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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랄리방 Jul 20. 2024

24년 7월 셋째 주 감사일기

7월 15일 월요일 /  흐리고 습한 날


오랜만에 익산 극단에서 하는 연극 공연을 참여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조명을 담당하며 배우분들 공연 연습을 보며 어떤 식으로 조명을 그릴지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연습에 임했다.


과거의 나는 익산에서 공연하는 게 그렇게 재밌어하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연극에 대해 많은 회의감이 들었고 제자리걸음이란 생각도 들어서 도저히 즐겁게 공연에 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공연 연습에 참여하는 게 즐겁다. 배우가 아닌 스태프로 참여해서 그런지 몰라도 공연의 완성도를 책임지는 조명을 하니 재미있고 전보다는 확실히 더 즐겁게 임하는 거 같다. 무엇보다 회의감도 없고 부정적인 생각도 줄었다.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것, 나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인지 이 공연계로 향하는 게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나의 마음가짐도 달라져서 그런지 공연이 재밌어지는 요즘이다. 나의 변화로 내 삶도 달라지는 게 느껴져 참으로 감사하다.


익산 와도 열심히 운동

7월 16일 화요일 / 장맛비가 내린 날


이번에 익산 공연으로 내려오면서 몇 명의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연습 끝나고 나서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너무 짧았는지 몰랐던 나는 어떻게든 볼 수 있을 거라 믿고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몸은 금방 피로에 쌓여 당장이라도 집에 들어가서 쉬어야 했으며 연습도 늦게 끝나 친구들 만나기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메시지를 남기고 약속을 미뤘다.


몇 명의 친구는 갑작스럽게 약속을 취소한 나에게 약간 불만을 토로했지만 잘 무마해서 넘겼다. 엄연히 내가 먼저 된다고 생각을 하고 약속을 잡았기에 그럴 만도 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나의 상황을 다 이해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니 자기는 이해한다며 나를 위로해 줬다. 다른 친구들의 불만을 듣다가 이 친구의 너그러운 마음을 보니 내가 그래도 친구는 잘 사귀었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못한 건데 그런 나를 이해해 준 게 참 고마웠다. 꼭 이 친구를 만나면 내가 밥을 사야겠다. 고맙다 정말.


인생의 짐을 들고 있는 중

7월 17일 수요일 / 흐린 후 비가 쏟아진 날


공연 장비를 찾으러 군산 대야에 갔다가 우연히 인스타 감성이 물씬 나는 카페를 발견했다. 생긴 지 불과 몇 년이 되어 보이지 않은 이 카페는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 만든 카페였다.


공연 리허설을 하기 전에 시간이 남아 잠시 들려서 휴식을 가졌다. 카페를 둘러보니 연인끼리 데이트하러 좋아 보였고 드라이브로 오기도 좋아 보였다. 무엇보다 부모님을 데리고 바람 쐬러 오기에도 좋아 보였던 카페. 부모님 생각하니 딱 군산이 고향인 친구에게 추천해주고 싶었다. 가끔 서울에서 군산에 갈 때 기분전환으로 가보면 좋을 거 같은 곳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카페.


그런 카페를 이 친구에게 추천을 해주고 싶다. 나중에 어머니와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바로 추천해 봐야겠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추천해주고 싶은 건 오랜만이다. 그만큼 카페가 괜찮았던 거겠지? 이런 일상 속 우연에서 발견한 기쁨을 느껴 감사하다.


진한 초코가 들어간 라떼는 맛있었다.

7월 19일 목요일 / 장맛비가 내린 날


항상 극단에서 공연을 올릴 때면 순탄하게 시작했던 적이 없다. 매번 말이 바뀌고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아서 내 잘못도 아닌데 내가 잘못한 게 되어 그런 상황이 매우 싫었다. 기분 좋지 않은 감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져 나와 마찰이 생기는 사람들을 미워하고 그랬다.


그런데 오늘의 나는 그런 미운 마음이 없었다. 오히려 "아, 그럴 수 있지" 넘어갈 수 있는 마음이 생겨 기분 좋지 않은 것도 너그럽게 넘어갔다.


공연이 성공적으로 시작을 했나? 아니 그건 아니다. 공연 전에 조명을 제대로 만지지 못해서 본 공연 때 실수가 잦았다. 그래서 공연이 끝난 후 그런 문제들이 기억에 남아 맞춰볼 수 있는 시간의 부족함에 아쉬움을 가졌다. 대표님의 잔심부름과 이런저런 잡다한 일들이 나한테 와서 제대로 조명을 못 만져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에게 원망의 마음이 들기도 할 텐데 오히려 그런 상황들을 미리 인지하듯 잠깐의 답답함과 짜증이 있을 뿐 금방 홀가분하게 넘어갔다.


정말 마음의 여유가 생긴 건가. 오히려 지금의 내가 딱 연극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이를 먹으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고 나를 변화시킨 게 아닐까 싶지만 적어도 확실한 건 공연이 끝나고 난 후 개운한 기분이 내 마음을 보듬어줬다.


확실히 그전과는 다른 기분. 그래서 이런 사람이 된 나 자신에게 정말 감사한 순간이다. 고맙다. 성장해 줘서


공연이 끝난 후 소고기로 영양보충

7월 20일 금요일 / 햇빛이 쨍쨍하고 더운 날


"신은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기회를 준다"

이번주에 정말 먹고 싶은 삼각김밥이 있어서 공연 연습 끝나고 집 들어가기 전에 편의점에 들렀다. 내가 아는 참 예쁜 먹잘알이 이건 꼭 먹어보라고 추천한 삼각김밥이 있는데 그게 진짜 맛있다는 것이 딱 연습 끝나고 집 가는 길에 떠올라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얼마나 맛있나 기대를 하며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아니?! 삼각김밥이 보이지 않았다. 기가 막히게 딱 그거만 보이지 않아서 그날은 다른 것을 먹고 다음날을 기약했다.


다음날 이날도 어김없이 연습이 끝나고 집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오늘은 당연히 있을 거라 믿고 들어갔지만 이날도 삼각김밥은 만나지 못했다. 오히려 다른 삼각김밥도 품절. 이쯤 되니 오기가 생겼다. '너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오늘도 보이지 않은 거냐'


그렇게 삼각김밥을 먹기 위한 나의 챌린지가 시작이 되었다. 그러고 또다시 다음날이 되었다. 이날은 본 공연이 처음 시작하는 날이었고 하루종일 정신이 없어서 진짜 입에 맛있는 게 들어가야만 했다. 오늘은 기필코 편의점에 가서 꼭 삼각김밥을 먹겠단 굳은 다짐을 하고 갔는데 와.. 오늘도 없었다.


"너 대체 얼마나 맛있는 거냐!!"


세 번째 시도에도 못 먹은 삼각김밥. 큰 좌절과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바로 다음날. 두 번째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왔다. 너무 피곤해서 집 밖을 나갈 염두가 나지 않다가 먹지 못한 삼각김밥이 떠올라 무거운 몸을 일으켜서 편의점으로 향했다.


'오늘도 없으면 어떡하지? 먹지 말까?'란 잠깐의 망설임도 있었지만 나의 의지는 약하지 않았고 어떻게든 먹겠단 다짐이 무거운 몸을 일으켜 편의점으로 향하게 했다. 그런데 편의점 가는 길이 생각보다 가벼웠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오늘은 삼각김밥과 만날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그 기분은 몇 분 후 실제로 일어나 드디어 그렇게 고대하던 삼각김밥과 만날 수 있었다.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삼각김밥이 있다는 걸 확인했을 때 입가에 미소가 환하게 띠었는지 바로 그거 하나 집어서 계산 후 집으로 왔다. 과연 맛은 어떨지.

전자레인지에 30초 돌리고 나서 시식. 비닐을 벗겨보니 와우~ 아주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며 이건 무조건 맛있단 확신이 들었다.


그러고 한입을 먹으니 평소 자극적인걸 자주 먹어서 그런지 이 삼각김밥은 덜 자극적이며 더 맛있었다. 먹으면서 이거 추천해 준 예쁜 먹잘알이 생각이 났다. 그때 이 삼각김밥을 만나서 추천받았던 건 신의 한 수.

이게 간절히 먹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졌고 이 삼각김밥은 잊지 못할 거 같다.


이렇게 맛있는 삼각김밥을 먹을 수 있었던 건 먹겠단 의지를 포기하지 않아서 신이 기회를 준 거 같아 감사하고 나에게 이 삼각김밥을 추천해서 좀 더 맛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해 준 예쁜 먹잘알 친구에게 너무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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