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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랄리방 Aug 24. 2024

24년 8월 넷째 주 감사일기

8월 19일 월요일 / 맑고 습하고 더운 날


익산에 오면 만나는 사람은 항상 정해져 있다. 친구 아니면 동아리 후배. 그중 아주 소심한 친구와 처음으로 단 둘이 시간을 가졌다. 지난번에 공연 보러 와줬는데 그냥 보낸 게 마음에 걸려 오늘 내가 밥을 사기로 했다.


이 친구와 볼 때는 항상 3명이서 봤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단 둘이 봐서 내가 얼마나 수다를 떨어야 할지 걱정을 했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이 친구도 나름 수다를 떨어서 티키타카가 아주 잘 되었다. 휴.


둘이 저녁으로 덮밥을 먹으며 배를 채운 후 제대로 수다를 떨기 위해 술집으로 이동했다. 밥 먹으면서 수다를 떨 수 있지만 더 재밌는 이야기가 있고 더 재밌게 듣기 위해서는 역시 술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술집으로 이동해 제대로 수다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 나눈 추억이 많아서 추억 얘기 만으로도 시간이 금방 갖고 또 새로운 이야기에는 흥미를 가져서 더더욱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걸 느꼈다. 너무 빨리 지나가서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오늘 이 친구의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재밌는 시간이었다.


동아리에서 이어져 온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가고 계속 인연이 된다는 건 신기하면서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 인연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매운 갈비찜 덮밥은 맛있다.

8월 20일 화요일 / 습하고 더운 날


최근 들어 익산에 자주 내려가고 있다. 대부분 일을 하러 내려가는데 생각 외로 내 일상에 영향을 줄 정도로 장기간 체류하는 경우가 많아 당황스럽기도 한다. 익산에 간다는 건 본가에 가고 오랜만에 엄마의 얼굴을 보며 같이 집에서 시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데 요 근래 집에 안 좋은 일들이 많고 그에 따른 엄마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라 집에 있는 게 눈치가 보였다.


나 또한 익산에 있으면서 기분 좋지 않은 일들이 몇 가지 생겨서 얼른 익산을 벗어나고 싶었는데 집에서도 그런 안 좋은 기운이 나니 집이 반갑지 않았다. 아들로서 엄마를 위로하고 격려해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쭈욱 엄마 곁에서 아빠 대신 엄마를 위로하고 격려를 하니 나도 모르게 이젠 지쳐버린 거 같았다.


집이란 편안한 곳이어야 하는데 좋지 않은 일들이 생기니 이젠 집이 불편해진 곳이 되었다. 지금의 보릿고개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끝난다고 해도 집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은 더는 내게 살갑게 다가오지 않을 거 같다.


그래도 아들로서 엄마가 힘들 때 도움이 되어주려고 하는데 지금은 내 힘으로 도울 수 있는 게 없고 오로지 격려의 말밖에 할 수가 없어 답답함도 있다. 언제 잘 풀릴지, 나나 동생이 자리를 잡아서 자수성가하게 되면 그때 온 가족이 다 같이 웃을 수 있을 것인지. 그날을 바라보며 오늘도 난 하루의 다짐을 하며 마무리를 한다.


불편하더라도 집에는 가족이 있으니까. 가족이기에 서로 의지가 되어주자.



8월 21일 수요일 /   오고 습하고 더운 날


최근 성향이 바뀌어 사람들에게 말 거는 게 무섭지 않아 먼저 다가가 친해지고 그랬다. 내가 원래 이랬나 싶을 정도로 외향적인 모습이 보여서 가끔은 나도 놀랜다.


서울에서 연극하며 같이 공연하는 친구들과도 먼저 말 걸고 그래서 친해지기도 했다. 다는 아니지만 대다수 그런 편. 그런데 아직 좀 어색한 사이도 있다.


연출님과 대표님. 나이대는 나와 같은 30대이고 장난기도 있고 착한 분들인데 아무래도 한 극단의 연출과 대표를 맡고 있다 보니 거기에 따른 불편함에 아직 사적 얘기를 주고받고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


가끔 출장 갈 때 차 안에서 먼저 말 걸어주시고 그러지만 그때뿐, 그 이상 대화를 주고받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강원도로 출장을 가게 되면서 내가 조수석에 탔고 대표님이 운전을 하셨다.


조수석에 타면 옆에서 말도 걸어주고 그래야 하는데 이게 참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출장 가는 길 내내 고민만 했다. 그러다 뒷 좌석에 앉은 연출님이 그러셨다.


"대표 너, 리방이 불편해? 뒤에서 보니까 서로 불편해하는 거 같네"


괜히 정곡에 찔린 기분이 든 나. 그런데 아마 대표님도 그러시지 않을까 싶다. 대표님께서는 극 I 성향이라 먼저 말을 잘 못 거신다. 친하지 않은 이상 입을 먼저 뗄 일이 없으신데 나 또한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말을 먼저 못 건다. 결국 이럴 때 발동하는 내성향 때문에 서로 1시간 동안 차 안에서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때 연출님께서 정적을 깨 주셔서 그제야 서로의 공통분모를 얘기하며 대화가 오고 갔다. 다행이라면 다행. 한시름 놓인 나는 한 두 마디 먼저 꺼내며 잠깐이지만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하루종일 어색해할 거 같았는데 연출님이 아이스브레이킹해주셔서 출장 가는 길이 불편하지 않았다. 이거는 참 감사한 일이었다.



8월 22일 목요일 / 햇빛이 조금 약한 날


오랜만에 일하는 쿠팡. 내가 일하는 곳은 신선센터로 냉장 및 냉동식품센터인데 나는 주로 냉동식품이 있는 4층에서 일을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4층으로 가기 위해 줄을 섰는데 오늘 물량이 별로 없다며 처음으로 4층을 가지 못하고 잘렸다. 관리자분이 계속 다른 분을 올려 보내고 나는 보려고 하지도 않아서 처음에 기분이 좀 그랬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 보니 오히려 그 관리자분께 감사함을 갖게 되었다.


4층에 올라가지 않는 대신 2층에서 우유팩을 포장했다. 오늘 처음 써보는 기계로 포장을 하며 팔레트에 차곡차곡 쌓는데 일이 생각보다 쉽고 힘들지 않아서 아침에 관리자분께 불만을 가졌던 게 미안할 정도였다. 이렇게 꿀을 빨 수 있었단 걸 알았다면 바로 땡큐 이랬을 텐데. 덕분에 오늘 아주 편하게 일을 하고 돈 벌고 간다.


감사합니다.!! 꿀 빨게 해 줘서.


열심힘 일 한 자, 배를  채우리



8월 23일 금요일 / 햇빛이 쨍쨍한 날


요새 왜 이렇게 술 마시고 싶은지 모르겠다. 보통 스트레스가 쌓이면 술 마시며 풀려는 게 상책인데 나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술을 잘 찾지 않아서 고로 나는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시고 싶은 게 아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그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고 근처에 같이 술 마실 사람도 많지 않아서 그래서 술을 더욱 마시고 싶은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혼술도 하지 않아서 같이 사람이 꼭 필요했다.


그래서 가끔 컬컴 친구들에게 연락해 번개 모임을 갖고는 한다. 그 번개 모임을 오늘! 금요일에 가져서 아주 시원하게 막걸리 마시며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친구들은 거의 유일하게 서울에서 내가 시시콜콜하게 만나 술 마시며 떠들어 재끼는 친구들이다. 자주 만나고 그러니 더욱 애정도 생기고 이 친구들과 만남이 내 서울살이의 즐거움을 더해줘서 너무나도 고마운 친구들이다.


한 달 만에 본 친구도 있고 두 달 만에 본 친구도 있어서 오늘 참 반갑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어 감사하고 즐거웠다. 다들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 내어 만나주는데 얼마나 고마운지, 그래서 더 챙겨주고 싶고 그렇다. 매번 얘기하지만 난 이 친구들에게 항상 감사함을 느끼며 앞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며 살 것이다. 


고맙다, 친구들.


명동에 맛있는 집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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