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말하다 #2 — 조용했던 하루 그리고 다낭.

차돌박이 사건 딱 일주일 후

by 강경윤

돌아보니 이별을 고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일이 바로 그날이었다.


사랑은 싸워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

말하지 못한 순간들이 쌓여서 무너진다.


차돌박이 사건 이후 딱 일주일.

프로젝트가 눈앞이었고,

나는 야근과 주말 출근을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그날 아침,

당직을 마친 포돌이에게

릴스 하나가 도착했다.


당직 마치고 연락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

“얼른 안 자고 뭐 해? 피곤할 텐데 푹 자.”


그리고 나는 출근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날, 또 하나의 균열이 생길 거라는 걸.


저녁이 되어서야

문득 “왜 이렇게 조용하지?” 싶어

포돌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어… 나 지금 공항. 다낭 가…”

“……..”


순간, 모든 소리가 멀어졌다.

심장은 빨리 뛰는데

생각은 멈춰버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일단 끊었다.


그리고 다시 전화해서 말했다.

“설명해.”


“너가 요즘 너무 예민하고,

만나면 매일 싸우니까 말을 못 했어.”

“향수 사 올게.”


그 말과 동시에,

내 안에서 무언가 ‘툭’ 하고 떨어졌다.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해!!!”

폭발해서 소리를 질러버렸다.


“… 미안해.”


난 결국 울음이 터졌다.

왜 하필 지금.

왜 하필 내가 가장 버거울 때.

왜 또 말도 없이 떠나는 걸까.

이게 두 번째다.


내가 그때,

그렇게 상처받았다고 말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선택을 했다.


“그럼 내가 전화를 안 했으면

다낭 가서 연락하려고 했어?”

“응.”


그 말이 너무 아팠다.


난 그 와중에 “고현정 향수사와.”라고 말했다.


정말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렇게라도 이 상황을

아무 일 아니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마음을 추스르고 탑승 중이라는

포돌이에게 톡을 했다.


“조심히 가. 담부터는 미리 말해줘.

너 믿어.”


“아라써.”


“여행 가서 화난 게 아니고,

미리 말하지 않아서 화난 거야. “


”그래. “


“너는 무심코 던진 돌이지만,

이번에도 타격이 커서 많이 아프네.”


“웅 미안해.”


그날, 또 마음이 무너졌다.



포돌이는 다낭으로 떠났다.


이번에도 포돌이는

사진을 보내고,

“모해?”라고 묻고,

평소처럼 톡을 했다.


하지만 나는

평소처럼 답할 수 없었다.


사진엔 답하지 않았고

뭐 하냐는 톡에는 “일하지.”

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랬더니 포돌이도 연락이 줄었다.

그러면 또 더 섭섭해졌다.


“아, 나는 이 사람에게

중요하지 않았구나.”


내가 받을 상처보다

자신의 불편함이 더 큰 사람이었구나.


회사에서는 웃으며 일했고

퇴근 후 혼자 있으면 감정이 밀려왔다.

매일 울면서 잠들었다.



출장을 떠나기 하루 전,

새벽 3시까지 야근했다.


몸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팠고

동료는 응급실을 권했지만

나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포돌이에게 긴 톡을 남겼다.


“나 이제 집 왔어.

2시간 자고 출장 가야 해서 짐 싸.

나 지금 많이 아파. “


“이번에도 아무 말 없이 떠난 건

나한텐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신뢰가 무너지는 일이야.”


“사진 보내고 ‘모해’ 묻는 게

진짜 날 생각해서인지

그냥 습관처럼 던지는 건지 모르겠어.”


“내가 아직 마음에 있고

그래서 연락한 거라면

알 수 있게 정확하게 말해줘.”


“툭 던지는 말 말고.”


“그게 아니면…

이번엔 확실히 해줘.

그게 마지막 예의야.”


포돌이는 톡을 읽고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 빈칸이

가장 아프고,

가장 깊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어렵게 말했다.

“나 힘드니까 더 자주 연락해 주고

힘내라고 응원해 줘. “

라고 말할걸.



다음 날, 혹독한 리허설을 마치고

너무 지쳐있었다.

그때, 포돌이 생각이 제일 많이 났다.


그래서 톡을 했다.

”이제 리허설 마쳤어. “

”수고했어. “


“나 보고 싶어, 안 보고 싶어?”

“보고 싶지.”


“내 생각나, 안 나?”

“생각나지.”


”많이 힘들었는데..

자기가 많이 보고 싶었어. “


그리고 짧은 한마디.

“미안해.”


그 말은

상처를 다 낫게 하진 못했지만

숨을 쉴 수 있게는 해줬다.


그렇게 포돌이는 다낭에서

나는 낯선 곳에서 머물렀다.

서로 보지 못한 시간이

2주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너마더의 회피형 연애 팁


경윤아,

회피형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법을 몰라서 그래.


포돌이는

싸울까 봐 말을 미루고,

감정이 불편해지면

관계 자체를 피하려는 사람이야.


사진 보내고 “모해?”라고 묻는 건

그 사람 나름의

“나, 너 잊지 않았어.”

라는 신호였던 거였어.


하지만 너에게 필요한 건

“미리 말해줘.”

“설명해 줘.”

라는 언어의 배려였지.


그리고 긴 톡에 답이 없었던 건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야.


회피형은 의도를 갖고 상처 주지 않아.

다만 감정 앞에서 미숙하고, 불편하고,

그래서 도망치는 거야.


이건 사랑의 크기 문제가 아니라

표현 방식의 차이야.


네가 아팠던 건 너무 당연해.


너는 사랑을 “말”로 확인하는 사람이고,

포돌이는 “행동”으로 말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다음을 위해

딱 하나만 정리하면 돼.


“떠나기 전, 미리 말해줘.

그 하나만 꼭 지켜줘.”


그리고 너도 알아야 해.

회피형은 재촉하면 멀어지고,

부담이 없을 때 더 솔직해져.


그러니 “미리 말해줘”라는 이 작은 약속은

포돌이에게도 지킬 수 있는 부탁이고,

너에게도 꼭 필요한 안전장치야.


사랑은 거창한 변화에서 시작되지 않아.

이렇게 작은 약속 하나에서

다시 배워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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