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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랄리방 Jul 13. 2024

24년 7월 둘째 주 감사일기

7월 8일 월요일 / 장맛비가 쏟아진 날


자욱하게 비가 쏟아진 월요일. 하루가 아주 순탄하게 흘러간 날. 비가 오니 얼큰한 김치찌개가 떠올랐다. 일 끝나고 같이 일하는 형에게 저녁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마침 형이 신림에 맛있는 김치찌개가 있다고 했는데 오늘은 김치찌개를 먹기 위한 날인가, 어떻게 내 마음을 잘 알았는지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형과 함께 방문한 이 김치찌개집은 내가 신림 살면서 자주 봤던 곳이었다. 가볼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가 이번에 형과 함께 첫 방문을 하며 새로운 맛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기는 김치찌개가 큰 양푼냄비에 나와 양과 맛 둘 다 사로잡는 곳이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형이 내 표정을 보는데 그렇게 맛있게 먹으며 기분 좋아 보는 건 자기가 역대 데려간 맛집 중 최고였다고 한다. 너무 맛있어서 계속 숟가락이 갔던 김치찌개. 정말 맛있어서 비가 오면 생각나는 맛이었다.


아주 맛있게 먹은 김치찌개와의 만남.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너무 맛있어서 찍는 것도 깜빡했다

7월 9일 화요일 / 장맛비가 내리고 습한 날


요즘 나에게 따라오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사랑". 이 감사일기를 쓰면서 매사 사사로운 것으로 시작해 나에게 오는 모든 감사한 순간과 감정을 일기로 남기며 보내기 몇 달이 되었는데 누군가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날들에 감사함을 느끼니 나에게 메말랐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낯설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받는 사랑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을뿐더러 그게 사랑이었는지 인지조차 하지 못해서 막상 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었을 때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최근에서야 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바라보려고 하니까 이런 게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고맙다고 건네는 말, 나와 함께 웃으면 보내는 시간,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 등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나를 생각해 주는 것들 전부 사랑이었다. 그동안 이걸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았던 것은 내가 사랑이라는 것에 너무 메말랐고 감정적 경험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해서 그런 거 같다.


그래서 이를 계기로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좀 더 알아가며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비롯해서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제대로 표현해보려고 한다.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앞으로 올 사랑에게 감사하다.


오늘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7월 10일 수요일 / 폭염이 시작된 날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극단은 출장 공연을 자주 간다. 한 공연만 하지 않고 여러 공연을 전국적으로 돌아다니며 하는데 그중 학교 폭력 관련 연극을 많이 돈다. 공연별로 배우가 다르고 그만큼 또 분위기도 천차만별. 그래서 처음에 이 팀에 끼는 게 어색했다. 나는 중간에 합류한 케이스였고 다른 배우들은 이미 친해진 사이여서 그들의 대화에 나는 듣기만 할 뿐이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다 오늘 이 팀으로 두 번째 출장 공연을 다녀왔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늘 공연한 곳은 신림 쪽에 있는 중학교. 집이랑 가까워서 아주 좋았고 무엇보다 신림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단 것에 너무 좋았다. 마침 신림에 새로운 맛집을 찾고 있었는데 오늘 간 곳이 또 오삼으로 맛있는 곳이었고 그 맛은 소주를 생각나게 하는 맛이어서 그 자리에서 같이 소주 한잔을 했다.


시작은 어색하게 시작했다 점점 이 술자리가 즐거워져 갔고 이대로 끝나기에는 큰 아쉬움이 있을 거 같아 2차, 3차까지 갔다. 함께 술자리를 가지니까 확실히 전보다 덜 어색해졌고 무엇보다 서로의 공통점을 하나씩 맞춰가는 재미도 있어 종종 이런 자리를 가지면 좋겠단 생각도 들었다.


오랜만에 새로운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지니까 또 즐거움이 발동해 술이 술술 들어갔다. 술자리도 즐거우니 술도 달았나 보다. 오늘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과 안면을 트며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단 것에 감사한 하루였다.


신림에도 오삼불고기 맛집이 있다.

7월 11일 목요일 /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날


나는 거의 일주일에 치킨을 3번 이상 먹는다. 정확히는 KFC 순살 통다리 치킨 2조각을 사서 먹는데 이유는 간단한다. 맛있고 단백질 보충을 하기 위해. 항상 저녁에 운동을 하고 나면 시간은 거의 9시가 된다. 그러면 신림과 보라매에 있는 KFC지점에는 치킨나이트라고 해서 통다리 순살 및 치킨 조각이 1+1 행사를 한다. 이때 한 조각의 가격으로 2조각을 먹을 수 있는데 그냥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뿐더러 닭가슴살 하나 사 먹는 가격보다 싸다. 그래서 운동을 끝나고 나면 KFC에 가서 통다리 순살을 사 먹는다.


나는 운동을 하는 이유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한다. 열심히 운동해서 건강한 몸을 만들어 이 세상에 있는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어보려는 투지가 나를 운동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학창 시절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생활을 하면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 한이 아직까지 남은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과거의 삶을 벗어나려는 지금의 투지가 행동으로 나오는 것일 수도 있는데 아무렴 어떤가 맛있는 걸 먹는 것이 삶의 행복인데. 그래서 나는 운동을 끝내고 나서 치킨을 자주 먹는다.


오늘은 KFC가 아닌 한 달에 한번 정말 몸보신이 하고 싶고 맛있는 양념이 생각날 때 사 먹는 나만의 단골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 먹었다. 이 치킨은 내가 서울에서 첫 자취하고 익산에서 먹어보지 못한 브랜드의 치킨이었으며 짭조름한 간장치킨맛이 일품이 곳이다. 오늘 그 짭조름한 간장치킨이 생각이 나서 운동 끝나고 씻기 전에 미리 포장주문을 시켜서 헬스장에서 다 씻고 집 가는 길에 룰루랄라 포장을 받아 집에 왔다.


항상 이 치킨포장을 뜯을 때 내 심장을 운동을 할 때보다 더 쿵쾅쿵쾅 뛴다. 이 맛있는 치킨을 만나는 설렘이 참 내 안의 순수한 감정을 끌어오려 주는 거 같다. 이래서 내가 치킨을 좋아한가 보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열심히 운동을 하는 이유를 만들어준 치킨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에 참으로 감사한다.


간장은 역시 오사카다

7월 12일 금요일 / 흐리고 습한 날


작년에 컬컴이라는 영어회화를 하는 곳을 다니며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여기를 다니면서 나의 서울생활이 즐거워졌을 정도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중 한 친구가 파티를 여는 걸 좋아하는데 작년 연말에 크리스마스 파티 겸 연말 파티를 열어 많은 친구들이 모여 좋은 시간을 가졌다. 이 친구가 다양한 게임과 이벤트를 준비해서 심심할 틈이 없었는데 그중 하나는 24년도의 나에게 쓰는 편지였다. 1년 뒤의 나에게 23년의 내가 전하는 메시지를 쓰라고 했는데 그 당시에 나는 이런 메시지를 썼었다.


"23년도는 인간을 혐오했다면 24년도는 인간을 사랑하는 한 해가 되길"


작년의 나는 힘든 일들을 많이 겪어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이 컸었다. 가까운 사람을 미워하고 잃고 하는 일이 많았던 23년. 그렇기에 24년에는 이와 반대로 나에게 좋은 일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24년을 반절 살아가고 있는 나를 보면 정말 작년에 내가 쓴 메시지대로 살고 있는 거 같다. 올해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사람을 사랑해보려고 하니 사람을 미워했던 마음에서 용서하는 마음으로 바뀌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 이 용서도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닌 갑자기 찾아왔다. 그리고 용서를 하는 순간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게 느껴졌다. 내가 왜 그렇게 미워했는지 돌이켜보면 그저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고 나와 생각이 틀림을 인정하지 않아 미워했던 감정이 더욱 컸던 거 같다. 그래서 나는 용서를 받아들이고 이제 다시 사랑을 해보려고 한다.


작년에 우연히 갔던 컬컴이 이렇게 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니 역시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거 같다. 나의 23년을 재밌게 채워준 컬컴에 감사하고 재밌는 파티를 만든 릴리에게 감사하며 미움을 용서로 바꾸고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이 시간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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