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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Mar 13. 2024

나 혼자 일본여행 첫날 이야기

내가 가장 후회한 것

일본과 한국이 이렇게 가까웠나?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면서 비행기 창밖을 바라봤다. 그리고, 원 없이 바라봤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곧 착륙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 방송에 맞춰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가 한 일은 일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핸드폰을 세팅하는 것이었다.


나는 핸드폰을 그저 '사용'만 했던 사람으로, 유심이 어디에 꽂혀 있고, 어떻게 빼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일본 여행을 하기 전 스치듯이 본 것이 유심 교체하는 짧은 짤이었는데 기억이 잘 나질 않았다. 유심을 제거하는 침을 가지고, 유심을 빼려고 하니 불현듯 드는 걱정이 이러다가 핸드폰 고장내면 어떡하지? 그러면 진짜 대참사인데...라는 불안감이었다.


결국 그 침을 깊게 찌르지 못했고, 유심도 교체하지 못했다. 스멀스멀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일본어도 못하는데, 입국 심사는 어떻게 통과하지? 안돼... 만약 심사 통과가 안되면 나 이대로 공항에서 머물다가 그대로 한국으로 복귀해야 되는 거 아니야? 하는 등등의 불안감이 나를 덮쳐왔다.


결국, 요금 폭탄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데이터 로밍을 켜기로 했다. 요금 폭탄을 얼마나 맞을지도 몰랐다. 나는 정말 아는 것이 없었기에... 덜덜덜 떨면서도 미아 되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며, 결국 한국 유심으로 일본 데이터 로밍을 연결했다. 그러자, 핸드폰에 수많은 알람이 떴다.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빠르게 네이버에 들어가서 유심 교체 방법을 검색했다. 데이터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1분만 검색했는데도, 나에게 날라온 문자는 벌써 5,000원 이상 사용했습니다.라는 문자였다. 헐.... 이거 데이터 로밍 어떻게 끊지? 못 끊으면 돈 계속 내야하나? 도대체 얼마나 청구가 되려는 거지? 등등의 걱정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하지만, 걱정으로 인해 여행을 망칠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유심 교체법만 빠르게 읽고, 요금적인 부분과 데이터 로밍을 끊는 방법을 모른 채 그냥 유심칩을 교체해 버렸다. 유심 교체는 생각보다 쉬웠다. 아까 사용했던 그 침을 조금 더 용기 내어 깊게 찔러 넣으면 되는 거였다. 괜히 핸드폰이 망가질까 봐 깊게 찌르지 못해서 엄한 데이터만 사용하고, 돈만 큰돈 날리게 생겼다는 자책감이 들었지만, 그런 자책감에 굴복할 시간도 없었다. 같은 비행기를 탔던 사람들은 여행을 아주 자주 온 사람처럼 길을 척척 찾아 나가고, 금세 내 주변에는 한국인이 모두 사라지기 직전이었다. 이들을 놓치면 정말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걱정스러운 마음은 저 구석에 애써 밀어 넣고, 그들을 따라 잰걸음으로 걸었다.


입국심사? 나한테 일본어로 아무도 말 안 걸었다. 그냥 서류 대조해 보고, 동일인인지 확인하고, 통과였다. 싱겁지만 긴 시간 대기했던 입국심사가 싱겁게 끝나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같이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빠른 속도로 사라져 버렸고, 나 혼자 덩그러니 공항에 남았다. 한국말을 할 수 있어 보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저녁 7시가 넘은 시간의 공항은 한적했다. 일본 공항이 왜 이렇게 한적하지? 일본 공항에 왜 면세점도 없고 아무것도 없지? 이상하다. 내가 도착한 공항이 저기 어디 이름 모를 시골 공항인가? 하는 식의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빠르게 인터넷을 켜서 공항에 대해 검색해 봤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다. 결국 공항 밖으로 나가서 한 바퀴를 다 돌아도 내가 블로그에서 읽었던 기차역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순 없었다. 결국 번역기를 돌려가며, 공항 직원에게 다가가 일본어가 적힌 내용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직원은 일본어로 말을 하는데, 해석이 되지 않아 벙쪄 있으니 손으로 바깥을 가리켰다. 아, 버스 타고 가라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대로 알아들은 게 맞는지 불안했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이대로 여기서 못 빠져나가면 아무도 없는 공항에서 노숙해야 할 상황이었으니까...


결국 버스 정류장의 간판을 꼼꼼히 읽어 보았지만, 이 방향이 맞는 건지 확신도 들지 않았고, 여전히 불안하게 서 있자 또 다른 공항의 직원분이 불안한 나를 향해 걸어왔다. 이번에도 그의 말을 못 알아들었지만, 번역기를 돌려 보여주니 여기가 맞다는 신호를 해주었다. 결국, 그를 믿기로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버스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정말 다행이었다. 버스 배차도 몰랐는데 생각보다 버스가 빨리 와주었으니까... 그러고도 버스에 타서 언제 내려야 하는지, 그다음은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 빠르게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말 답답했던 건 한국과 달리 데이터 속도가 느려서 속 터져 죽는 줄 알았지만, 이 또한 적응해야지 하며, 나를 다독였던 것 같다. 그렇게, 정보를 어느 정도 찾고 나자 버스 안내 내용과 함께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아, 여기가 내가 내려야 할 곳이구나."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솔직하게 말하면, 버스 안내 방송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나온 언어가 한국어라서 알아먹고,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또다시 나의 긴 여정은 시작되었다. 블로그에서 미리 확인해 뒀던 기차역으로 향하는 방법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눈치껏 찾아 나섰다. 물론,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옳은지 확신할 수 없었다. 블로그에서도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기에... 결국, 몇 번 정도 헤매다가 블로그에서 시키는 대로 기차표를 구입했는데,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은 찝찝한 기분은 접어두고, 환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일본에서 얼마를 쓰게 될지도 모르는 데다가 현금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전혀 감을 못 잡겠는 거였다. 그래서, 한국돈으로 현금을 들고 있었는데, 정말 바보같이 또 출국 심사를 너무 빨리 받아버리는 탓에 출국장 밖에 atm기에 돈을 못 넣는 참사가 벌어졌다. 결국 그 한국돈은 고이 내 지갑에 넣어두고 있다가 일본에 와서 뒤늦게 환전한다고 환전소를 찾아다니고, 안 되는 일본어로 돈 바꾼다고 고생하는 등 고생을 이중 삼중으로 했다는 것이다.


이런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건, 2박 3일 묶을 거니까 그냥 최대한 짐을 가볍게 해야지 하면서, 백팩을 메고 왔는데 그 백팩이 생각보다 무거워서 이 정도로 방황하는 동안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를 줄은 몰랐다는 거다. 거의 행군 수준이었다. 군장을 메고 몇 만보를 걸었으니... 그것도 언어도 안 되는 타국에서...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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