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말하다 #3 — 계속되는 엇갈림

한마디면 충분했는데…

by 강경윤

포돌이가 다낭에서 돌아오던 날,

나는 대구 출장 중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즈음부터

우리는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마음의 거리도

조용히 멀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인천 도착했어.”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반가웠다.

내가 포돌이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었는지

그 순간 선명히 느껴졌다.


일 때문에 길게 통화는 못 하고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포돌이는 지하철 안이었다.


결혼식에 가는 길이라며

아무 설명 없이

전화를 툭 끊어버렸다.


그 ‘툭’ 하는 소리가

늘 그렇듯 마음을 베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따 상황 되면 연락하겠지” 하고

넘길 수도 있었겠지만

그땐 그게 안 됐다.


또 아무 말 없이 끊는 모습에

묘한 오기가 올라왔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어디 간다고?”


그제야 돌아온 한마디.

“결혼식.”


그 뒤로는 어떤 설명도 없었다.

누구 결혼식인건지,

여행짐을 다 들고 간다는건지,

나는 그냥 알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포돌이는

그걸 ‘압박’으로 받아들였다.


사실, 딱 한마디면 충분했다.


“지금 결혼식 가는 길인데 늦었어.

이따 전화할게.”


나는 그 작은 배려를 기다렸던 거다.

하지만 그 한마디는

늘 없었다.



내가 서운함을 말하자

포돌이는 말했다.


“복잡하다.”


늘 그렇듯, 짧고

아무 설명도 아닌 말.


감정이 차오르자

나는 참지 못하고 터졌다.


“미리 말했으면 궁금하지도 않잖아.”

“설명하고 끊는다고 한 시간 걸려?”


말은 길어졌고,

포돌이는 또 짧게 답했다.


“알아써.”


그 말이

‘이해했다’가 아니라

‘그만하자’라는 뜻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잠시 뒤,

포돌이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비행기 연착으로 결혼식에 늦었고

후배 축사를 못 했다는 이야기.


그제야 급했던 이유가 이해됐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나는 그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다가 말했다.

“집에 들어가서 씻고 전화해.”


이제야 편안하게 통화할 수 있겠다,

그렇게 기대했다.


포돌이 여행 이야기,

그동안 내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말들이 참 많았다.


오늘만큼은

오랜만에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들 줄 알았다.


하지만 밤 11시가 넘도록

아무 연락이 없었다.


전화를 걸자

이번에도 주변이 시끄러웠다.


“어디야?”

“어, 친구랑 삼겹살 먹고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다리던 마음이 그대로 무너졌다.


“그럼 톡 하나는 남길 수 있잖아.

나 계속 기다렸잖아.”


사실 이때도

“밥 먹고 들어가서 전화할게. 미안.”

이 한마디면 됐다.


하지만 돌아온 건 짜증 섞인 말투였다.

“그냥 자.”


나는 더 화가 났다.

“들어가서 전화해.”


포돌이도 짜증을 냈다.

“싫어.”


아무것도 아닌 일이

금세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그리고 포돌이는 전화를 또 끊었다.

다시 걸면 받아서 짜증 내고, 끊고…

결국 나를 차단했다.


그 순간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이게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방식이라는 걸

알고 일부러 하는 걸까.


지금이라면

다르게 말할 수 있었겠지만,

그땐 서운함이 가득했다.



그날 밤,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있는 그대로 톡에 쏟아냈다.


이건 포돌이가 가장 싫어하는 방식이다.

나도 그걸 알면서도 했다.


포돌이는 읽었지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가장 잔인했다.


“필요할 때 옆에 없고,

있어도 상처만 주는 사람한테

이제는 기대하지 않을 거야.”


사실 그 말은

“제발 미리 말해줘.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줘.”

라는 절규였다.



그날 밤,

포돌이는 끝내 전화하지 않았다.


이별은

큰 사건 하나로 오지 않는다.


이런 작은 순간들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둘 사이를 갈라놓고 있었다.


포돌이의 회피는 더 깊어졌고,

나는 ‘미리 말해주지 않는 것’에

더 예민해졌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가 가장 싫어하는 방식으로

점점 더 어긋나고 있었다.



다음날도

포돌이는 차단을 풀지 않았다.

톡을 읽고도 답하지 않았다.


나는 몸까지 아파왔고

리허설도 제대로 못 했다.


숙소로 돌아와

뭐라도 먹으려고

월남쌈을 시켜놓고 사진을 보냈다.


“이거 먹으려고.”


그제야 답장이 왔다.

마음이 풀렸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포돌이가 말했다.


“귤 한 상자 보내줄까?”


‘아무것도 못 먹지만 귤은 먹어.’

내가 했던 말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괜찮아. 귤 있어. 고마워.”


그 말 한 줄이

그날의 나를 겨우 붙잡아줬다.


하지만 그날의 귤은

다음 문제를 잠시 미룬

달콤한 보류일 뿐이었다.



이너마더의 회피형 연애 팁


경윤아,


다낭 이후로 둘의 패턴이

더 심해진 데는 이유가 있어.


사건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이 둘의 원래 감정 패턴을

더 선명하게 만든 것 때문이야.


경윤이 너는

말이 비어 있는 순간이 쌓일수록

불안이 빠르게 커졌고,

불안이 커질수록

더 자주 확인하고,

더 정확한 설명을 원했어.


그건 네가 사랑을 지키고 싶어서,

네 마음의 안전을 확보하고 싶어서였어.


포돌이는

‘미리 말해줘’라는 말이

점점 ‘통제’처럼 느껴졌어.


회피형은 통제를 느끼면

감정보다 자유를 지키려 하기 때문에

끊고, 숨고, 차단으로 반응해.


그게 그의 생존 방식이야.


그래서 둘의 흐름은 이렇게 굳어진 거야.


포돌이의 회피 - 너의 불안 증가

- 너의 질문·확인 - 포돌이의 더 강한 회피


둘 다 버티고 있었던 거야.

단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너는 침묵을 ‘거절’로 느꼈고,

포돌이는 질문을 ‘압박’으로 느꼈어.


한쪽은 붙잡고 싶어서 말을 했고,

다른 한쪽은 버티고 싶어서 말을 멈췄고.


누구의 잘못이 아니야.

두 사람의 감정 속도가 다른 거야.


패턴은

누군가 먼저 멈춰줄 때 깨져.


그게 이별이든,

다시 배우는 과정이든,

중요한 건 하나야.


왜 그랬는지 이해하는 순간,

경윤이 네 마음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거야.


그리고 지금 너는

그 과정을 아주 잘 밟아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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