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영상 보지 말 걸.......
누나가 미안해. 밥 먹는데, 슬픈 영상 틀어서...
우리는 현재 3남매가 같이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제일 바쁘고, 얼굴 보기 힘든 사람이 여동생이다. 그래서, 자동으로 집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나와 집돌이인 남동생은 함께 시간을 보낼 일이 많다.
특히, 저녁 식사 시간을 함께 보낼 때가 많은데, 남동생은 저녁에는 꼭 '치킨'을 먹는 편이다.
오늘도 남동생이 얼마 전 생일이라고 친구들에게 생일 선물을 한가득 받아서, 택배가 끊이질 않았는데, 기프티콘 써야 된다고 해서, 동생 덕에 생소한 치킨을 먹었다.
치킨 먹고도, 이 치킨이 어느 집 치킨이고, 치킨 이름이 뭐였는지 모른다. 그냥 시켜줘서 맛있게 먹었다.
문제는, 남동생과 식사를 할 때면, 나는 항상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먹는 편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유튜브를 켰고, 메인 추천 영상에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 치 혀'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위라클 님'의 편이었다. 딱 봐도 슬플 것 같았는데, 그냥 보고 싶었다.
남동생도 안 보는 척하더니, 영상을 틀자 흘낏 보았다.
영상을 틀어, 남동생도 같이 볼 수 있는 위치에 자연스레 놓았다. 그랬더니, 남동생도 내 휴대폰에 관심 없는 척하더니, 흘낏 보았는 모양이다. 그러더니 바로 "아, 슬픈 거 틀지 마라. 꺼라."라고 버럭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왜? 싫나? 끌까?"라고 물어보니, "아니다. 그냥 보자. 그냥 슬픈 거 보기 싫어서. 근데, 봐도 될 듯"이라고 하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어차피 내가 보고 싶었던 영상이라 계속 영상을 재생시켜 두었다.
오히려 내가 덤덤하게 영상을 보며, 치킨을 먹고 있었는데, 남동생이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 한 것이었다.
나는 먹다가 놀래서, 남동생을 바라봤다. " 야, 니 왜 우는데? 끌까?"라고 하니, 남동생이 "아.. 씨.. 그냥 썸네일만 봐도 슬프다 했더니... 진짜 슬프잖아." 하며, 눈물을 그렁그렁 하고 있는 거였다.
이 녀석... 한 번도 우는 거 못 봤는데, 갑자기 치킨 먹다가 웬 날벼락? 인가 싶었다. 또 내가 누나라고, 눈시울 빨개진 동생을 보니 나도 눈시울이 조금 빨개졌다. 밥 먹다 말고, 이게 뭐 하는 짓이람?....
그 와중에도 절대 영상을 끄지 않고, 우리 둘은 눈물을 참으며, 영상에 집중했다.
슬플 수밖에 없다. 우리는 너무 착했고,
많은 것을 이해할 만큼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었으니까..
영상의 주인공은 몇 년 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던 '위라클'이라는 유튜버 분이었다. 그래서, 영상을 더 관심 있게 보았던 것이었는데... 오늘 영상의 이야기는 많이 슬펐다.
위라클 분이 어쩌다 전신 마비를 겪게 되셨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그 모든 과정을 덤덤하게 이야기했는데, 우리는 몇 마디의 말만 들어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았기에, 남동생도 나도 눈물을 그렁그렁 거리며, 치킨을 뜯어먹고 있었다.
위라클 님에게는 남동생이 하나 있다. 그리고, 그 남동생분이 위라클 님이 병석에서 일어날 수 있게, 옆에서 간호해 주고, 재활을 전적으로 도운 가장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이었다.
우리 3남매도, 위라클님 형제만큼 우애가 깊다. 그래서, 그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힘든 시간을 견뎠을지, 어렴풋이 짐작했기에, 둘 다 눈물이 그렁그렁했으리라...
남동생이 내게 말했다. "나는 몰라도, 누나라면, 내가 위라클님과 똑같은 상황이라면, 동생분이한 것처럼 했을 것 같다."라고
처음에 남동생이 "누나라면.."이라는 말로 운을 떼기에, 나한테 질문을 하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말을 끝까지 듣고 보니, 질문이 아니었다. 동생이 "나는 몰라도, 누나라면, 내가 위라클님과 똑같은 상황이라면, 동생분이한 것처럼 했을 것 같다."라고 말했을 때, 나는 사뭇 진지하게 동생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당연하지. 나라면, 네가 잘못됐을 때, 위라클님 동생처럼 똑같이 했을 거야. 아니, 할 거야."라고.
물론, 위라클님의 형제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형제가 함께 대단한 시간을 보냈는지 1도 모른다.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럼에도, 내가 동생에게 확신을 갖고 말해줬던 건.
간병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조차 안 가지만, "네가 내가 필요하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도울 거야."라는 마음만큼은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기특하게도, 동생은 내가 이런 말을 하기 전에 이미,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주고 있었다. 나는 동생이 나를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 동생은 늘 나에게 틱틱거리고, 독설을 자주 퍼부었기 때문에 감히 상상조차 못 했다. 그러나, 그와는 달리 내가 너를 아낀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었는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동생에게 덧붙였다. "네가 아니라, OO(여동생)이, 그리고, 엄마 아빠가 그러한 상황이었어도 나는 똑같이 할 거야."라고. 남동생의 눈에 언뜻 안도가 스치는 걸 보았다. 상상하면 안 되지만, 상상해 보니, 무서웠던 모양이었다.
형제, 자매 그리고 가족이 소중한 이유
나는 내 가족이 너무너무 소중한 만큼, 남의 가족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너무너무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기꺼이 목숨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만큼, 내 가족을 끔찍이 사랑한다. 이 감정은 '타인을 사랑해야지.'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정이다.
어쩔 수 없다. 혈육이란 것이 그런 걸...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릴 때부터 나는 동생들이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행복했다. 커서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지지고 볶고, 피 터지게 싸우고, 서로 싫어도 하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사랑한다. 그리고, 너무너무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래서, 나는 가족이 소중하다. 아마 다른 모든 분들도 그러리라...
치킨 먹다가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할 줄 몰랐지만..
그럼에도 유익했다. 그리고, 우리는 마저 치킨을 먹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남동생이 말했다. " 아, 나는 역시 mbti f(감정형) 인가 봐"라고.
그래서 나도 말했다. "야, 우리 집은 전부다 f야. 네가 몰라서 그렇지."라고.
그리고, 남동생에게 한마디 덧붙였다. " 너 잘못될 일 없으니까. 그런 생각하지 마."라고.
그랬더니, 동생이 말했다. "그런 생각한 거 아니다. 그냥, 보고 있으니까 그렇게 이야기가 나온 거지."라고 했다.
누군가의 이야기와 삶은 다른 이에게 큰 울림을 준다.
위라클 님을 좋아하는 이유도, 나였다면, 위라클님과 같은 상황이면 '절대 이겨내지 못했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위라클님이 얼마나 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강하고, 긍정적이기에, 나라면 이겨내지 못할 일을 이겨냈고, 여러 사람들에게 귀감을 주는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위라클 님의 영상을 끝까지 몰입하며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위라클 님의 가족분들도 얼마나 위대한 분들인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위라클 님도 힘드셨겠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힘들어하는 걸 지켜봐야 하는 가족분들도 많이 힘드셨을 거란걸 짐작으로 나마,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이 영상을 보며, 동생과 나는 많은 것을 경험하지 않아도, 이미 경험한 것 같았고,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이렇게 매일 당연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것 또한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다.
선한 활동을 이어가는 위라클 님과 그 가족분들이 늘 평안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