리 두 사람은 무뚝뚝한 성격이라 대화가 많지 않지만 일상적인 얘기나 관심사는 종종 나누고 한다. 그리고 같이 밥 먹을 때 재밌는 예능을 보면서 시시콜콜한 웃는 얘기도 하며 평범한 남매의 시간을 보낸다. 함께 밥 먹는 게 별 일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같이 먹는 시간을 가져 가족이라는 소중함을 느끼는 거 같다. 한집에 살았을 때는 함께 밥 먹는 게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각자 따로 살며 이렇게 모여 밥 먹는 것은 서로 시간을 맞추지 않는 이상 힘든 일이기에 난 오늘 이렇게 동생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소중하며 감사한 일이다.


치킨버거는 역시 KFC

6월 11일 화요일 / 흐린 하늘 아래 습한 날


물류센터에서 일을 하면 항상 우리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시는 이모님이 계신다. 성격도 좋으시고 남에게 베푸는 것이 일상인 이모님께서는 항상 우리가 힘들어 보일 때마다 달달한 간식을 주시며 기운을 돋워주신다. 오늘도 이모님께 맛있는 간식을 받으며 영혼 없는 내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셨다. 출근했을 때 넋 나간 표정으로 있다가 이모님께서 다가오시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띤다. 밝은 미소를 띠며 다가오시는 인자한 이모님의 표정을 보면 기운 없는 무표정도 입가에 미소를 띠어져 기분이 곧 나아진다.


어쩌면 이모님께서는 남에게 베푸는 기운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 타인에게 힘을 돋워주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이모님이 계시니 일할 맛도 나며 팍팍한 생활 속에서 정겨움이 느껴지고 그렇다. 오늘도 이모님의 인자한 미소가 정 있는 일상을 만들어 주셨다. 그런 이모님께 오늘 하루 참 감사했다.


6월 12일 / 초여름 날씨


무더운 날씨. 너무나 더운 날씨를 뚫고 본가에 내려왔다. 이유는 딱히 없고 그냥 나란 사람을 쉬게 하고 싶어서 그냥 앉아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한 본가에 내려왔다. 본가에 내려가서 뭘 할지 그런 계획은 짜지 않았지만 딱 내려오니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나름의 치유시간을 보내게 될 거 같다.


한 달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을 하니 생각보다 많이 지쳐간 내 모습에 안쓰러워 제대로 된 쉼을 주고 싶었다. 5일 동안 익산에 있지만 제대로 쉬어야겠다. 이렇게 쉴 수 있는 본가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잘 쉴고 노래 부르며 스트레스도 풀고

6월 13일 목요일 / 초여름인가 여름인가 날씨


사람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미래를 계획하고 꿈꾸며 사는 게 재밌다고 하는데, 오늘의 나는 새삼 알 수 없는 하루였다. 오늘 우연찮게 전북청소년연극제를 보게 되어 전주에 갔는데 거기서 전 극단 대표님과 만났다. 내가 모두에게 편안한 마음을 가지라고 하지만 사실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내 마음속에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대표님. 대표님과는 예기치 못한 이유로 나는 대표님을 미워하며 대표님의 행동에 용서가 되지 않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떡 하니 만나게 되니 정말 당황스러웠다. 딱 대표님을 보는데 나도 놀랐고 대표님께서도 놀라셨고 우리는 놀라면서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어?! 너 여기 어떻게 왔어?"

"엄마 차 타고 왔어요."

"여기 무슨 일이야?"

"공연 보러 왔습니다. 대표님"


그렇게 어색하며 놀란 인사를 마치고 난 대기공간에 대표님께서 극장 안 카페서 일행분과 함께 계셨다. 그러다 대표님께서 내게 오셔서 음료수 한잔 마시라며 사주시고는 내게 7월에 공연 조명을 봐줄 수 없냐고 하셨다. 나를 불편하셨을 수도 있을 텐데 대표님께서는 아무렇지 않게 날 대해 주셨다. 그러한 대표님을 보니 나도 불편을 내색할 필요도 없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눴다. 


대충 일 얘기를 마무리하고 극장에 가서 공연을 관람했다. 재밌게 잘 보고 나서 나올 때 대표님께 인사를 드리고 나왔는데 대표님께서는 마지막까지도 나를 편하게 대하시려고 하셨다. 그런 대표님의 모습을 보니 내 안에 있던 대표님을 향한 미움이 사라졌다. 내가 미워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그렇지 않다면 나만 혼자 부정적인 감정에 갇혀 사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어른인 대표님의 모습에서 내가 너무 아이 같아 보였다. 넓은 마음으로 대하는 대표님의 인사에 더는 미워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내 안에 있던 미움을 용서하기로 했다. 이 마음이 쉽게 안 바뀔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풀릴 줄이야. 


미움을 용서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발걸음도 시원하게 뻗어나갔다. 용서하는 게 이렇게 홀가분한 것인가. 상대를 향한 미움을 용서할 수 있는 계기가 있던 우연의 순간이 참 감사했다.


무더위에 냉면이 시급하다.

6월 14일 금요일 / 습하고 더운 초여름 날씨


오늘은 사람을 만나는 날. 오랜만에 아빠도 함께 모여 온 가족이 고깃집에 가서 식사를 하며 가족다운 시간을 보냈다. 아빠와 술 마시기도 하며 맛있게 고기도 먹고 그동안 못 본 만큼 있었던 일화들을 얘기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시간이 달리는 속도는 즐거움에 비례한다고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참으로 빨리 지나갔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함께 밥을 먹으니 참으로 좋았던 시간.


이후 나는 연극부 후배들과의 약속이 있어 곧바로 원광대 대학로로 이동해 술 한잔을 했다. 이 친구들은 언제 봐도 참 반가우며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워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오늘도 어김없이 함께 있는 시간들이 재밌어서 어느새 새벽이 되어있었고 집을 가야 하는데 집 가는 길이 아쉬웠다. 


좋은 사람들, 즐거운 사람들과 만나면 시간은 항상 빠르게 간다. 나는 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는 게 아쉽지만 그 시간의 흔적이 있기에 살아가는 힘이 생겨서 좋기도 한다. 이날의 추억으로 다음에 다시 볼 날을 기약하며 그때까지 열심히 살아가는 힘이 되니 열심히 살려는 의지도 생긴다. 


그래서 나는 우리 가족에게도 나의 추억의 흔적이 남겨있던 연극부 멍석, 그리고 나와 계속 인연이 되어준 후배들에게 감사하다. 


오랜만에 먹고 싶어 무더위를 뚫고 산 솜리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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