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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랄리방 Jul 27. 2024

24년 7월 넷째 주 감사일기

7월 22일 월요일 / 흐리고 습한 날


언제 끝날지 모르던 4일간의 공연을 마쳤다. 무난하고 무탈하게 흐르지 않고 항상 변수가 있었던 이번 공연은 오랜만에 내게 긴장감을 줬다.


조명을 조작할 때 항상 배우들의 동선과 다음 장면 전환을 고려해서 미리 세팅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했던 공연장은 예술공간이 아닌 시립도서관에 있는 시청각실을 대여해 사용해서 여기 관계자는 조명기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래서 내가 직접 유튜브를 검색해서 여기서 사용하는 조명기기를 독학해 조명을 조작했다. 여기서부터 뭔가 무탈하지 않은 4일이 될 거 같았는데 그 예상은 역시 틀리지 않았고 4일 동안 여러 변수가 발생하며 공연하는 내내 나의 집중은 오로지 이 공연에만 몰두를 했다.


얼른 빨리 공연을 끝나길 바란 나의 마음. 공연 때마다 조명 실수도 있고 조명 고정도 되지 않아 바뀌고 그래서 조명이 이렇게 긴장감이 넘치는 일인가 싶었다. 마치 롤러코스터가 수직낙하 하기 전 긴장감이랄까. 얼른 롤러코스터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과 같은 4일이었다.


그러고 나서 4일이 지났고, 언제 끝날까 싶었던 공연도 막바지가 되었고 공연이 끝나는 순간?! 홀가분한 마음으로 바로 대본 정리하고 장비 정리하고 공연 철수 준비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난 오로지 뒤풀이 생각이었다. 얼른 가서 고기를 야무지게 먹을 생각으로 몸을 움직이려는데 공연 마지막날은 늦게 공연이 끝나고 철수도 매듭을 짓지 못해 다음날에 다 마무리를 하며 이날 뒤풀이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렇게 다음날인 오늘 아침에 도서관에 가서 우리의 공연 흔적을 전부 청소하며 언제 공연했나 싶게 아주 깨끗이 청소를 하고 나왔다. 드디어 끝났다! 홀가분함과 함께 이날 저녁 아주 맛있는 고기를 먹으며 쫑파티를 보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4일 동안 조명 보느라 수고했으니 오늘은 맛있게 고기를 먹으며 월요일을 마무리한다. 긴장이 되었지만 나름 조명하는 재미가 있었던 이번 공연. 나에게 긴장과 재미를 주어서 감사한 시간이다.


고생 끝에 고기는 맛있다!

7월 23일 화요일 / 흐리고 더운 날


공연이 끝나면 어느 정도 내게 휴식이 올 줄 알았는데 휴식은 아직 사치였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곧바로 나는 익산시에서 제작하는 웹드라마 스태프에 투입이 됐다. 처음에는 할 생각이 없었지만 막상 얘기가 나왔을 때 거절의 의사는 내 머릿속에 없었고 오히려 나의 시간을 조절해하겠다고 말해서 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 했다.

 

매년 하지 말자 생각하지만 나는 그 하지 말자를 잊고 다시 반복해서 하고 또 내년에는 하지 말자라고 혼자 의미 없는 다짐을 한다.  정말 하기 싫은 것인가. 생각해 보면 꼭 그러지 않는 거 같고.


그래도 아마 또 하겠지. 아니. 다음에는 그냥 패스하는 걸로. 오늘은 감사함보다는 고난했던 하루의 수고의 인사를 건네본다. 수고했다.


힘들 때는 초코 라떼

7월 24일 수요일 / 뜨겁고 더운 날


사람이 답답함을 느끼면 화보다는 깊은 한숨이 몸 안에서 크게 뱉어진다. 이 말은 즉 오늘 나는 아주 큰 답답함을 느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는 뜻이다. 굳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있겠나 싶지만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면 스트레스는 안 받을 수가 없다.


오늘 여러모로 부딪히는 일이 많아 답답하고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도대체 나와 무슨 장난을 치자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꽉 막히게 머리를 짓눌렀던 오늘 하루는 정말 피곤한 날이었다. 오늘은 도저히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떠오르는 말은 이것뿐.


"고생했다."

그래 오늘의 나야, 정말 고생 많았다.


위로를 해주는 샌드위치

7월 25일 목요일 / 햇살이 쨍쨍한 날


가끔 자기가 아주 대단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보면 묘하게 답답함을 느낀다. 대다수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정말 잘난 줄 알고 착각하는 경향의 모습이 보이고 남들을 가르치려는 게 보인다. 사실은 그냥 남들보다 조금 더 아는 정도인데 그게 아주 대단하다고 여겨 묘한 답답함을 준다.


묘하게 신경을 건드려서 사람을 아주 짜증 나게 만드는 사람. 선을 넘다가도 뒤로 후퇴하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게 싫은 하루였다.


그래서 오늘도 내게 말한다.


"정말 고생 많다"


스트레스에는 잠깐의 드라이브

7월 26일 금요일 / 흐리고 습하고 비 온 날


이번 한 주는 순탄치 않은 시간이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일이 꼬이는가 원인을 찾아보고 해결 보려고 해도 깔끔하게 일이 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얼른 이번 주가 지나가길 바랐지만 오늘 하루는 천천히 갔으면 했다.


오늘 저녁에 친구들을 만났다. 얼굴을 보기만 해도 즐겁고 함께 있으면 행복한 친구들인데 너무 보고 싶었다. 오죽하면 꿈에도 나올까. 친구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짜증이 머릿속을 지배했지만 친구들의 얼굴을 보니 내 머릿속에는 짜증 대신 즐거움과 행복으로 꽉 채워졌다.


이런 게 바로 사랑인 걸까. 그만큼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즐거움을 받고 그러는 거 같다. 그래서 정말 이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다.


이번 주는 모든 게 짜증이었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한 날이었다.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


해장은 초코크림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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