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30일 오후 1시 20분, 우리는 모두의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에 든 비용을 계산해 보니 식대를 제외한 금액이 약 900만 원 정도였다. (결혼식 식대는 축의금으로 모두 충당되고도 남았다) 누군가는 코로나 시국의 혜택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에도 근처 호텔의 대관료만 1,500만 원대였다. 대한민국의 평균 결혼 비용이 약 3,000만 원이던 시절, 우리는 단 900만 원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과 집 비용을 크게 아낀 덕분에, 이후 차를 살 때 선택지가 훨씬 넓어졌다. 중고차 대신 신차, 가솔린 대신 하이브리드로, 우리가 원했던 차를 풀옵션 전액 현금 결제할 수 있었다. 혹시 가장 저렴한 것들만 골라 선택한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기준으로 삼은 건 저렴한 가격이 아니었다. 참고로 내 반평생을 바친 아이돌 그룹이 샤이니다! 샤이니월드의 안목으로, 결혼에 필요한 모든 것을 깐깐하게 고르며 합리적인 비용을 지향했다.
나는 결혼 준비를 하며 플래너 서비스를 따로 이용하지 않았다. 유명한 결혼정보 카페에 가입하면, 번호를 입력하는 순간 자동으로 카카오톡을 통해 플래너에게 연락이 온다. 이때 바로 비용이 부과되는 것은 아니니 놀랄 필요는 없다.
플래너는 가장 먼저 무료 서비스로 결혼식장 상담 예약을 잡아준다. 나는 여기까지만 이용하고,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는 직접 원하는 곳을 골랐다.
우리는 강서구 토박이였기에 식장은 발산역과 우장산역 사이에 있는 곳으로 바로 결정했다. 홀 자체가 크고 화려해 만족스러웠고, 코로나 특수 덕분에 토요일 황금시간대임에도 대관료가 200만 원에 불과했다.
다른 웨딩홀에서는 일요일 오전 11시 타임에 99만 원까지 가능하다고 했지만, 하객들의 편의와 홀의 규모를 고려해 원래 마음에 두었던 식장으로 바로 계약했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준비가 번거로운 사람이라면 플래너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가 정해놓은 세트 안에서 고르기보다,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해야 직성이 풀리는 프리랜서였다!
결혼 전부터 내가 저장해 두었던 사진들은 대부분 실내 스튜디오가 아닌 야외 스냅사진이었다. SNS에서 여러 스냅 업체를 찾아본 끝에, 합리적인 가격에 실력까지 갖춘 여성 작가 두 분이 운영하는 업체를 선택했다. (2022년 당시 4시간 촬영에 89만 원을 지불했다) 촬영 전에는 내가 원하는 구성을 정리한 10페이지짜리 PPT를 준비해 갔는데, 작가님들이 이런 신부는 처음이라며 놀라워하셨다.
촬영은 총 세 파트로 진행됐다. 첫 번째 1시간은 작가님의 아담한 스튜디오에서 하얀 배경을 활용했고, 이어진 1시간은 연희동 골목에서 작가님의 시그니처 컷들을 찍었다.
마지막 1시간은 하늘공원으로 이동해 꼭 찍고 싶었던 노을 지는 배경에서 촬영했다. 미리 구상한 대로 결과물이 나와 대만족이었다.
촬영 전 찍고 싶은 콘셉트를 작가님께 미리 요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냅 촬영은 그때그때 원하는 장면을 요청할 수 있어, 후회 없이 다양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게다가 내가 브이로그를 찍는다는 것을 아신 작가님이 내 카메라로 영상까지 촬영해 주셔서 무척 감사했다.
나는 흔히 말하는 ‘드레스 투어’를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스냅 촬영이 목표였기 때문에, 화려한 드레스보다는 셀프 웨딩드레스가 촬영에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목동에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셀프 웨딩드레스 샵을 찾아 미리 피팅 예약을 잡고, 잘 어울렸던 드레스 두 벌과 남편 정장 두 벌, 액세서리 등을 약 46만 원에 대여했다. (몇 년 후 만삭사진을 찍을 때, 이때 못 입었던 유색 드레스들을 마음껏 입고 또 한 번 셀프 촬영을 하게 된다.)
촬영용 헤어·메이크업은 스냅 업체와 연계된 홍대의 작은 1인 메이크업 숍에서 받았다. 나는 과거 N사 뷰스타 활동을 하며 정샘물 원장님, 함경식 원장님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에게 직접 메이크업을 받아본 경험이 있었다. 덕분에 내 얼굴의 최대치(?)를 이미 다양하게 본 상태라, 비싼 메이크업 샵에서 메이크업을 받아보고 싶다는 로망이 없었다.
작은 1인 샵이어도 금손 선생님이라면 충분히 아름답게 만들어주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남편과 나는 18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헤어·메이크업을 받았다.
스냅, 드레스, 헤어·메이크업을 각각 준비하니 비용은 약 150만 원가량 들었다. 하지만 나의 ‘필살 무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토탈샵이었다.
본식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알아보던 중, 마곡에 새로 오픈한 깔끔한 웨딩 토탈샵을 발견했다. 상담을 받아보니 남편 예복 대여, 본식 드레스, 신랑·신부 헤어·메이크업까지 포함된 패키지가 99만 원이었다. 신상 드레스들이 막 입고된 시점이라 퀄리티도 훌륭했다.
남편 예복을 따로 알아볼 필요가 없었고, 헤어·메이크업과 드레스를 한 곳에서 준비할 수 있어 동선도 편리했다. 게다가 예식장과 샵의 거리가 차로 7분 정도였고, 부케 역시 샵과 연계된 곳에서 원하는 디자인만 고르면 준비가 끝났다. 덕분에 새벽부터 서두를 필요 없이, 아침에 여유롭게 집을 나설 수 있었다.
혼주 메이크업도 같은 샵에서 진행해 양가 가족이 함께 준비할 수 있었다. 매장이 넓고 쾌적해 분위기도 좋았다.
메이크업을 막 마친 아빠와 나는 샵에서 여유롭게 입장 연습까지 했다.
무엇보다 본식 날 받은 메이크업은 촬영 때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결혼식장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이 나를 뚫어지게 보며 “세상에, 너무 예뻐요!” 하고 외쳐주실 정도였다.
본식 날 샵에서 연계되어 나오신 헬퍼님도 정말 프로페셔널한 분이었다. 하루 종일 나를 세심하게 케어해 주셨다.
본식 스냅 업체는 내가 영상을 전공한 덕분에 더 까다롭게 고를 수 있었다. 나는 여러 명의 작가를 보유한 대형 업체보다는 1인 혹은 소규모 운영 업체를 추천한다.
여러 명의 작가를 그때그때 배정하는 대형 업체의 경우, 가격은 저렴할 수 있지만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을 찍은 작가가 실제 내 결혼식을 찍어줄지 알 수 없다. 결과물의 퀄리티가 들쭉날쭉할 수 있다.
반면 소규모 업체는 작가의 결과물을 예측할 수 있어 안정적이다. 나와 같은 식장에서 촬영된 작가님의 사진이 마음에 들어 72만 원에 계약했고, 결과 역시 매우 만족스러웠다.
본식 DVD는 한 업체에서 먼저 협찬 제안을 주셔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유명 DVD 업체들은 본식 이후 6~7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많은데, 나는 그렇게 늦게 영상을 받는다면 본식 DVD의 의미가 다소 퇴색된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빨리 받아야 하객들에게 영상을 공유하며 감사 인사까지 한 번에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협찬 조건으로 일주일 만에 퀄리티 좋은 영상을 받아볼 수 있었다.
결혼식 당일, 남편은 긴장한 나머지 셀프 축가 도중 가사를 한 번 까먹었지만 끝까지 잘 불렀고, 내가 만든 영상도 차질 없이 재생됐다.
목사님이 시아버님의 성함을 한 글자씩 다르게 부르는 바람에 우리는 손을 꼭 잡고 웃음을 참아야 했다. 계획에도 없던 축복기도를 세 번이나 받으며 식이 조금 길어졌지만, 그저 모든 것이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각자의 축의금을 합치니 결혼식 비용 부담도 크게 없었다.
네일은 웨딩 촬영 날엔 네일팁을, 본식 날엔 셀프 젤네일 스티커를 이용했다. 아무도 내 손톱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기에 셀프 네일로도 충분했다. 신혼여행 중 몇 번의 스노클링을 했음에도 손톱은 짱짱하게 잘 붙어 있었다.
그 외 혼주 한복이나 기타 준비물은 특별히 아끼지 않고 그대로 진행했다. 신혼여행은 코로나 상황 때문에 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 가까운 괌으로 급히 결정했다. 4박 5일 동안의 여행 비용은 약 480만 원이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또 종로 주얼리샵에서 일하셨던 아버님이 내가 원하던 예쁜 다이아 반지를 선물해 주셨다. 덕분에 별도의 예물 비용은 들지 않았다. (출산 후 체중 증가로 지금은 끼지 못하고 있다.)
친구 A는 결혼반지에만 1,000만 원을, 친구 B는 은반지 공방에서 직접 만든 반지로 결혼반지를 대신했다. 결혼에 정답이란 없다. 각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준비하면 된다. 다만 나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았어도 내가 선택한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가장 좋았던 건 신부 입장곡으로 샤이니의 「아름다워」 신랑신부 행진곡으로 샤이니의 「Runaway」가 흘러나오던 순간이었다. 신랑 신부 행진! 과 동시에 울려 퍼진 샤이니의 노래에 우리는 팔짱을 끼고 환하게 웃으며 전진했다.
Hey, love! Let's run away!
출발! 목적진 없어도
너만 옆에 있다면
세상 어디든지 언제든지 Alright
Hey, love! Let's run away!
이 손 절대 놓지 말고
달콤한 상상 해
자유로운 꿈이 있는 멋진 세계로
샤이니 - Runaway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