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단 한 번도 가지 않고 내 집마련 하는 법

내 집 마련, 이런 방법도 있습니다.

by 유지영


8년 전 어느 날, 핸드폰을 열어보니 메일함이 터질 듯 폭주하고 있었다.



"16,000원을 받았습니다"

"16,000원을 받았습니다"

"16,000원을 받았습니다"

"16,000원을 받았습니다"


스크롤을 계속 내려도 같은 메일이 수백 개가 넘게 와있었다. 혹시 나 어디 해킹당한 거 아닐까? 난생처음 보는 이름과 사진들이 내 메일함에 등장했다.


- OO님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을 하여 ₩16,000의 크레딧이 회원님께 적립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에어비앤비 크레딧이 400만 원이 넘게 쌓여있었다.


그 당시 나는 유럽여행 준비 영상에 에어비앤비 가입링크를 기입해 업로드했는데 총 조회수가 50만을 넘은 것이다.


마침 지금의 남편과

불타는 연애를 하기 시작했을 즘.

우리는 크레딧 덕분에(?) 꽤 수월하게 신혼부부 놀이를 할 수 있었다.


원하는 숙소를 크레딧으로 결제해

신혼부부인척 마트에서 장도보고

함께 티비도 보고, 맛있는 것도 해 먹고...

가장 행복할 때쯤


저녁이 오면 우리는 헤어져야 했다.

나는.. 대한민국크리스천 K장녀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번 호스트에게 "저희는 숙박을 하지 않고 바로 체크아웃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겨야 했다. 집에는 저녁 9시 전에 돌아와야 했으므로!



신데렐라도 안타까워할 일이었다.




좋은 숙소를 볼 때마다

남편과 함께 살 "집"이 간절해졌고

하루라도 빨리 이 남자와 결혼해야겠다 다짐했다.



어느 날은

"방3화2풀옵신혼부부강추"

"구경하는집302호언제나환영"

라는 찐 보라색 현수막에 이끌려 남편을 데리고 무작정 신축빌라에 들어갔다.


- 아니 어떡하려고!

- 몰라 궁금한 걸 어떻게 해, 구경만 하고 나오자!


우리들의 실랑이를 들은 관리자가 나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나는 대뜸 "집 좀 볼 수 있을까요?"라고 터질듯한 심장소리를 숨겨가며 당당하게 얘기했다.


거실은 아담했지만 전체적으로 컨디션 좋은 신축빌라와 오피스텔 중간쯤의 매물이었다. 무작정 집을 한 번 보고 오니 나도 이렇게 깔끔한 신축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같이 동네 주변 시세를 찾아보고

신축매물을 소개하는 부동산 업자들을 모조리 구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곳은 바로 전세사기의 메카

화곡동이라는 것.






어차피 서울에서 매매 아니면 전월세다.

내가 가고 싶은 아파트는 그 당시 매매가 13억 원

전세도 5억은 줘야 했다.

29살의 나는 수익이 불안정한 짠순이 프리랜서 신분으로 매달 3억 이상의 대출이자를 감당해 낼 자신이 없었다.


이미 올라간 눈으로 빌라를 찾아보자니 전세사기에서 가장 위험한 매물이 바로 신축빌라였다. 집을 찾아보기 시작한 2021년, 주변에서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전세사기 당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을 봐도 작정하면 당할 수밖에 없다는 댓글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난… 신축에 살고 싶다.
마음의 소리가 계속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과거의 내가 영상 속에서 답을 주고 있었다.





부지런했던 과거 우주쏘녀는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의 유튜브 채널에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소개했었다. 1년 동안 총 7편의 영상을 제작해 업로드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LH 신혼부부 매입임대’였다.


불현듯 그 제도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프리랜서 크리에이터로 각종 광고 영상을 제작하며 그해 약 4,200만 원을 벌었었다. (물론 해마다 수입은 들쑥날쑥하다) 남편의 소득까지 합치면 우리는 임대주택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럴 수가!


4대 보험을 들지 않은 프리랜서의 경우에는 '소득금액증명원'속 금액을 보는데, 여기서 실질적으로 인정받는 소득은 <수입> 금액이 아닌 필요경비가 제외된 <소득> 금액이라는 것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다른 것처럼) 소득금액증명원 속 금액은 내가 생각한 수익금액보다 더 적게 잡혀있었다. (나는 홈택스에 표시된 신고금액 그대로 매년 종합소득세 신고를 성실히 해왔다!) 또 3.3프로를 떼는 학원강사인 남편 수익도 함께 적게 잡혀 있었다. 당첨만 된다면 내가 바라던 신축빌라와 아파트 등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입주 가능했다.


또 생각보다 소득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각종 다양한 공고들이 많았다. (그 유명한 반포 자이, 올림픽파크포레온, 청담 르엘에서도 입주자 모집을 한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이 임대청약도 경쟁률이 100:1이 넘어가는 치열한 전쟁터라는 것을....


처음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당연히 전용 59m² 를 가야지!” 하며 막무가내로 쓰리룸을 지원했었다.

결과는 바로 탈락이었다.



하지만 나는 원하는 건 어떻게든 얻는 사람

수많은 탈락을 하며 실마리를 하나하나 얻었고

29m², 39m², 59m² 를 거쳐 74m² 까지

차례대로 방 한 칸씩이 내게 허락되었다.



부동산을 단 한 번도 가지 않고

4번의 신혼집을 구한 것이다!






그래도 경쟁률이 높아 기대도 안 한다고?

소득이 낮은 사람만 붙는 거 아니냐고?

아이가 있어 점수가 높아 그런 것 아니냐고?

좁고 컨디션 안 좋은 집만 주는 거 아니냐고?


아니다. 우리는 결혼식도 올리기 전 예비 신혼부부 자격으로 초역세권 서울 신축 신혼집을 얻을 수 있었고,

아이를 갖기 전 전용 74㎡의 방이 네 개인 아파트에 당첨되기도 했다.


경쟁률 100:1을 한 번에 뚫긴 어려워도 3:1 정도로 만들 순 있었다.


신청을 하지 않으면 0%지만

도전한다면 50:50



안되거나.. 된다!



몇십억의 시세차익보다

내게 당장 더 간절했던 건

사랑하는 사람과의 실거주였다.


그런데 내가 무작정 들어갔던 건물보다도

더 신축이고, 더 좋은 위치인 곳이

심지어 더 저렴하게!

우리의 신혼집으로 마련되었다.


또 매일 지나치며 "여기서 살고 싶다"라고 꿈꾸던
아파트에도 결국 당첨되었다.

이제는 5년 후 2030년에 입주할

3기 신도시의 집이 지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불과 결혼 3년 만에 모두 일어난 일이었다.




한 번에 신축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 집 마련에 이런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차근차근 공유하고 싶다.


혹시 나처럼 <구경하는 집>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꿀팁박스

“부모님이 유주택자인데, 저희는 신청이 불가능한가요?”라는 예비 신혼부부의 질문을 종종 본다.
공공임대는 원칙적으로 무주택자만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공공임대에서 함께 거주할 사람이 유주택자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유주택자인 가족과 함께 거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공공임대 신청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양가 부모님이 모두 서울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새로 가정을 꾸릴 우리 부부가 주택을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공임대 신청이 가능했다. (둘 다 부모로부터 독립하므로 우리는 무주택자가 된다)

다만 예비 신부나 예비 신랑 중 한쪽이라도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공공임대 신청이 불가능하다.

또한 예비 신혼부부 자격으로 신청할 경우, 입주 전까지 반드시 혼인신고를 마쳐야 한다. 핵심은 이사 후 등본에 누구와 함께 올라가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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