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그대, 그리고 나
그대, 이리 매일
같은 듯 다른 손길로
쓰다듬고
때론 할퀴우고
때론 허덕이며 속삭이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며
뺨을 세차게 갈기는 당신
나는 아파요
때론 정처 없이 무작정
떠나는 그대
나는 그리워요
그댄 나의 다소곳함을
사랑하나요
그댄 나의 말없음을
사랑하나요
내가 다소곳하면
재미없다 돌아서고
내가 묵묵하면
심심하다 떠나는 당신
사랑한다며
기약 없이 떠났다
습관처럼 돌아오는
그대는
누구신가요
종잡을 수 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그대
내 앞에서 흰 이를 드러내고
하얗게 부서지며 웃는 그대
나는 마냥 설레어요
다글다글 웃으며
흰 옷소매 휘날리며
다가오는 싱그러운 그대 목소리
나는 오도 가도 못하고
오늘도 오금저리게 서 있네요
그냥 이대로
그대를 그리며
한없이 기다리는 내 마음
차라리 안아주지 마요
차라리 감싸 안지 말아요
어루만지는 그대 손길에
오늘도 넋을 잃고
사랑에 넘어가는
나는 누구일까요
그대의 거친 입맞춤에
입술을 내어주고
그대의 거친 포옹에
이 자리에 마침표를
찍어도 좋겠어, 나는
내 뼈를 깎아내고
내 살을 허물어도
종내 알 수 없는 그대
나는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아요
내 사랑엔 목소리 없어
사랑한다 말 못 하고
내 사랑엔 팔이 없어
그대를 안지 못하네
징검징검 그대를 마중할
다리가 없어
다만 그대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아요
그대 내게 성내지 마요
그대 내게 성내도 돼요
허물어져도
그대 품 안에 있으려니
그대가 다가올 때면
그 앞에 가만히
귀 기울일 테요
아마 내 사랑은
이런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