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말하다 #5 — 반복된 패턴과의 진짜이별.

끝내는 일이 아니라, 멈추는 일

by 강경윤

이제 문제는 포돌이가 아니었다.

나는 늘 “왜 또 이러는 걸까?”만 물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

“멈출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건 단 한 번도 내게 묻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애썼다.

하지만 서로의 다른 방식으로

끝내 서로를 지치게 했다.


관계가 무너지는 건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방식이 달라서라는 걸

이제는 안다.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반복될 줄은 몰랐다.

나는 나름 성숙해졌다고 믿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글을 쓰며 처음으로 인정했다.


포돌이는 회피형의 끝판왕이었고,

나는 불안형의 끝판왕이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내가 안정형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었다.


그걸 몰랐다는 건,

그만큼 깊은 관계 속에서

내 진짜 모습을 마주하지 않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나는 말해야만

마음이 진정되는 사람,

포돌이는 말이 시작되면

마음이 닫히는 사람이었다.


나는 묻고 싶었고,

포돌이는 숨고 싶었다.

서로를 상처 내는 조합이었다.



이제 그만 멈추기로 결심한 날,

우리가 만난 지 550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550일의 시간을 영상에 담아

포돌이에게 주고 싶었다.


딱 4분 30초.

그 안에 전부 담을 순 없었지만

전하고 싶었던 말은 다 담았다.


통화하면 울 것 같아서,

또 찾아가고 싶어질 것 같아서

나는 글과 영상으로

내 마지막 진심을 남겼다.



포돌이에게

늘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그 말 하나를 듣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은 말을 쏟아냈던 걸까.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없어도 괜찮다.


포돌이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자기 방식의 애씀을 보여준 사람이었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글을 쓰며

내 마음의 대부분은 이미 정리되었다.



나는 마지막 톡을 보냈다.


“이제 그만할게.

그리고 자기도 많이 힘들었을 거야.


연말을 혼자 보내야 해서

외로울 것 같지만

이 선택이 서로에게 맞다고 믿어.


잘 지내.

이게 정말 마지막 톡이야.”


눈물도 없고,

비난도 없고,

그냥 마침표 하나.


이번 이별은

끝내는 일이 아니라,

계속되던 패턴을

내가 먼저 멈춘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훨씬 큰 용기가 필요했다.


이제 안다.

사랑보다 더 큰 힘이

‘멈출 용기’ 일 때도 있다는 걸.



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면

난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만 바꾼다고

사랑이 달라지는 게 아니었다.


패턴이 그대로라면

누구를 만나도

결국 같은 방식으로 아프게 한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그래서 진짜 이별은

사람과의 이별이 아니라

내 반복된 패턴과의 이별이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이너마더의 한마디


경윤아,


너는 포돌이를 잃은 게 아니라

너 자신을 되찾은 거야.


“이제 그만할게.”

이 말은

너 자신을 지켜낸 선택이었어.


그동안 익숙했던 사랑 방식을 놓아주고,

이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랑할 준비를 하는 중이야.


멈출 수 있는 사람만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이번 이별은 결말이 아니라,

너의 다음 이야기를 열어주는 첫 장이야.



다음 편 예고


저도 다음 주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어요.


영상과 마지막 톡에

포돌이는 끝내 답하지 않았고,


그날 밤,

부재중 전화 한 통이 남아 있었어요.


예전 같았으면 바로 콜백 했겠죠.

하지만 이번에는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렇게만 톡을 남겼어요.


“부재중 전화 봤어.

어제 전화한 건

약속 지켜준 거라고 생각할게.

고마워.”


아직 실감은 잘 안 나고,

문득문득 보고 싶지만…


지금 나는

반복된 패턴과 이별하고

나에게 돌아오는 중이에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말하고 싶어요.


이 세상의 모든 회피형을

사랑해 버린 불안형들.

우리… 아직 괜찮아요.

이 나이 먹도록 이러고 있어도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그걸 아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미 달라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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