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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랄리방 Jun 29. 2024

24년 6월 다섯째 주 감사일기

6월 24일 월요일 / 약간 흐리고 습한 날


모처럼 월요일에 쉬어서 늦잠을 자려고 했는데 평소 루틴에 맞춰진 몸이 오늘도 나를 깨워 아주 일찍 월요일을 맞이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잠을 자려고 누워 있었는데 잠은 오지 않았고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었다. 시간을 보니 오전 7시. 오늘 점심에 약속이 있는데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모처럼이니 아주 오랜만에 아침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갔다.


헬스장에 일찍 가니 부지런히 오전에 운동을 하시는 어르신들이 계셨고 방학 맞아 학교를 가지 않는 학생도 보였다. 그리고 항상 회원을 반겨주시는 사장님.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들어가려는데 사장님께서 그러셨다.


"오늘은 엄청 일찍 오셨네요."

"오늘 일을 쉬어서 일찍 왔어요."


항상 인사를 해서 그런지 사장님께서 내 얼굴을 알아봐 주시고는 먼저 인사도 해주시고 말도 걸어주셨다. 이 헬스장에 다닌 지 벌써 3년이 되어가는데 이제는 사장님께서는 내가 언제 헬스장에 오시는지 전부 꿰뚫고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오랫동안 보았으니 내가 이렇게 일찍 오는 게 신기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이렇게 말 걸어주고 인사를 해주신 게 특별한 것도 아닌데 기분이 좋았다. 내적 친밀감이 느껴졌달까. 그래서인지 오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데 기분 좋게 운동을 한 거 같다. 그냥 평소에 하던 인사말이 오늘 나의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게 만들어줘서 월요일이 힘들지 않았다.


누군가 건네준 인사가 이렇게 좋았던가. 월요일을 기분 좋게 시작하게 해 주신 헬스장 사장님께 감사한 하루였다.


문래에서 굉장히 핫한 술집 방문

6월 25일 화요일 / 많이 덥지 않았던 날


4월 말에서 5월 초에 방송국에서 아주 짧게 일을 했었다. 생각보다 나와 맞지 않아 빠르게 노선을 갈아탔고 지금의 공연 조명, 음향을 잡게 되었는데 그래서 이제 방송국에서 일했던 급여를 받아야 했다. 급여는 그렇게 많지 않지만 정당하게 일하고 받아야 하는 돈이기에 월급날을 기다렸는데 이상하게 5월에 일한 급여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뭔가 잘못된 거 같아 회사에 연락을 해보니 연락이 되지 않았고 신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다. 그런데 급여 신고 관련 정보를 찾다가 프리랜서는 급여 신고를 하기 어렵다는 정보를 봤다. 하필 내가 일한 것도 계약직이 아닌 프리랜서로 계약을 해서 신고를 해도 돈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 못 받는단 걸 알고 나니 더는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다고 판단해 다시는 이런 쪽으로 일을 하지 말자는 경험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넘어갔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 지난 금요일에 한 통에 문자가 왔다. 뭔가 하고 보니 그쪽 회사에서 확인하느라 답장이 늦었다며 다음 주에 해결해 준다고 연락이 왔다. 기다리고 보니 이런 복이 찾아왔네. 정말 다행이었다. 작년에 한 광고회사에서 알바를 했는데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그런 상황이 다시 또 반복이 되는 건가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일이 빠르게 해결이 되어서 안도를 했다.


그러나 막상 당일이 되어 통장을 확인해 보니 여전히 급여가 들어오지 않아 연락을 취하니 다시 연락을 해보니 깜빡했다며 다음날에 바로 입금해 준다고 하셨고 오늘 통장을 보니 급여가 들어왔다.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야. 큰돈이 아니지만 내가 정당하게 일하고 받아야 하는 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인 하루였다.


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


힘들다고 말하면서 운동가기

6월 26일 수요일 / 햇빛이 쨍쨍한 날


점심에 신촌 피자몰에서 맛있게 밥을 먹고 은행에 들러 현금을 인출하고 나온 길이었다. 오늘은 가방을 들고 외출하지 않아서 바지 주머니에 지갑과 버즈가 함께 있었는데 현금 인출할 때 지갑을 꺼낸다고 버즈를 인출기 위에 꺼내놓고는 챙기지 않고 그대로 전철을 타고 건대입구역에 갔다. 지하철을 탈 때까지 나는 주머니에 지갑과 버즈가 함께 있는 줄 알고 착각을 해서 30분가량을 왔는데 딱 도착하고 나서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없네? 곧바로 뚝섬을 향한 발을 신촌으로 다시 돌렸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혹시 모를 대비로 인터넷에 버즈 케이스 찾는 법과 중고로 케이스만 구매할 수 있는지 검색을 해보았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케이스만 잃어버리는 일이 많아서 많은 글들이 보였고 대다수는 케이스만 잃어버리면 다시 찾기 어렵다는 답변만 보였다. 나는 제발 케이스가 그대로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혹여나 정말 잃어버린다면 새로 사야 하나 걱정도 했다. 예고 없는 지출이 또 발생하니 그거 또한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걱정을 하던 사이 어느새 신촌역에 도착. 부랴부랴 다시 은행에 가보니 인출기 위는 아주 깨끗했다. 누가 왔다 갔는지 흔적도 보이지 않았고 내 버즈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싶던 찰나 혹시 누군가 보안요원님께 이 케이스를 발견해 맡기지 않았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은행 안으로 들어가 보안요원님께 물어봤다.


"저.. 제가 한 40분 전에 현금 인출을 했는데... 제가 인출기 위에 이어폰 케이스를 올려두었는데.."


보안요원님은 내 말을 듣자마자 쓰윽 웃으시며 이동하시고는 내 버즈를 주셨다. 순간적으로 버즈를 내민 손은 내게 부처의 손 같았고 보안요원님의 미소는 예수님의 인자한 웃음 같았다. 나는 굽신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번 말하며 아주 기쁜 마음으로 다시 뚝섬으로 향할 수 있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내 버즈를 가져가지 않고 보안요원께 맡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잘 보관해 주신 보안요원님께도 정말 감사한 하루였다. 감사합니다!


널 잃어버리기 전에 만찬을 즐겼다지

6월 27일 목요일 / 습하고 더운 날


굉장히 바쁘게 흘러갈 것만 같던 오늘 하루. 정작 너무나 한가해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너무나 고요하게 느낀 하루는 마치 폭풍이 몰아치기 전의 고요한 날씨 같았고 역시나 내일을 많은 일거리를 위해 오늘 하루는 잠시 쉬어가는 것이었다. 너무나 평화로워 이렇게 고요해도 되나 싶어 일하면서 눈치를 봤지만 내일은 참 일거리가 많다니 내일을 일할 사람들을 위해 파이팅이라도 외쳐야겠다. 파이팅!!


난 내일 일 쉽니다. 하하. 오늘은 그저 이렇게 즐기고 싶어 일기를 쓴다.


메론 크림이 맛있네

6월 28일 금요일 / 비가 오기 전 습한 날


나는 피로가 쌓이면 치킨을 먹고 싶어 한다. 그것도 양념이 알싸하게 배어 있는 양념치킨이. 매콤한 양념이 내 몸에 들어오면 스트레스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 들어서 피로회복제와도 같은 것이었다.


마침 목요일은 왠지 모를 피로감이 몰려왔고 치킨을 먹어야지 하고 자주 시켜 먹던 치킨집에 주문을 하려는데 이게 웬걸? 치킨집이 문을 닫았다. 여기 양념치킨이 내 입맛에 완전 딱인데 문을 닫았으니 다른 곳에 주문하려고 보니 이 집만의 그 특유의 양념맛을 이길 다른 집은 눈에 딱히 들어오지 않았고 몇십 분을 고민하다 끝내 치킨은 다음에 먹기로 하고 미뤘다.


그렇게 다음날이 된 오늘,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녁을 뭐 먹을지 살펴보니 또다시 치킨이 눈에 들어왔고 오늘은 그 가게가 문을 열었나 보니 역시나 오늘도 문은 닫혀있었고 맛있는 양념을 먹지 못할 아쉬움이 내 입맛만 다졌다. 이대로 또 고민만 하다가 오늘도 치킨은 못 먹는 건가 싶었던 찰나에 예기치 못한 포인트가 있는 걸 발견하고 이건 오늘 꼭 써서 나를 만족시켜야지라는 굳은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그래서 다시 배달앱을 켜 확인을 해보니 내 눈에 딱 들어온 건 피자와 치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피자나라치킨공주! 게다가 여기 양념치킨이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내 머릿속에 저장되었던 데이터가 입력이 되어있었고 나는 곧바로 양념치킨과 함께 이것과 잘 어울리는 불고기 피자를 주문했다.


결과는 아주 대만족! 양념과 불고기의 조합은 아주 끝내줬고 아주 만족스러운 6월의 마지막 금요일 저녁을 맛있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먹고 싶은 굳은 의지가 6월의 마지막 금요일을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줬다. 역시 하고자 한다면 안 되는 건 없는 거 같다. 먹고자 하는 내 의지 칭찬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 있어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치킨에게 오늘도 맛있는 식사를 하게 해 줘서 참으로 감사하다.


넌 피자? 나는 치킨. 우리 함께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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