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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Feb 29. 2024

다시 공부를 해봐요.

영어회화를 공부하는 이유. 

여러분, 여러분은 올해를 시작하기 전에 계획을 한 것이 있나요? 저는 아마도 7년 전쯤부터 신녀 계획이나 계획을 세우는 일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아예 계획 없이 살았던 건 아니고, "꼭! 올해 안에 이걸 다 달성해야지!" 하는 계획을 세우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그때그때 일어나는 일들에 맞춰 부담 없는 계획들을 세워서 실천하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7년 전만 해도 저는 매년 신년이 시작되기 전에 새로운 해에는 "꼭! 이런 것들을 달성해야지."라는 계획을 세우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죠.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는 것. 그냥 다이어리에 계획을 썼다는 것에 마음이 뿌듯했을 뿐 실제로 이룬 것은 생각보다 없었다는 걸 시간이 흐른 후에야 깨닫게 되었죠. 그러고 난 후부터 저는 계획을 세우지 않게 되었어요. 위에서 말했듯이 그냥 그때그때 주어지는 상황에 맞춰 유동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에게 올해는 참 신기한 한 해였어요. 매년 신년이 시작되기 전에 한 해를 아주 조용히 정갈하게 마무리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작년을 마무리할 때는 평생 해오던 루틴과 반대되게 아주 무계획하게 보냈습니다. 마무리도 참 무계획답게 즉흥적으로 친구와 약속을 잡아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인생의 첫 클럽도 방문해 봤죠. 정갈히 보내왔던 것과는 아주 딴판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재밌는 건 이렇게 한 해를 시작해서 올 한 해를 망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음에도 저는 그 어느 해보다 아주 재밌게 보내고 있어요. 물론, 무분별에서 오는 즐거움인 건지 아니면 새로운 것들에 대한 도전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제 평생에 걸쳐 제일 재미있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스트레스도 있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는 일도 똑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 보다 즐거운 한 해를 보내고 있어요. 


즐거운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만큼 통장은 아주 마르다 못해 없어지기 직전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행복하면 된 거 아닐까 싶어요. 매일 후회가 없으니까요. 그런 제가 올해는 계획을 세우지 않고 시작했음에도 자연스럽게 영어회화를 공부하고 있더라고요. 참 신기하죠?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아~ 영어회화 공부 한다는 생각만 12년이 넘은 것 같은데... 그러다가 그래, 그냥 학원이나 가보자!" 하면서 학원에 갔다가 좋은 기회를 얻어서 지금은 재밌게 영어회화를 배우고 있어요. 회화를 배운 지는 1달 차! 처음에 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테스트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공부를 안 한 지 얼마나 오래됐는데... 알던 단어도 다 날아갔는데 테스트라고? 그것도 회화로? 라며, 울렁증이 일 것만 같았지만 "어차피 나는 영어 엄청 못하니까 그냥 막 말해보자!"라며, 프리토킹에 응했죠. 뜨문뜨문 이야기하는데도, 말이 되기는 되고, 대화도 되기는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잊었던 단어들이나 숙어 같은 것들도 떠오르더라고요. 참 신기해요. ㅎㅎ 


그렇게 테스트받고 아주 기초반으로 배정받아서 매주 영어 공부를 시작했는데요. 이것 참 웃기게도 너무 재밌는 거 있죠? 생각보다 제가 영어 회화를 잘하고, 듣는 것도 잘 되더라고요? 제가 저를 너무 과소평가하며 살았던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생각보다 잘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영어공부에 재미를 붙인 것 같아요. 물론, 게을러서 복습을 하나도 안 하는 불량 학생이지만.. 그럼에도 수업을 할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 집중력이 좋은 우등생이랍니다. 


이렇게 12년간 미뤘던 어쩌면 20년 넘게 미뤘던 영어 회화 공부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좋았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교육에는 지출을 잘하지 않던 제가 결국은 직장인 생활을 하면서 바쁜 일상 중에 짬을 내서 공부하는데 큰 소비를 해봤습니다. 그리고, 그 지출 이후의 결과는 공부가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서 만족하고 있어요. 무계획의 끝판왕이지만 그 나름 만족도가 높은 무계획러의 소비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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