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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Mar 20. 2024

여자혼자 캡슐호텔 위험하지 않아?

아니, 좋았는데?

숙소를 선택할 때,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이기에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후기를 읽어보는 수밖에 없다. 수많은 후기들을 읽어보았는데 후기 중에서 눈에 띄었던 내용이, 호텔 숙소가 캡슐 호텔에 비해 조금 더 지저분하거나 문 잠금장치가 불안하다는 글이 꽤 있었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 본 숙소 역시 숙소가 썩 깨끗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숙소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고,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한 캡슐호텔 블로거의 글이었다. 글과 사진을 보니 그 캡슐호텔이 마음에 들었고 2박 3일을 그곳에서 묵도록 예약을 해버렸다.


호텔 옮겨 다니는 것도 일이고, 귀찮기에 그냥 한 곳에서 묵자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막상 호텔에 도착하고 보니, 꽤 잘한 선택이었다. 건물의 전체가 그 캡슐호텔 것인 것 같았다. 캡슐호텔 내에는 목욕탕과 헬스장 등 구비된 내부 시설이 많았다. 물론, 헬스장의 경우 추가 요금을 내고 이용해야 했지만 목욕탕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이 목욕탕이 다른 호텔보다 좋아 보여서 이곳을 선택했다.


"일본에서 목욕탕? 재밌겠다."라는 생각이었다. 온천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온천만큼이나 괜찮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캡슐호텔 내부로 들어서자 생각했던 것만큼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물론, 내 방 문은 단단한 커튼으로 되어 있었지만 보안에 불안할 것이 없는 이유가 내부에는 모두 여성들이었고, 이 룸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전자 열쇠를 두 번이나 찍어서 출입구를 통과해야 했기에 충분히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짐을 대충 풀어놓고 보니, 9시 30분쯤이었는데 배가 너무 고프기도 했고, 이대로 첫날은 숙소에서 보내기 싫다는 생각에 몸은 피곤했지만 결국 나는 혼자서 또다시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검색해 보니, 글리코상과 숙소가 가까웠다. 그래서, 나는 최소한의 짐만 챙겨 들고 혼자서 또다시 여정을 시작했다.


글리코상 생각보다 가까운데? 숙소 찾아오는 것보다 더 쉽게 길을 찾았다. 그리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글리코상과 사진을 찍는 모습을 구경하며, 나 역시 그들 틈을 오가며 셀카를 찍었다. 혼자서 찍은 사진은 예상했던 것처럼 쓸만한 것이 없었다. 글리코상이 다 담기지 않거나, 내 얼굴이 너무 넙데데하게 나와서 별로였다. 여기에서 조금 속상했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혼자서 이곳저곳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오사카 쇼핑 리스트 중 하나인 돈키호테.

돈키호테는 늦은 시간에도 수많은 한국인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 줄이 어찌나 길던지. 건물을 에워싸듯 대기하고 있는 긴 줄을 보자 멀미가 나는 것 같았다. 나는 건물 안에 들어서서 물건을 대충 눈으로 한번 쓱 훑어보고는 굳이 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일본 여행을 너무 급하게 결정하기도 했고, 저 예산으로 잡은 여행이라 지출을 최소화해야 했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걱정 없이 하던 지출을 일본에서는 극도로 절약하고 또 절약하는 방식을 택했다. 언제, 어떤 식으로 얼마큼의 지출이 필요한지 알 수 없기에..


결국 나는 사고 싶은 물건이 없어서 돈키호테를 빠르게 훑고 밖으로 나와 도톤보리 거리를 한참 구경했다. 이쯤 걸어 다니자 슬슬 배가 고파왔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눈에 띄는 식당 하나를 찾아 들어갔다. 라멘집이었다. 다른 라멘집들은 한국인으로 가득해서 1시간에서 2시간가량 웨이팅을 해야 하는 곳이었는데, 이곳은 줄이 짧았고, 눈에 라멘집 치고 깨끗해서 먹어볼 만하다 판단해서 이곳에 바로 웨이팅 없이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했다.


라멘을 주문하는 것은 쉬웠다. 일단 직원분이 나를 쓱 보더니 "차이니즈?"라고 물어서 "노, 아임 코리언!"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웃으며 한국어가 적힌 메뉴판을 펴서 보여주었고, 나는 제일 베스트 메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몸짓으로 메뉴를 주문했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자 라멘이 나왔다. 맛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한국에서 먹은 라멘이 더 맛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겠지만, 한국 라멘집은 조금 더 섬세해서 라멘을 먹는 동안 라멘을 계속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화로에 담가 먹는 식이라서 더 좋았다. 일본 라멘은 양이 많은 대신 너무 빨리 식어서 나중에는 먹기가 조금 힘들었다.


진짜 웨이팅이 있는 라멘집이 아니라서였을까?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나라에서 먹는 라멘이 더 좋았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니, 자국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더 좋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직 여행 첫날인 탓이겠지..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나의 일본에서의 첫 끼로 라멘은 든든했고,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나는 음식에 그렇게 까탈스러운 편이 아니었으니까.(혼자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라멘을 먹고 나오니까 밤 12시가 되어갔다. 아무리 번화한 도시라고 하더라도 타국이었다. 그러니, 너무 늦은 시간까지 혼자 다니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너무 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니는 것보다 이쯤에서 숙소에 복귀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배도 꺼트릴 겸 천천히 숙소를 향해 걸었다. 다행히, 숙소로 가는 길은 굳이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아도 잘 찾아갈 수 있었다. 한번 간 곳은 길을 외우는 편이었다. 이럴 때, 공간지각능력이 좋은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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