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나라일 때

by 유지영


2021년 나의 목표는 전세 사기의 메카인 화곡동에서 남편과 함께 지낼 안전하고 예쁜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고로 당시 나는 SH, LH 사이트에 올라오는 공공임대만 찾아보았다. 앞으로의 글에서도 나는 오직 공공임대만 다룰 것이다.


집주인이 나라일 때의 장점은 크게 다음과 같다.




1. 사기당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전세 사기를 피해서 온 게 이 집이거든요. 근데 이렇게 큰 사기를 당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서울시 믿고 입주했는데 강제경매라는 뉴스 헤드라인이 여러 군데 뜨기 시작했다. 최근 청년안심주택에서도 전세 사기가 발생한 것이다.


내가 지낸 청년안심주택은 같은 층이지만 '공공임대'로 들어온 사람과 '민간임대'로 들어온 사람으로 나뉜다. 같은 임대지만 공공임대는 집주인이 나라라는 뜻이고 민간임대는 일반 개인이 집주인이라는 뜻이다. 공공임대는 저렴하고 안전한 대신 경쟁률이 높고, 민간임대는 보다 높은 비용을 내면 공공임대보다 쉽게 들어올 수 있다. 이번 전세사기는 안타깝게도 공공임대가 아닌 민간임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전세사기 뉴스를 본 지도 4년이 다 되어 가는데 하루빨리 청년들을 눈물짓게 하는 전세사기가 뿌리 뽑혔으면 한다) 집주인이 나라일 때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은 없다.


2. 언제든 입주와 퇴거가 자유롭다

청약에 최종 당첨되면, 지정된 기간(보통 두어 달) 안에 원하는 날짜를 선택해 자유롭게 입주할 수 있다. 또한, 2주에서 한 달 정도 전에 해당 지역 센터에 미리 고지하면 원하는 날짜에 언제든 퇴거도 가능하다. 특히 공공임대에서 공공임대로 이사할 때 이 장점은 빛을 발한다. 내가 원하는 날짜를 하나 선택해 그대로 이사하면 되기 때문에, 세입자를 찾아주거나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하는 등의 문제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


한 번은 기나긴 당첨자 발표를 기다리던 중 너무 답답해서 부동산 매물을 찾아본 적이 있다. 보고 싶은 매물이 생겨 난생처음으로 부동산에 전화를 걸게 되었다.





“네 안녕하세요 매물 올라온 거 보고 연락드렸는데요오…!!!”

“네~ 날짜는여”

“네 될 것 같은데요! 더 일찍 입주하면 좋고요~“

“??? 날짜가 안 맞으면 보여드리는 의미가 없어여~”

“??? 네 그러니까 원하시는 날짜에는 맞을 것 같은데요??”

“???”

“??????”

(서로 이해를 못 하는 중)


5초의 정적 뒤


“… 뭐 자가세여?..”

“네? “




나는 왜 부동산에 전화할 때마다 처음부터 다짜고짜 날짜를 묻는 것인지 몰랐다. 내 입장에서는 원하는 날짜에 퇴거가 가능하니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한 것이었는데, 부동산에서는 날짜가 안 맞으면 이사가 안되니 먼저 나의 퇴거날을 묻는 것이었다!


나는 집을 보여주지도 않으려던 부동산 중개인에게 청년주택에 살고 있어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나서야 겨우 “그럼 다음 주에 한 번 보러 오시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결국 집을 한 번도 보러 가지 않았다)


공공임대에 당첨되어도 집주인과 계약 문제로 당장 집을 뺄 수 없어 안타깝게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나는 첫 번째 집에서 네 달을 살다가 바로 두 번째 집으로 이사했는데, 단 네 달만 살아도 원하는 날짜에 보증금을 돌려받고 퇴거할 수 있다는 점이 공공임대의 큰 장점 중 하나다.



3. 장기간 거주가 가능하다

일반 전세의 경우 2년 거주 후 계약을 연장하면 최대 4년까지 한 집에서 살 수 있다. 다만, 집주인이 가족 실거주 등 특별한 사유를 제시하면 거주 도중에도 집을 비워줘야 할 때가 있다.


반면 공공임대는 정해진 자산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한 2년마다 재계약이 가능하다. 아이를 낳으면 보통 10년, 장기전세의 경우 최대 20년까지 한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다. 물론 공공임대에 오래 거주하는 것보다는 내 집 마련의 발판으로 활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현재 2030년 입주 예정인 3기 신도시 사전청약에 당첨된 상태인데, 입주 전까지 5년간 아이와 함께 살 넓은 집이 필요했다. 일반 전셋집은 4년 거주 후 다시 집을 찾아야 하고 두 번의 이사를 더 거쳐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다. 공공임대의 경우 5년을 살고 원하는 날짜에 퇴거하면 되니 이사 걱정을 한 번 덜 수 있었다.



4. 저렴한 보증금

공공임대로 입주한 나는 월 9만 200원을 내지만, 민간임대인 옆집은 월 91만 원을 낸다. 같은 아파트에서 같은 시설을 이용하지만 월 임대료 차이는 이렇게 크다. 당장 매매가 아닌 전월세로 집을 구하고 있다면, 저렴한 보증금의 공공임대를 활용해 대출이자를 줄여보자






반면 공공임대의 단점 또한 존재한다.




1. 당첨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위는 2025년 7월 28일 자 제5차 장기전세주택 2 (미리내집) 공고인데, 8월 접수 후 계약 체결까지 5개월이 걸린다. 또 공공임대에서 '예비'입주자라는 자격으로 뽑힐 시 최대 1년 간 내 차례가 오길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이미 내가 공공임대에 거주 중일 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원하는 날짜에 언제든 퇴거가 가능하니 계약 기간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반 전세로 살고 있다면 집주인의 양해를 구해야 하거나 재계약 여부를 두고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2. 될지 안 될지 아무도 모른다.

부동산을 통해 집을 구할 때는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 곧바로 가계약을 걸어 집을 확보해 둘 수 있다. 그러나 공공임대의 경우 서류 발표 이후 최종 당첨까지 보통 3개월가량이 걸리는데 결과를 모른 채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서류에서 합격해도 최종에서 탈락하게 되면 오랜 기다림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간절한 마음으로 원서를 넣는 취준생의 마음과도 같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당첨되었습니다’라는 문자를 받는 순간 그 기쁨은 모든 것을 보상해 준다.




공공임대는 주로


나라에서 직접 지은 '건설형'

나라가 이미 나와있는 건물을 매입한 뒤 다시 저렴하게 내놓는 '매입형'

집을 제공해 주는 게 아닌 개인이 찾은 매물의 보증금을 지원해 주는 '임차형'으로 나뉜다.





나는 집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보증금을 지원해 주는 보증금지원형 공고는 굳이 접수하지 않았다. 보증금지원형은 주어진 조건(전용면적, 보증금 한도 등)에 맞는 매물을 직접 찾아야 하고, 집주인을 설득해야 일부 보증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식이라 차라리 그 에너지로 일반 부동산 매물을 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주변에 보증금지원형에 당첨된 사람이 있었는데, 집주인에게 여러 서류를 요구하면 부담스러워하고 부동산에서도 협조를 꺼린다고 했다. 신혼·신생아 전세임대 유형의 경우 보증금 3억 6천만 원 이하의 집을 찾아야 하는데, 지인은 이 모든 과정이 너무 번거로워 결국 포기했다고 했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므로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도전해도 좋다)


또 매입형 중엔 LH에서 모집하는 든든 전세주택과 HUG에서 모집하는 든든 전세주택이 있다. LH 든든전세주택은 전용 59㎡ 이상의 넓은 평수에 신축건물 위주라 경쟁률이 세다. 반면 HUG 든든 전세주택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매입해 저렴하게 공급하는 유형이라 주택이 장기간 방치된 경우가 많아 실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전용면적 29~39㎡의 소형 평형 위주로 공급되었다. 나는 HUG에서 모집하는 든든 전세주택은 아예 지원하지 않았다. 난 아이와 함께 오래 살 집을 구하려고 했는데, 다른 공공임대 유형에 비해 크게 저렴하지도 않으면서 모텔촌이 바로 근처에 있다거나 비탈진 언덕 위에 있거나 등 아쉬운 요소들이 많았다. 굳이 아쉬운 컨디션의 집을 선택하느니 차라리 대출을 더 받아 일반 부동산에서 좋은 컨디션의 집을 찾아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내가 왜 지원하지 않은 두 개의 유형을 먼저 언급했냐면

이 유형들 빼곤 여태까지 모든 공고에 다 지원했기 때문이다!








국민임대, 장기전세, 행복주택, 신혼희망타운, 든든전세주택, 신혼부부 매입임대 등

줄줄이 낙방을 거치다


드디어 내게 찾아온 첫 번째 신혼집은


보증금 148,878,250원

월 임대료 15만 원


목동역과 신정역 사이에 새로 생긴 신축빌라였다.



꿀팁박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나는 공공임대 관련 소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여러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앱 – 공동주택 알리미

이 앱을 설치하면 새로 올라오는 공고를 실시간 알림으로 바로 받아볼 수 있다. 접수기간 중에도 한 번 더 알림을 보내주기 때문에, 신청 시기를 놓칠 일이 거의 없다.

유튜브 – 아영이네 행복주택

전직 SH공사 직원이었던 아영이 아버님이 운영하는 채널로, 각종 공고를 친절하고 자세하게 영상으로 소개해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계별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기 때문에 초보자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카페 – 국민공공민간 들어가기 / 내집마련 아카데미 / 아영이네 행복주택

카페를 통해 같은 공고를 신청한 사람들의 후기나 당첨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사전점검을 다녀온 사람들이 올린 현장 사진도 공유되어 큰 도움이 된다. 당첨되었을 땐 축하를, 낙첨되었을 땐 위로를 주고받으며 함께 힘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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