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을 3:1로 바꾸는 법

월 8만 원, 초역세권 신축에서 시작한 신혼생활 _ SH 청년 안심주택

by 유지영


첫 번째 신혼집 입주를 준비하며 교회 오빠 B가 공유해 준 공고를 확인했다. 신혼부부가 신청할 수 있는 타입은 39m², 41m², 42m² 세 가지였고, 모두 거실·큰 방·드레스룸 구조에 빌트인 냉장고·세탁기·에어컨 2대가 기본으로 포함돼 있었다.


첫 집이 6층 빌라였다면 이번 집은 14층 규모의 건물로, 신혼부부 세대는 10층부터 14층에 배치돼 있었다. 겉모습은 오피스텔 같았지만 분류는 나름 아파트(?)였다. 만약 이 집에 당첨된다면 가전을 새로 살 필요가 없었다. 나는 새로운 공고를 가족들에게 보여주며 더 좋은 조건의 집이 나왔으니 지원해 보겠다고 말했다.


39m² 2호수
41m² 3호수
42m² 2호수

총 7 호수 모집


첫 번째 집이 전용 29m²였으니 어느 타입에 당첨되든 지금보다 넓어지는 셈이었다. 처음엔 당연히 가장 넓은 42m²에 지원할 생각이었다. 부모님도 “그래도 더 넓은 게 낫지”라며 42m²을 추천했고, 성현이도 “41m² 나 42m²가 낫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런데 모두가 42를 외치니 갑자기 그 순간 39를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내가 맨 처음 떨어졌던 강서 신혼희망타운 공고에서 뜻밖에 들어왔던 건 49m² 경쟁률이었다. 모두가 59에 올인(?)하고 있을 때 49 타입은 32 호수 모집에 245명이 몰려 7: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만약 그때 욕심을 버리고 59 타입이 아닌 49 타입을 지원했다면 당첨확률이 훨씬 높았을 것이었다. (물론 신혼희망타운은 임대가 아닌 매매 후 차익을 나누는 형식이라 다시 돌아가도 59 타입을 지원했을 것 같다)


41m²은 39m² 보다 방이 하나 더 있는 것도 아니었다. 평면도를 봐도 두 타입의 구조는 똑같았다. 만약 첫 번째 집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아마 41m² 이 훨씬 넓을 거라 생각하고 지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첫 번째 집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전용면적 1-2㎡ 차이는 거의 체감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엄마, 아빠, 성현이 모두가 41㎡을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41㎡을 지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울 시내에서 보증금 8,000만 원으로 신축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다는 건 현실적으로 드문 기회였기에, 전용면적 2㎡ 차이보다는 당첨 확률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지하철역까지 2분, 버스정류장까지 30초, 심지어 입주 전 건물 앞에는 24시간 마트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모든 조건이 완벽했다.


"나 39 타입으로 넣으려고!"

모두가 41㎡가 더 낫지 않냐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을 때 나는 확신을 얻었다. 가격은 절반 수준인데 전용면적 10㎡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지원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39㎡의 접수 버튼을 눌렀다. 불과 첫 번째 집 최종발표가 난 지 4일 뒤였다. 접수가 끝난 뒤 곧바로 경쟁률이 올라왔다. 경쟁률을 본 나는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질렀다.



39m² / 2 호수/ 7명 지원 / 3.5

41m² / 3 호수 / 32명 지원 / 10.7

42m² / 2 호수 / 66명 지원 / 33.0



내 예상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모두가 넣으라던 가장 넓은 42㎡ 타입엔 66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무려 33:1이었다. 모두가 41㎡, 42㎡를 노릴 때 39㎡에 지원한 사람은 단 7명밖에 되지 않았다. 참고로 같은 단지 청년형은 5 호수 모집에 721명이 지원해 144.2:1을 기록하고 있었다. 144.2:1의 경쟁률 밑에 홀로 한 자릿수 경쟁률이 떠 있었다. 저 7명 중 한 명이 나였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고객님께서는 2021년 2차 역세권청년주택의 서류심사대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서류제출 기간 내에 심사서류를 반드시 등기우편으로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서류제출기간: 2021. 12. 27.(월) ~ 2021. 12. 29.(수)
※2021년 12월 29일 우체국 소인분까지만 인정함

제출기간 내 관련서류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청약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당첨자에서 제외되며,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서류에서 탈락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제 경쟁률은 3.5:1에서 3:1로 낮아졌다. 첫 번째 집 계약을 마치자마자 다시 두 번째 집 서류를 작성했다. 2월 입주 후, 앞서 말했듯 텅 빈 투룸에서 신혼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결혼식 5일 전,

그렇게 기다리던 문자가 도착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역세권청년주택]

2021년 2차 역세권청년주택(공공임대)에 당첨되셨습니다. 계약기간은 2022.05.09.(월)~05.11.(수)이며, 입주기간은 준공일정 및 입주관리 등을 고려하여 단지별로 상이하오니 자세한 사항은 공사홈페이지 및 다음 주 발송예정인 계약안내문을 참고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계약기간 이후 계약금 납부 및 계약체결은 불가하며, 계약금을 납부했더라도 기간 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계약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당첨이 취소되오니 이 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접이식 식탁 하나만 펼쳐놓고 두 달간 산 보람(?)이 있었다. 덕분에 두 번째 집까지 확보한 상태로 무사히 4월 30일 결혼식을 마쳤다. 괌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 SH 본사로 계약을 하러 갔다. 집을 처음 보러 간 날 또 다른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용면적은 2㎡ 작은 대신, 우리 집은 가장 큰 테라스를 갖고 있었다!




테라스에 나가니 쭉 뻗은 6차선 도로와 교차로가 한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멀리 있는 북한산도 살짝 보였다. 2층에는 입주민 전용 헬스장과 공용 워시타워가 있었다. (세탁 3,000원 / 건조 3,000원) 근처에는 각종 병원, 식당, 카페 등 없는 게 없었다.


두 번째 집 이사가 결정되자, 우리는 앱을 통해 반포장 이사를 도와줄 기사님을 찾았다.


저희가 투룸이긴 한데, 원룸 자취생보다도 짐이 없습니다…!!
짐이 진짜, 정말 없습니다…!!!
견적 부탁드립니다.


곧바로 건장한 청년 기사님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28만 원을 부르며 이사는 약 3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우리가 비닐봉지 몇 개에 짐을 다 싸둔 덕분에 아침 9시에 시작된 이삿짐 포장이 9시 30분에 끝나 버렸다. 3시간 걸린다던 기사님도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만 원이라도 깎아볼 걸 그랬다.



“와—더 좋은 데로 이사하시네요.”

새로운 집에 도착하자 아무 말 없던 기사님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3시간 걸릴 줄 알았던 이사가 30분 만에 끝나 당황하셨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렴 그의 한마디에 나도 기분이 더 좋아졌다.


불투명한 시트지에 가려 있던 창문을 벗어나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뷰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젠 구름이 더 크고, 더 가까이 보였다.


입주 후엔 그동안 가장 사고 싶었던 식탁을 사며 방을 하나하나 채워갔다. 날씨가 좋을 때면 헤드폰을 끼고 테라스로 나가 빨래를 널었다. 앞엔 빨간 노을이 지고,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쭉 뻗은 도로 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옷을 하나하나 털던 순간은 나만의 힐링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엄마와 다시 가깝게 지낼 수 있어 가장 좋았다.


보증금 8,000만 원, 월 임대료 8만 원.

보증금이 절반으로 줄어 나머지를 예금에 저축했더니, 예금 이자로만 월 임대료를 충당할 수 있었다.

(그런데 관리비는 예상치 못하게 30만 원이 나왔다.)




첫 번째 집이 신혼 맛보기였다면 두 번째 집에서는 부부가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입주와 동시에 행운이 끊이질 않았다. 세 발자국 앞에 있던 설렁탕집이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더니, 24시간 운영하는 대형마트로 바뀌었다. 우리는 새벽 두 시에도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가곤 했다.


“집 앞에 샐러드 가게가 생기면 좋겠다. 아점으로 가볍게 먹게“ 라고 말하면 정말로 코앞에 샐러드 가게가 들어섰다. 게다가 나는 돈가스 마니아인데 어느 날 집 옆 식당이 돈가스 맛집으로 바뀌기도 했다. 덕분에 한 달에 한두 번은 아점으로 돈가스를 즐겼다.


한 달 5,000원만 내면 2층 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었고, 날씨가 덥거나 추운 날에는 노래를 들으며 러닝머신 위를 달렸다. 방과 거실마다 에어컨이 한 대씩 있어, 6월 입주 이후 여름 내내 시원하게 지냈다. 가장 좋아하는 식탁 위에 음식을 가득 차려놓고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먹는 시간이 즐거웠다. 집에 온 사람마다 보증금을 들으면 눈빛이 달라졌다.



"여기가 8,000만 원이라고?

무조건 여기서 버텨!"



아버님은 자꾸 집을 턱턱 구해오는 며느리를 경이로워했다. 엄마는 임신 전 이사를 해보려고 했던 나에게 신신당부했다. 이 집에서 어떻게든 최대한 모아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정말 모든 게 완벽했다.

이 집에 새로운 한 사람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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