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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모금

시 한 모금

4. 바람이 분다

by 조유상

바람이 분다

머리맡 잠을 깨운다


바람이 잔다

잠을 잔다

맘을 눕힌다


자고 깨면 또 불겠지


어디서 오는 잠이고

어디서 오는 바람인가


자고 깨는 게 일인데

깨다 잠든 바람

일깨우지 않도록

깨끔발로 걷는다

소용 있는 일일까

쉿! 하면 바람귀가 들으려나


바람 불 때

바람 소리에 묻혔던

새소리 후루룩

바람 자니 날아온다


바람 불면 부는 대로

나부끼고

바람 자면 자는 대로

고요하다


바람 불면 먼저 눕는 건 풀이고

바람 자면 고요한 건 내 마음인가


바람 속 고요와

자는 바람 속 이는 폭풍,

누가 누가 알아차리나


바람은 바람일 뿐

지나가고 지나간다


언제고 멈추지 않은 바람이 없고

언제고 고요하기만 한 햇살도 없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서 불어오고

바람은 불다가도 문득 멈춘다


바깥바람은 도리 없어

두 손 놓고 있지만

안에 부는 바람은

고요를 선물할 수 있어

바람이되 바람이 아니다


바람 잠재우는 손길이

안에 있어

살살 비질해 눕혀준다

살살 등 긁어 잠재운다


그게 내가 바람과 사는 법이지

미리 걱정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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