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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Mar 06. 2024

인생 첫 해외여행을 혼자 갔다 왔다.

생각보다 용감했던 그녀.

30살이 넘도록 경상도 토박이로 경상권을 벗어난 적 없었다. 서울 몇 번 가봤냐고 물으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거고, 경상권이 아닌 다른 지역을 가봤냐고 물으면, 거의 전무하다. 굳이 따지면, 한번 정도? 그런 내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것도 어제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는 원래 조심성도 많고, 겁이 많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그런 내 성향이 아주 싹 바뀌어버린 것 같다. 2019년 첫 여권을 발급받았다. 당시만 해도 직장인이었기에 여권을 발급받자마자 어디든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여권 발급과 무관하게 여행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여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의 여권은 6년 차가 될 때까지 새것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러다, 최근에 문득 든 생각이 "이러다가 10년짜리 발급받은 것 단 한 번도 쓰지 못하고, 만료되는 거 아니야? 그럼 그때 내 나이가 도대체 몇 살이지?"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 더는 미루지말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녀오자!"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나의 즉흥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하기로 마음먹은 후 바로 3일 뒤의 비행기표를 예매해버렸다.


이것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날짜의 비행기표를 확인해보니 딱 저렴한 것이 있었다. "아싸!! 를 외치며 바로 그냥 구매해 버렸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예매하고 나니 더는 무를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다음날 바로 후회했다. "아... 너무 성급하게 생각 없이 돈부터 썼나?"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늦었다. 환불을 받기엔 불가능한 상황이니 결국 돈을 버리거나 아니면 정말 여행을 떠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결국 나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를 알아보니 마침 연휴가 끝나고 하루를 더 붙여서 연차를 쓰면 딱 여행일정이 맞아떨어지기에 그 비행기표도 얼른 예매했다. 그러고 나서 나의 스트레스가 심한 일상이 시작되었다. 여행은 3일 뒤에 출발이었다. 그러나, 준비된 것도. 아는 것도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혼자 가는 여행이니 더 막막하고, 갑갑하기 그지없었다. 전혀 계획형 인간이 아닌 무계획형 인간이었지만, 혼자 해외여행은 이야기가 달랐다. 아무리 무계획한 인간이어도, 최소한의 동선은 짜야했고, 숙소도 찾아야 했고,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결국 회사에서 일을 병행하고, 글을 쓰고, 퇴근하고 늦게까지 검색하고, 정보를 모으고, 정리를 하는 일상이 며칠간 반복되었다. 안 하던 일을 해서 그런지 피로도는 극심했다. 정말 필요한 정보를 취합해서 선별하고, 정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정신적인 소모가 컸다. 더더욱이 평소에도 정보를 잘 찾아보지 않는 스타일이었기에 더 힘들었다. 하지만, 사람은 급하면 하게 되어 있다고 나 역시 그랬다. word파일에 이미지까지 첨부하며 꼼꼼히 정리하고,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하나씩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에게 주어진 3일은 복잡하고도,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여행 전날까지도 "아... 떠나기 싫다. 지금이라도 모든 비용을 떠안고라도 가지 말까?"라는 말도 안 되는 회피 본능이 스멀스멀 샘솟았지만, 돈의 무거움을 알기에... 결국은 여행에 떠나게 되었다. 비행기를 탈 때까지도 준비해야 하는 서류와 돈과 각종 준비 물품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나는 일본으로 여행을 가면서, 일본어는 단 한마디도 공부하지 못했다.


내가 아는 거라곤 "스미마셍,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가 전부였다."


이 단어를 어떻게 아냐고? 그건 내가 중학교 때 일드에 꽂혀 있었어서 그때 들었던걸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을 뿐이다. 스미마셍이 어떻게 생긴 글자인지도 몰랐지만 말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언어도 모르면서 겁 없이 혼자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 오르자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가족 혹은 커플 혹은 친구였는데 나만 혼자였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창가 자리였던 나는 탑승객을 모두 태우기 전까지 비행기 안에서 혼자 신나서 셀카도 찍고, 여행객임을 나타내는 동영상도 찍으며 재밌게 보냈더랬다. 옆좌석의 나이가 지긋한 부부가 앉으셨는데, 그분들도 내가 신기했는지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이내 아내분도 나를 따라 옆에서 셀카 타임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무모하고도 생각 없는 나의 혼자 여행이 즐겁게 시작됐다.
잘 지내고 있어, 나의 모국 한국아.




이전 12화 다시 공부를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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